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길]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준프로를 건너뛰고 프로가 된 실력자
박정길(18)은 지난 4일에 한국프로게임협회에서 정식 프로게이머로 등록됐다.
일반적으로 준프로게이머를 거쳐 프로게이머로 인증을 받게되지만 박정길은 준프로라는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프로로 인정받았다.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를 시작한 박정길은 아마대회를 휩쓸며 상승세를 탔다. MBC게임 전자랜드배와 여수시장배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MBC게임 어바웃 스타크래프트에서 3연승을 기록하는 등 ‘폭발토스’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프로토스의 유망주로 물망에 오른 것.
이제 ‘아마’의 딱지를 떼고 정식 ‘프로’로서 다시 선 박정길은 ‘스타’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올해 목표다.
게임에만 몰두하기 위해 고2 때 자퇴
박정길은 중2때 처음 ‘스타’를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게임방에서 즐기는 정도였다.
이후 ‘디아블로2’가 출시되었고 ‘스타’에는 시들해졌다. 그런 그가 다시 ‘스타’ 삼매경에 빠진 건 컴퓨터를 장만한 고1 때부터다.
밤새 게임을 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스타’ 얘기로 열을 올렸고 그 외의 시간에는 잠만 잤다.
그러던 중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문득 학교에서 잠자는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이왕 게임을 시작할거면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아마’치고는 좋은 실력을 지녔지만 ‘프로’에 비하면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그제서야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결코 남들과 똑같아서도 안되며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만 성공할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게임을 위해 고2 때 학업을 중단했다. 박정길은 학교를 자퇴한 작년부터 게임에만 몰두했다.
그러던 중 작년 10월에 ‘인터우드’ 팀에서 2달간 활동했고 이후 지금의 P.O.S에 합류했다. 특히 P.O.S 팀은 프로토스의 파워가 막강한 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에 박정길이 P.O.S의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것.
18살 중졸 소년과 22살 명문대 여대생?
박정길이 프로게이머로 등록된 지난 4일이 바로 사랑하는 연인과 200일 째를 맞는 날이었다.
하필이면 겹겹이 겹친 스케줄 때문에 이벤트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잠깐 얼굴을 대하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그녀는 서울대 수학교육과에 재학 중인 여대생이다. 고등학교 중퇴인 프로게이머와 4살 연상의 명문대 여대생...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커플이지만 어찌 사랑을 조건으로 끼워 맞출 수 있단 말인가.
게임을 좋아하는 그녀는 P.O.S 감독이 운영하는 게임방 단골손님으로 대회장에서도 자주 마주쳤다. 박정길은 그녀의 소탈한 모습에 반했고 알고 지낸 지 두 달만에 ‘사귀자’며 프로포즈를 했다.
‘생각해보겠다’던 그녀는 이튿날 ‘Yes’로 답해왔고 지금까지 200일 째 사랑을 키워오고 있다. 애교를 부릴 때면 한없이 사랑스러운 그녀와는 서로 ‘자기야~’라고 부른다. 자주 만나긴 하지만 잠깐잠깐 얼굴만 보는 정도로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할 시간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이쯤 되면 하루가 멀다하고 투정을 부릴 만도 한데 여자친구가 이해를 잘 해주는 편이다. 그녀는 학벌의 격차도 4살이라는 나이 차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부담없고 편안하게 그를 챙겨준다.
한때 ‘과학자’가 꿈, 못 말리는 ‘농구광’
박정길은 1남 1녀 중 장남이다. 위로 네 살 많은 누나가 있지만 누가 뭐래도 든든한 장남. 그러나 부모님은 게임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아들의 결정에 크게 반대하지 않으셨다.
박정길은 어려서부터 크게 속 썩이는 일 없이 순하게 자라주었다. 착하고 속이 깊은 아들이었기에 경솔한 판단은 아니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유독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었던 그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얌전한 모범생이었다. 어렸을 때 꿈은 ‘과학자’. 막연히 무언가를 새롭게 발명해내는 직업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프로게이머’가 됐다. 그러나 ‘과학자’의 꿈과 크게 동떨어진 영역은 아니다.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 또한 새로운 의미에서의 발명(?)이라 믿기 때문이다.
취미는 만화책 보기와 농구. 중학교 때는 틈만 나면 농구골대로 달려가 온몸이 흠뻑 젓을 때까지 코트를 누비는 못 말리는 ‘농구광’이었다. 게임을 시작하고부터는 좀처럼 농구를 즐길 시간이 없어 아쉽다고.
아직 미성년이지만 소주 한 병 정도는 마신다. 겉늙어 보이는 외모 탓에 숱하게 유흥주점을 들락거려도 주민증을 요구하는 가게는 단 한곳도 없었단다.
최선을 다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제 여자친구가 눈이 가장 예쁘대요~”
박정길의 매력포인트는 진한 쌍꺼풀에 긴 속눈썹이 매력적인 눈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눈을 깜박이는 버릇이 생겼다. 게임을 시작하고부터 모니터만 뚫어져라 바라본 탓인지 눈 건강이 많이 나빠진 것.
박정길은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꿈꾼다. 게임에서 1인자가 되기 위해 학업을 중단했으니 이 꿈을 이루고 나면 고졸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이왕이면 여자친구와 나란히 캠퍼스를 거닐 수 있는 그곳이면 더 좋겠다.
박정길은 ‘테란의 황제’ 임요환 같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게 가장 큰 바람이다. 게임만 잘하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쇼맨십도 있고 자기관리에도 철저한 그런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박정길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쉽게 포기하지 말자’는 생활 신조처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정진한다면 언젠가 꼭 바라는 대로 꿈이 이뤄질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사진=유영민기자|
[email protected]
김수연 기자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