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들은 TFT LCD보다 브라운관을 좋아한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니터와 TV의 패널이 브라운관에서 TFT LCD로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서도 모니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류 가운데 하나인 프로게이머들은 빠른 움직임 뒤에 남는 잔상 때문에 여전히 TFT LCD보다 브라운관 모니터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잔상이란 LCD의 액정이 한 화면에서 다른 화면으로 전환하면서 유리사이의 액정이 빠르게 전환하지 못해 이전 화면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를 말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 등 각종 게임 대회나 게임 연습시에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는 모니터의 대부분은 브라운관 모니터다. 그 이유는 빠르게 동작하는 게임의 특성상 잔상이 없는 브라운관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TV용으로 사용되는 TFT LCD의 액정의 응답속도는 빠른 것이 8㎳(1000분의 8초)이나 대부분이 12㎳ 가량이며, 특히 현재 출시되는 모니터용 LCD의 경우 최신의 것이 16㎳로 대부분이 25㎳ 정도다.

LCD 업계 관계자는 "동영상을 주로 보는 TV용 LCD와 달리 문서 작업에 주로 사용되는 데스크톱 모니터의 경우 사실상 응답속도에서는 다소 자유로워, 25㎳ 정도의 응답속도를 갖는 제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노트북은 30㎳ 내외의 LCD 패널을 쓴다"고 말했다.

이같은 응답속도와 비교해 프로게이머들이 1분에 내리는 명령어의 속도인 APM(Action Per Minute)은 평균 300 APM 내외에서 빠른 선수들은 500∼600APM을 넘는 선수도 있다. 600APM일 경우 하나의 명령어를 실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0.1초에 불과하다. 또한 화면 이동의 속도는 이보다 더 빨라 액정의 응답속도가 선수들의 마우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25㎳의 LCD 액정의 응답속도는 0.025초 내에 액정이 백색상태에서 검은색으로, 다시 백색상태로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빠른 프로게이머들의 명령어 속도보다는 4배 빠르다. 하지만 마우스 클릭에서 화면에 디스플레이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25㎳보다 더 걸리며, 선수들이 명령어뿐만 아니라 화면 자체를 움직이는 속도 등은 이보다 더욱 빠르다는 게 게임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TF 프로게임단의 정수영 감독은 "선수들의 명령어 처리속도가 워낙 빨라 LCD 모니터를 사용할 경우 잔상이 많이 남아 눈의 피로와 게임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며 브라운관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관 모니터의 응답속도는 수 미크론초(㎲: 백만분의 1초)로 LCD보다는 1000배 이상 빨라 거의 잔상 문제가 없다.

오동희기자@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