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나 보다. 아침엔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 낙엽도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이젠 남은 것도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 6일은 아침부터 바빴다. 프로게이머 소양교육이 있는 날인데 예전과는 다르게 관악산 등반으로 치뤄지기 때문이었다. 예전 같으면 답답한 실내에서 이론교육을 받았는데 이 날은 이례적으로 등반대회로 대신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팀원들과 코치형과 함께 집합장소로 출발했다. 감독님은 낮에 팡야 대회를 녹화해야 하는 관계로 함께 하지 못했다.
도착해보니 다들 츄리닝 차림이다. 등산엔 간편한 복장이 좋지만 막 잠자다 나온 것 같은 츄리닝 복장이 왠지 폐인 같은 모습들이어서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며 웃다 보니 어느덧 본격적인 등반을 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목적지는 연주대. 그리 높지 않은 간단한 코스지만 과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경사가 좀 가파른 편이었다. 우리 팀에서는 윤종민이 꼴찌였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헥헥거리는데...
앗! 그런데 문제는 내 도시락이 종민이에게 있다는 사실이었다. 더구나 정상에 도착한 다음 점심을 먹으려 하니 종민이는 힘들다고 도시락을 버리고 왔단다.
-_-;; KTF, SOUL, POS, P&C 등등... 그리고 우리팀, 다들 맛나게 점심을 먹는데 나만 굶고 있어야 했다. 에구 이렇게 처량할 수가.
그러던 중에 어떤 학생이 다가오더니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흔쾌히 승락하고 사진을 찍어주자 고맙다며 초코바를 하나 건데준다. 와~ 초코바 하나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다.
내려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중간에 진호와 누가 먼저 내려가나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진호는 아주 날렵했다. 몸집이 작다보니 올라오는 사람들 사이사이로 쏙쏙 빠져 나가는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난 죽어라 쫓아갔는 데도 진호를 따라잡는 건 무리였다. 결국 난 1km쯤 쫓아가다 놓치고 말았다. 쩝, 며칠 후면 '에버컵 스타리그' 준결승에서 싸워야 하는데...
이 날 등반은 오르막길고 내리막길을 합해서 총 8km에 불과했지만 오랜만의 등반과 시원한 공기는 내게 또다른 여유를 갖게 해주었다. 요즘들어 연습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1주일에 5일정도는 햇빛을 아예 못보고 산다. 그런 반복적인 일상에서 탈출해 이런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상쾌했다. 그것도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말이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등반은 여러가지로 나를 피곤하게 했다. 그나마 나는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온 터라 좀 덜했지만 다른 팀원들이 모두 뻗어버리는 바람에 다음날 경기에서 모두 지고 말았다. 팀원들은 아직도 후유증 때문에 힘들어 한다. 아무래도 운동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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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여기다 올려도 되나요? 임요환 선수가 더 게임스에 계속 글 연재하고 있는데 여기서 본 기억이 없어서... 안 맞음 지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