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흥미진진하게 보시는 화면 하나 하나가 모두 제 손에 의해 선택됩니다. 경기 상황에 따른 해설도 바로 제가 보여주는 화면을 보고 이뤄지는 거예요. 하하하”
온게임넷의 전문 게임옵저버인 김희제(31)씨는 자신이 하고 있는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럴만도 한 것이 게임리그 방송은 바로 옵저버인 그가 보고있는 화면을 토대로 경기에 대한 해설을 풀어나가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의 손에서부터 시청자들이 보고 즐기는 게임리그 방송의 스토리라인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는 사실 한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선수로 활동했다. 그만큼 게임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온라인게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게임을 섭렵했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게임학원에서 게임 프로그래밍 과정도 이수했다. 아예 게임을 하나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그는 막상 게임학원을 이수하고 나니 좋아하는 PC 패키지 게임을 만들려는 회사가 없어 당분간 게임제작에 직접 나서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했다.
“옵저버 일은 우연치 않게 시작했어요. 평소 좋아하는 게임인 ‘엠파이어 어스’ 대회 운영을 맡은 것을 인연으로 온게임넷에 입사하게 됐죠.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 해설까지 해본 것이 옵저버 일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어요.”
직접 게이머로 활동한데다 해설까지 해본 경험이 있는 그는 이미 최고의 옵저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옵저버 경력도 어느덧 2년. 이제는 어떤 게임이든 선수들의 초반 빌드만 보면 대강의 경기 진행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대부분의 경우는 예측한 대로 경기가 진행돼요. 경기의 흐름을 미리 예상하고 있으니 순서를 밟아서 보여주는 것은 쉽죠. 하지만 가끔 선수들이 변칙적인 전략을 구사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방심하고 있다가 실수를 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중요한 장면을 놓치기도 한다. 또 방송 시스템 때문에 해설자가 요구하는 화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안따깝기도 하다.
그는 “때로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높여주기 위해 극적인 연출을 하기도 해요. 일부러 한 선수가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다가 극적인 순간에 보여주는 거죠”라며 개구쟁이처럼 씨익 웃는다. 그럴 때 나타날 시청자들의 표정이나 ‘그럼 그렇지’하고 터져 나올 환호성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장면을 정확히 찾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보다 멋있고 예쁜(?)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게임을 직접 제작해 보겠다는 꿈을 이룰 때까지 게임과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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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