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게임캐스터, 게임해설자가 함께 연출하는 e스포츠 경기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하지만 e스포츠 중계방송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있다. 게임 화면을 현장에서 잡아내는 `게임옵저버'와 선수들의 전투 현장(맵)을 만드는 `게임맵 제작자', 경기 중에 적절한 음악을 삽입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 감독'이 그렇다. e스포츠 분야에서 소금과 같은 사람들이지만 얼굴은 없다. 하지만 이들로 인해 e스포츠 팬들은 더 박진감 넘치고 맛깔 나는 경기를 볼 수 있다.


◇게임옵저버 전문 김희제=김희제(33세, 사진)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전문 게임 옵저버이다. 게임 옵저버란 시시각각 펼쳐지는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화면을 TV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시청자가 TV로 보는 경기 화면은 경기 중인 선수들이 보고 있는 화면이 아닌 김씨가 선택한 화면이다. 결국 김씨의 손이 시청자의 눈을 대신하는 셈. 때문에 간혹 중요한 전투장면을 놓치기라도 하면 항의가 빗발친다.

생각지도 못한 비장의 카드를 들고 나오거나 여기저기서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질 때는 애를 먹기도 한다. 보기엔 쉬울 것 같지만 정신 집중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2년 경력의 김씨는 이제 어떤 게임이든 초반 빌드만 보면 대강의 진행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지금도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

◇게임 맵 제작자 변종석=게임 맵 제작자는 게임이 벌어지는 경기장을 만드는 사람이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수 천명이 맵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실제 방송 경기용 맵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 안팎이다. 온게임넷에서 게임 맵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변종석(25세, 사진)은 가장 유명한 맵 제작자.

지난 1년여 동안 `스타리그'와 `프로리그'에서 쓰인 `노스탤지어'와 `기요틴'을 만들기도 했다. `남자이야기' `머큐리'와 같은 유명 맵들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하나의 맵이 완성되려면 수많은 테스트와 수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맵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종족간 균형과 전략 플레이가 가능한가 여부. 아무리 종족간 균형이 완벽한 맵이라 해도 천편일률적인 경기만 나오면 실패한 것이라는 게 변 씨의 설명이다. 변씨는 저그가 불리했던 섬 맵인 `파라독스'를 만들었을 당시 `안티 저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 만큼 성공한 맵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증거다.

◇게임 음악감독 백성호=게임이 `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갖추는 데는 경기 외에도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e스포츠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사운드나 경기 중간에 삽입되는 음악은 `보는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음악이 경기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서울음반 스튜디오 엔지니어 출신인 백성호(34세, 사진)씨는 지난 4년 동안 각종 e스포츠 프로그램에 쓰이는 음악을 도맡아 제작해 왔다. 오프닝, 소개, 등장, 퇴장 등 단계별로 특화된 음악을 선곡하는 게 백씨의 일이다. `스타리그'나 `프로리그' 오프닝 동영상과 함께 나가는 음악의 인기로 e스포츠 커뮤니티에는 가수와 곡명을 문의하는 글이 쇄도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화면과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게 백씨의 지론. 음악은 프로그램을 빛나게 하는 양념으로 프로그램보다 튀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백 씨는 현재 차기 `스타리그'에 쓰일 곡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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