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역전극과 이변속출, 그리고 희비교차 속에 한빛스타즈가 스카이배 온게임넷 프로리그 1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7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10만여 명에 이르는 '스타크래프트' 대회 사상 최대의 관중이 집결한 가운데 열린 결승전에서 한빛스타즈는 SK텔레콤T1을 4대 3으로 눌렀다.
이날 양팀은 온게임넷 프로리그 결승전 사상 처음으로 7경기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며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에 보답했다. 먼저 승기를 잡을 것은 한빛스타즈 쪽.
1대 1 첫 경기에서 박경락은 저글링과 함께 가디언을 기습적으로 활용하며, SK텔레콤T1의 박용욱을 꺾었다. 프로토스의 박용욱은 맵 중앙에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며 초반 승부를 노렸지만, 정찰 중인 드론에 발각되면서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후 박용욱은 질럿과 아콘 조합으로 반격을 노렸지만, 4∼5기에 이르는 가디언을 막아내지 못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러나 SK텔레콤T1은 다음 열린 세 경기에서 연달아 한빛스타즈를 꺾으며, 전세를 완전히 역전했다. 특히 한빛스타즈가 단연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던 팀플 경기에서 2차례 연속 SK텔레콤T1이 승리하며 우승 문턱에 다가갔다.
두 번째 2대 2 팀전에서 SK텔레콤T1의 임요환은 한빛스타즈의 저그 강도경과 랜덤 저그 나도현을 연이어 격파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강도경과 나도현은 일단 초반 공격으로 SK텔레콤T1의 저그 이창훈을 아웃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나도현이 마린과 파이어뱃, 매딕 조합으로 반격에 나선 임요환에 무너졌고, 1대 1 대결에서 강도경 마저 오버로드 드롭 전략을 연이어 실패하며 항복(GG)을 선언하고 말았다.
세 번째 경기에서는 한빛 스타즈의 프로토스 박영민과 SK텔레콤T1의 테란 최연성이 2개 게이트웨이와 2개 배럭스로 맞서며 힘 대결을 펼쳤다. 초반 진영 입구 쪽에서 압박을 당한 최연성은 레퀴엠 맵의 특성을 이용한 시즈탱크 드롭십 작전으로 승기를 뒤집었다.
박영민 진영에서 지상으로 진입할 수 없는 지역에 탱크를 내려놓고, 다시금 본진에 마린과 매딕을 투하해 이를 막으러 들어오는 유닛들을 탱크로 격파했던 것. 이로써 최연성이 멀티 지역을 포함해 넥서스만 3번 연속 파괴시키자, 박영민은 'GG'를 치는 수밖에 없었다.
SK텔레콤T1의 저그 이창훈과 프로토스 김성제는 뛰어난 협력 플레이로 한빛스타즈의 저그 강도경과 프로토스 박영민을 다시 한 번 격파했다. 초반 이창훈은 저글링 수에서 강도경을 압도하며 상대 진영을 교란시켰다. 김성제는 질럿 6∼7기로 강도경의 입구를 틀어막아 놓고 이창훈과 합세해 박영민을 공격, 넥서스를 파괴시키는데 성공했다. 2대 1 상황에서 강도경이 밀리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때만 해도 SK텔레콤T1이 다섯 번째 경기에서 무난히 승리를 거두고 우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챌린지리그에서 우승하며 부활을 선언한 임요환이 다섯 번째 1대 1 경기에 나설 것이었기 때문.
그러나 믿었던 임요환이 한빛스타즈의 김선기와 벌인 테란끼리 대결에서 패배하며 상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임요환은 한발 앞서 스파이더마인이 탑재된 벌처로 조이기를 시도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김선기는 연이어 드롭십을 임요환의 멀티 지역과 본진에 투입시키며 다수의 SCV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임요환은 미네랄 및 가스 부족으로 병력 조합, 레이스 수에서 김선기에 밀리며 경기를 포기했다.
한빛스타즈는 비록 위기를 모면했지만 이어 열린 6경기에서도 맘이 편치 못했다. 이날 따라 주장 강도경이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데다, 이전 경기에서 이창훈·김성제가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보여줬기 때문. 저그 강도경과 랜덤 저그 조형근은 경기 초반 이창훈의 진영을 노렸지만, 김성제가 포톤 캐논을 건설해줌에 따라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김성제는 자기 진영에 포톤 캐논 2기를 건설해놓고, 중·후반을 노리는 체제를 만들어갔다. 그러나 김성제가 커세어 1기를 막 만든 상황에서 강도경과 조형근이 저글링·뮤탈리스크 조합으로 덤벼들었고, 탄탄할 것 같은 방어벽은 무너지고 말았다. 절묘한 시점에 공격을 가해 김성제를 제압한 한빛스타즈 팀플조는 병력면에서 이창훈을 압도하며 전체 경기를 3대 3 원점으로 돌려놨다.
마지막 7경기는 한빛스타즈 나도현과 SK텔레콤T1의 김현진 간 테란전으로 벌어지게 됐다. 초반 벌처와 시즈탱크로 약간의 교전을 벌인 두 선수의 대결은 중반에 이르러 레이스 대결로 접어들었다. 스타포트를 3개 건설하며 레이스를 끌어 모은 김현진은 2개 스타포트의 나도현을 곤경에 빠뜨렸다. 레이스의 양적 우세를 이용, 멀티 지역을 잇따라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던 것.
그러나 노련한 나도현은 남은 대부분의 자원을 레이스 생산에 쏟아 부었고, 멀티 견제에만 집중했던 김현진보다 더 많은 수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두 차례의 레이스 간 교전에서 나도현이 압승했고, 김현진은 더 이상 이렇다할 반격을 하지 못한 채 백기를 들었다.
이로써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한빛스타즈는 지난 2003년 8월 KTF 에버컵 프로리그에서 동양 오리온스(SK텔레콤T1의 전신)에 당한 패배를 설욕했다. 또 SK텔레콤T1이 가지고 있던 우승컵도 한빛스타즈에게 넘어가게 됐다.
한빛스타즈의 이재균 감독은 "주요 선수들이 시즌 초반 이적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똘똘 뭉쳐 우승으로 이끌어준 팀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이끈 나도현은 감격에 겨우 눈물을 글썽이기도.
SK텔레콤T1의 주훈 감독은 "창단 후 팀리그 첫 우승이란 목표 아래, 하루 15시간 이상의 강훈련을 견뎌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며 역시 팀원들을 격려했다. 임요환은 "스카이배 프로리그의 한 부분인 1라운드가 끝난 것이니 만큼,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2, 3라운드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광안리 해변에 마련된 경기장에서는 수만 명의 관중이 경기가 끝난 새벽 1시경까지 남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며 e스포츠의 열기를 확인시켜 줬다.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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