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런주황띠(人族皇帝, 스타크래프트 게임중 인간족 '테란'의 황제라는 뜻)' 임요환이 왔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7∼8일 열린 'WEG(World E-sports Games) 한중 국가대항 전'은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중국의 '한류스타' 대열에 이미 합류했음을 확인하는 장 소였다.
주최측은 당초 중국내에서 유례없는 이번 공개 게임대회의 흥행을 확신하지 못 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조촐한 1천여명 규모의 TV 공개홀을 대회장으로 택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임요환(T1).이윤열(큐리어스).홍진호.강민.박정석(매직엔스) 등 스타크래프트 선수 5명, 이른바 '오대천왕(五大天王)'은 대회 기간 내내 열성팬들의 표적이 됐다.
공개홀을 가득 메운 팬들은 선수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뜨거운 환호성과 박 수를 보냈고 행사장 안팎에서 디지털 카메라나 카메라폰을 들고 줄서서 기다리다 선 수들의 모습이 나타나면 플래시를 터트렸다.
많은 여성팬들은 선수들에게 몰려들어 입고 있는 옷 등에 사인을 받으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심지어 선수들을 보기 위해 장쑤(江蘇)성 등 전국에서 며칠씩 기차를 타고 도착한 열성팬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임 선수는 7일 아침부터 밀려드는 150여개 현지 매체와 10여차례의 인터뷰 를 갖느라 파김치가 된 나머지 이날 경기에서 중국 선수에게 지는 이변을 연출하기 도 했다.
카메라를 들고 선수들을 기다리던 대학생 쑨이밍(孫一鳴.21)씨는 "임요환.홍진 호 선수가 한국.중국 게이머를 통틀어 가장 유명하다"며 "임 선수가 게임할 때 정신 력이 높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우통즈(吳童子.19)씨는 "홍진호 선수가 게임운영이 빠르고 플레이 스타 일이 통쾌해서 매우 좋아한다"며 "'Boxer(임 선수의 ID)'나 'Yellow(홍 선수 ID)'라 면 게임하는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며 게임을 안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중국에서 새로운 우상으로 떠오른 것은 국내에서 열린 각종 대회.경기의 동영상들 덕분이다.
이 동영상들이 시나닷컴(sina.com), 소후닷컴(sohu.com) 등 중국 유명 포털사이 트 게시판 등에 올라왔고 이를 본 중국 젊은이들이 신기에 가까운 한국 선수들의 솜 씨에 넋을 잃으면서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인기가 불길처럼 퍼져나간 것.
특히 임 선수와 홍 선수가 맞붙은 온게임넷 대회 결승전 동영상은 한 사이트에 서만 10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기록을 세웠고 경기 중계를 맡은 정일훈 캐스터마저 중국에서 유명인이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현지 팬사이트인 'yaoyuan.com' 등은 임요환.홍진호.강민 등 한국 선수들의 페 이지를 따로 마련해 놓고 있으며 임 선수 등의 팬클럽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스포츠 뉴스 사이트 'esai.cn'의 두슈(杜秋) 편집장은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 이 동영상 등으로 중국에도 알려지면서 이들의 유명세를 업고 젊은 층에서 프로게임 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편집장은 "이번처럼 열기가 높은 e-스포츠 대회는 처음인데 한국 선수들이 참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최근 부산에서 열린 한국 대회 결승전에 관중 1 0만명이 몰린 것처럼 중국도 한국에서 배워 e-스포츠를 잘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사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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