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민동기.장정훈] "'환상 나이트엘프' 장재호 선수 강하게 몰아칩니다. 상대인 '대세 오크' 황태민 선수의 영웅 유니트가 완전히 포위당했습니다. 황태민 선수 위기입니다. 황태민 선수 결국 GG!(Good Game의 약자로 경기패배를 인정한다는 의미)"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도심 한복판에 있는 광안(廣安)체육관. 1200여명의 중국 게임팬이 한국의 프로게이머 2명이 치르는 사이버 전투에 열광했다.
이날 열린 세계 e-스포츠 리그(WEG:World E-sports Games)의 실시간 전략 게임 '워크래프트3(워3)'부문 5전3선승제 결승전에서 한국 프로게이머끼리 대결을 펼쳤다. 이 경기에서 나이트엘프 종족을 선택한 장재호(20) 선수가 오크 종족을 선택한 황태민(22) 선수를 누르고 우승했다. 이로써 장 선수는 2005년 1차 시즌 전세계 '워3' 최강자로 등극, 2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황 선수는 준우승을 차지, 1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이날 한국 선수끼리 치른 '워3' 결승전은 중국 현지 관객뿐 아니라 전 세계 게임팬을 열광시켰다. 대회 경기 상황이 한국과 중국 대륙 전역, 미국.유럽까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캐나다.일본.독일 등에서도 온 50여 명의 기자가 박진감 넘치는 게임 상황을 자국의 게임 매니어에게 전달했다. 중국 게임팬들은 무엇보다 한국 프로게이머의 현란한 마우스와 키보드 조작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광시성(廣西省)에서 30시간 동안 열차를 타고 베이징까지 장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는 중국 게임 매니어 리란(19)은 "장 선수가 우승해 너무 기쁘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한국 프로게이머의 손놀림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WEG의 또 다른 종목인 일인칭 슈팅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카스)의 5인 팀플레이 결승전은 미국.캐나다.노르웨이 출신 선수들이 팀을 구성한 '노아'와 영국.스웨덴 선수들로 이루어진 '포킹스'가 맞붙었다.
WEG 1차 시즌인 이번 대회는 지난 1월 30일부터 6주 동안 14개국 56명의 선수가 참가해 국내에서 예선 리그를 펼쳤고 19~20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시즌 결승전과 3, 4위전이 열렸다. 특히 WEG에 대한 중국 게임팬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 지난달 3일 리그 개막전을 문자로 중계하던 한 중국 게임 포털사이트가 이용자 폭주로 두 시간가량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중국 팬들의 WEG에 대한 열기 때문에 당초 상하이(上海) 국제 체조체육관이었던 결승전 개최지가 대회 개최 5일 전에 중국 공안(경찰)의 긴급 요청에 따라 베이징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중국 공안 측은 청소년 등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사고 가능성 등을 우려해 주최 측에 베이징으로 장소를 바꿀 것을 요청했다.
대회를 주최한 ㈜아이스타존의 정일훈 이사는 "이번 대회로 중국 게임팬의 뜨거운 열기 등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일반 스포츠처럼 메이저.마이너리그를 만들고 월드시리즈.올스타전 등 더 많은 이벤트를 기획해 WEG를 세계적인 스포츠 게임 행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3, 카스는 어떤 게임인가=워3는 미국의 게임회사 블리자드(Blizzard)가 만든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블리자드는 국내에 게임 열풍을 몰고온 스타크래프트의 제작사다. 게이머는 오크.나이트엘프.휴먼.언데드 등 4개 종족 중 하나를 선택해 전투를 펼친다. 누가 빨리 자원을 채취해 많은 병력을 생산하느냐와 누가 생산한 병력을 효과적으로 조정해 사용하느냐가 게임의 승패를 좌우한다. 카스는 미국의 게임회사 밸브(Valve)가 제작한 일인칭 슈팅게임이다. 테러리스트와 특수요원의 전투 대결이 주 내용이다.
베이징=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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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G·WCG는
한국이 주최하는 국제 e-스포츠 대회
WEG(World E-sports Games)와 WCG(World Cyber Games)는 한국이 주최하는 국제 e-스포츠 대회다. 두 대회 모두 국가 대항전으로 치러지며 중국이나 유럽 등에서 게임을 다루는 인터넷이나 TV로 중계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WEG는 지난해 '전 세계 e-스포츠의 메이저리그'를 내세우며 창설됐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한.중 국가대항전'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WEG는 올해 본격적으로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한국.중국.유럽.미국 등 4개 권역에서 각각 지역 대표를 선발한 뒤 이들이 서울에 모여 본선을 치렀다. 본선에서 가려진 4강이 이번에 베이징에서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치렀다. 한 해에 이 같은 대회가 네 번 열린다. 대회 한 번에 약 8주가 걸리고 네 번의 대회 중간과 끝에는 올스타전과 월드시리즈가 열린다. 게임종목은 '워크래프트3'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2개. ㈜아이스타존이 주최한다.
WCG는 2000년 창설돼 매년 열리고 있으며 대회 진행방식이 올림픽과 비슷하다. 국가별로 예선전을 거쳐 선수를 선발한 뒤 각국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본선을 치른다. 올해는 3월부터 10월까지 국가별 예선전을 치른 뒤 11월 중순 싱가포르에서 본선이 열린다. 게임 종목은 매년 다르지만 올해는 '스타크래프트''워크래프트3' 등 8개 종목을 선정했다. 이 대회를 위해 설립된 ㈜ICM이 주최한다.
장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