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에는 어떤 리그에 주력하나?”
프로게이머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최근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크게 늘면서 프로게이머들이 거의 일주일 내내 경기를 치러야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회가 많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렵게 프로 생활을 해왔던 선수들에게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그동안 ‘스타크래프트’ 대회는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주최하는 양대 스타리그와 이들 방송사가 개인전과는 별도로 진행하는 단체전인 ‘프로리그’ 등 4개 대회가 전부였다. 이에따라 프로게이머들은 우선 개인전에 주력하며 팀플전에 참여하는 형태로 리그를 준비했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MBC게임 스타리그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뉘어진 데다 MBC게임과 게임TV가 각각 진행한 이후에 통합 우승자를 가리는 ‘프리미어리그’가 새롭게 탄생했다. 프로게이머들이 동시에 치러야하는 대회가 총 7개로 늘어난 것이다.
이로인해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회가 늘면서 각 리그별로 프로게이머들이 분산되기 시작했고 신예 선수의 참여폭도 커졌다. 더구나 프로게이머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선수들간의 경쟁이 치열해 스타급 선수들도 한 대회에 집중하지 않고서는 ‘우승’을 꿈꾸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최근 8강전이 진행중인 ‘온게임넷 스타리그’와 얼마전 개막한 ‘MBC게임 스타리그’의 메이저리그 승자조 8강에는 홍진호 선수만 동시에 올랐을 뿐, 나머지 14명은 모두 다른 얼굴이다. 그만큼 두개 이상의 대회에서 동시에 상위권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스타급 선수들도 자신이 주력해야할 대회를 선정해 연습시간을 조절하는 등 ‘우승’을 향해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자인 서지훈은 ‘MBC게임 스타리그’에서는 마이너리그로 떨어졌고 ‘테란의 황제’ 임요환도 ‘MBC게임 스타리그’에는 명함도 내밀지 않았다. 지난 시즌 ‘MBC게임 스타리그’ 우승자인 강민은 이번 시즌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에 오르고 ‘MBC게임 스타리그’에서도 메이저리그에 올랐지만 첫 경기에서 신예 테란 이병민에게 패해 패자조로 떨어졌다.
반면 신예 돌풍은 이번 시즌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MBC게임 스타리그’ 메이저리그에 오른 신예 이병민은 첫 경기에서 지난 시즌 우승자인 강민을 격파한데 이어 8강전에서도 장진수를 제압하며 승자조 4강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또 MBC게임 메이저리그의 경우 한승엽, 이병민, 최연성, 김환중, 심소명, 이재항 등 낮선 이름이 대거 오른데 반해 마이너리그에는 서지훈, 변길섭, 장진남, 주진철, 강도경, 조정현, 김정민 등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해 일각에서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뒤바뀐 것이 아니냐는 농담도 오간다.
여기에 오늘(4일) 개막하는 ‘프리미어리그’는 푸짐한 상금을 내걸고 있어 프로게이머들이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대회라는 점에서 기존 양대 리그 못지 않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김순기기자
[email protected]>
<전자신문(2003.10.4자) 제공>
출처 : progam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