함성과 열기로 가득했던 7일…서울시장과 우승자의 한판대결개최도시 서울시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 행사로 평가받아
▶시장과 프로게이머가 경기를 했다고?
지난 18일, 올림픽 공원은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지구촌 젊은이들의 축제였던 '2003 월드사이버게임즈(WCG)'가 그 막을 내리는 날이었다.
7일간 벌어졌던 성대한 축제는 스타크래프트 결승전과 우승자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특별전 그리고 폐막식으로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그러나 최고의 게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흥분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남아있는 듯 했다.
이 날 사람들의 관심을 한눈에 받았던 선수라면 단연 서울시 이명박 시장이다.
이 시장은 스타크래프트 우승자 이용범 선수와의 특별전에 임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시장의 유닛은 저글링이었으며, 6마리 저글링을 만들던 중 이용범 선수의 공격을 받고 패하고 말았다. 사회자의 애교섞인 당부를 받은 우승자였지만, 경기는 5분 안에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관객들은 게임에 열심히 임했던 시장의 자세에 환호를 보냈다. 근엄함을 대표하는 시장이 젊은이들의 산유물로만 여겨지던 사이버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에 사람들은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이 경기로 긴강잠이 감돌았던 경기장은 한층 여유롭고 즐거운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었다. 경기 후 시장은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게임을 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운 웃음을 보였다
▶8개의 경기, 4억 5천만원의 상금, 우승자는 누구?
전세계 55개국 600명의 국가대표 게이머가 참여했던 이번 경기는 이변과 기록들의 잔치였다.
PC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에이지 오브 미솔로지', '피파 2003', '언리얼 토너먼트 2003',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올해 처음으로 추가된 콘솔 게임 '헤일로(Xbox)', 그리고 국산특별시범후원 종목으로 선정된 '서바이벌 프로젝트' 등 총 8개 경기에서 선의의 경쟁을 보여주었다.
결승전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종목은 스타크래프트였다. 특히 이 경기는 연승으로 올라온 독일의 프레
드릭 카이델 선수와 이름조차 생소한 한국 프로게이머 이용범 선수가 숙명의 대결을 맞게 되었다.
경기 전 사회자는 조심스럽게 프레드릭 카이델 선수의 우승을 점쳤고, 이 선수가 세 경기 중 첫 경기에서 크게 패하면서 이 말은 확실시 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용범 선수가 두 번째 경기를 이기고, 세 번째 경기에서 여유있게 역전하면서 우승은 이 선수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용범 선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종합 우승은 금 3, 은 2개를 차지한 독일에게 돌아갔다.이어 대만이 금 2, 은 1, 동 1개로 2위를 차지하고, 한국은 금 2, 동 1개로 3위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게임전문가들은 게임 수준이 전세계적으로 평준화되면서 WCG가 진정한 세계인의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2위를 차지한 프레드릭 카이텔의 경우도 그렇고, 피파 2003에서도 데니스 쉘라세, 다니엘 쉘라세 쌍둥이 형제를 결승에 올리는 쾌거도 그러한 이유를 대변한다. 쉘라세 형제는 피파 2003 국가대항전에도 1위를 차지했다. 대만 역시 에이지 오브 미솔로지와 워크래프트3 국가대항전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게임을 넘어서 세계인의 디지털 문화축제로
2000년 첫 선을 보였던 WCG는 17개국, 124명의 선수가 참여했으나 세계인의 폭넓은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37개국이 참가한 2001년 1회 대회에 이어 지난해 참가국이 45개국으로 늘어나며 그 가능성이 현실로 되고 있음을 입증해주었다. 특히 2003WCG는 단순히 젊은이들만 공유하는 문화가 아니라 자국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진정한 게임 올림픽으로 한단계 상승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게임을 넘어 국제 컨퍼런스와 전시, 문화행사를 포괄하는 종합 디지털문화 축제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호스트 시티인 서울시 역시 사이버산업도시의 이미지를 재확인시켜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국제 도시의 위상을 지켰다는 평가다.
그러나 영향력 있는 국제행사가 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우선 게임 마니아의 욕구를 채워줄 다양한 게임의 개발과 체계적인 운영을 위한 국제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삼성 하나 뿐인 스폰서를 세계적인 업체로 확대 시키는 것도 WCG를 알리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