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e스포츠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지난 2000년 가을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게임방송으로는 온게임넷이 기존의 투니버스게임 블록편성에서 벗어나 전문 게임방송을 처음 시도하고 있었고 PKO·KIGL·KGL 등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사들이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e스포츠가 음악, 스포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젊음을 대표하는 특별한 문화코드로 떠오른 것은 놀라운 발전이라 하겠다.
그런데 정작 방송 프로그램으로 게임과 e스포츠 문화를 함께 전파해야 할 역할을 가진 필자로서는 몇년째 스타크래프트가 주종목화되어 있는 현실을 볼 때 가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의 방송매체 환경은 단순한 지상파, 위성·케이블 구도에서 벗어나 위성DMB, 디지털TV, 케이블SO의 디지털 방송 구현을 통한 웹TV방식의 게임 제공 등 진정한 다매체 멀티미디어 환경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e스포츠와 게임방송이 지난 98년부터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라는 콘텐츠의 단순 리그방송에 머물러 있다면 어렵게 만들어낸 e스포츠 대중화는 ‘게임편식 증후군’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게임방송의 콘텐츠 개념에서도 이러한 e스포츠 중계의 편식 경향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다는 것은 실제로 우리 e스포츠의 발전 방향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뜻과 통한다.
우리나라의 e스포츠가 당분간 불가피하게 스타크래프트 중심으로 흘러가야 한다면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렇듯이 철저하게 저변확대에 더욱 매진해야 할 듯싶다. 현재의 상황은 오랜 가뭄에 약간의 단비가 내린 것처럼 e스포츠 현장에 몇몇 대기업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참여가 e스포츠의 저변확대나 지속적인 스타 발굴보다는 특정기업, 관련 인사들의 홍보 및 프로모션 툴로 활용되기에 급급하다.
당연히 수십억원의 초기투자가 이루어진만큼 관계사에서는 초조한 것도 사실이겠지만 더 큰 파이의 수확을 위해 대기업, 관련단체, 선수, 방송사들이 힘을 합쳐 관련법규와 저작권, 리그운영의 객관적인 주관 시스템 확보, 다가오는 다매체 환경에서 e스포츠 콘텐츠를 멀티유스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 연구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e스포츠의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종목 개발에도 노력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가 현재의 인기를 얻는 데에는 게임의 인터페이스와 이기석·임요환·홍진호·이윤열·최연성과 같은 스타급 플레이어들의 연이은 등장 그리고 각 방송사의 지속적인 방송용 콘텐츠 개발과 관련매체의 적절한 홍보 등이 요인이 되었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인터페이스 및 그래픽이 확보되는 게임의 선정 혹은 개발, 스타급 플레이어의 양성과 집중적인 홍보 등을 통해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게임도 종목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일단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의사진행과 자본이동이 이루어지다 보니 주요 관계자, 관련매체 종사자들 모두 스타크래프트 이외에는 접근하기를 버거워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스포츠는 일시적인 트렌드로 생각하기에는 기대 이상으로 확고한 외형을 갖추었다. 따라서 우리가 매진해야 할 부분도 분명해졌다.
이러한 외형이 사상누각으로 판가름나지 않도록 4년 뒤, 아니 10년 뒤를 바라보며 문화적·경제적으로 스포츠다운 운용시스템 개발과 저변확대, 스포츠 정신으로 무장된 선수와 팬의 커뮤니티를 양성해야 할 때다.
<조정현 MBC게임 제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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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2005/03/17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