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름값해야죠."

'퍼펙트 테란' 서지훈(슈마GO)을 인터뷰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날카로운 인상과 달리 무뚝뚝한 단답형 대답으로 기자들을 난처하게 만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 11일 스카이 프로리그에서 개인전 1승을 올리며 팀에 승리를 안긴 서지훈의 첫마디 역시 간단했다.

"우승자 징크스가 오랫동안 이어진 것 같지는 않아요. 스스로 깨달아 가고 있을 뿐입니다." 서지훈의 전성기는 지난해 8월. 파나소닉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당시 최강으로 불리던 '폭풍저그' 홍진호(KTF)를 3대2로 물리치고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였다.

서지훈은 그 시즌 4강전에서도 그의 별명 답게 '테란 황제' 임요환(SK텔레콤)마저 3대0마저 물리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다음리그에서 8강에 그친 것을 시작으로 온게임넷 스타리그 예선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이때의 기분을 물었을 때도 간단한 한마디. "잠깐의 방심도 허락치 않는 승부의 세계를 깨달았지요."

요즘 서지훈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신의 천적으로 지목되는 이윤열(상대 전적 1승10패)도 다른 대회에서 물리쳐 연패의 사슬을 끊었고, 질레트 스타리그 우승자인 박성준을 상대할 유일한 프로게이머로 그의 이름은 반드시 거론된다. 전성기 시절의 '완벽함(퍼펙트)'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함께 팀내 에이스였던 강민이 KTF로 이적하고 난 뒤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책임감도 그를 이끄는 또다른 힘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보다는 더 이상 후회가 남는 경기는 하지 않을 겁니다." 오랜만에 독기에 찬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황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