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 플레이가 주무기로 주목
한승엽(18, 소울)은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를 시작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예다. 그런 그가 최근 메이저 스타리그8강에 올라 주목받고 있다. 한승엽은 자그마한 눈 때문에 ‘마시마로 테란’이라 불리며 어떠한 종족을 상대하든지 지극히 정석인 플레이가 주무기다.
한때 유소년 축구선수로도 활약했었던 그는 ‘게임’ 때문에 축구를 포기했다. 동기들은 프로축구선수가 됐지만 한승엽 만은 프로게이머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게임' 때문에 축구도 포기
한승엽이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았다면 붉은 색 유니폼을 입고 녹색의 잔디구장을 누비는 축구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당시 포지션은 ‘스위퍼’라고 하는 ‘최종수비수’.
유난히 키가 작았던 그는 축구를 시작하면서 혹독한 훈련과 스트레스로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됐다.
새벽운동이다 뭐다 해서 공부는 뒷전이었으니 학교 수업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부’는 고사하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몇 시간씩 칠판만 바라보는 것조차 그에게는 고문이었다.
그때부터 ‘스타’를 시작했다. 운동을 그만두면서 방황을 시작했고 그의 허전함을 채워주기 위한 수단으로 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한때 유소년 축구선수로 활동
운동을 잠시 쉬었던 고1때부터 ‘스타’를 시작한 한승엽은 학교수업을 빼먹고 하루가 멀다하고 PC방을 드나들었다. 집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뎀으로 게임을 하다보니 전화료는 매달 10만원을 훌쩍 넘는 일이 다반사였고 결국 자퇴를 선택했다. 작은 키로 더 이상의 선수 생활은 힘들다고 판단했고 축구보다 ‘스타’가 더 즐거웠기 때문이다.
자퇴를 하기까지 어머니와의 마찰도 심했다. 어머니는 ‘숙소로 돌아가라’며 운동을 계속하기를 원하셨다. 그러나 등교 길에 번번이 PC방으로 줄행랑치는 아들에게 백기를 들고 말았다. 정조국을 비롯해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운동을 했던 동기들은 프로구단에 입단해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실업팀에 입단해 프로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동기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프로게이머가 되어 TV에 등장하는 한승엽을 더 신기해한다.
프로게이머가 되면 떼돈 번다?
한승엽은 현재 정식프로게이머 인증을 앞두고 있는 준 프로게이머다. 활동기간에 비해 조금은 빠른 결과이다.
2001년 문광부장관배 게임대회에서 이윤열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때 NISSI팀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잠깐 팀 생활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소울팀에 합류하면서부터다.
게임을 시작하고 TV에 얼굴을 내비치자 어머니 친구 분들의 축하전화가 쇄도했다. ‘임요환·홍진호 같은 프로게이머가 되면 돈도 엄청 번다는 데 아들 덕에 집 장만하는 거 아니냐?’는 것.
그러자 어머니는 그를 불러놓고 “승엽아! 너 돈 벌어서 다 모하냐?”며 진지하게 물으신 적도 있다. 지금은 어머니와 누나가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누나는 “TV에서는 아예 눈이 안 보인다”며 ‘마시마로 테란’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방송·연예계통으로 성공하고파
한승엽은 작은 키 때문에 운동을 그만 두었지만 이후 키가 훌쩍 자랐다. 지금은 182센티미터이며 계속 자라는 중이라고. 눈웃음이 매력적인 그의 어릴 적 꿈은 ‘축구선수’가 아니라 ‘연예인’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마찬가지. 내년 4월에 검정고시를 치르고 방송·연예 계통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눈이 작아 감정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하지만 그는 “처음 게임방송에 출연했을 때에는 마이크만 들이대도 얼떨떨했었지만 곧 방송에 익숙해졌고 재미를 느끼게 됐다”며 타고난 방송체질임을 과시했다.
물론 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의 목표는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
우선 올해 안에 각 종족을 상대로 평균적인 승률을 올릴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기필코 양대 메이저리그를 석권한다는 계획이다.
돈 많이 벌어 효도하고 싶다!
한승엽의 어머니는 이혼 후 10여 년 가까이 남매만을 위해 희생하셨다. 궂은 일도 마다 않으시고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뒷바라지를 해 오셨다.
어머니는 아무리 힘들어도 남매에게는 내색 한번 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작년에 화원을 운영하시다 실패하신 이후 난생처음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셨다.
“빚이 생기고 어머니께서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니 얼른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비로소 어머니와 누나를 책임져야할 가장임을 실감했다.
마냥 철없이 어머니 속만 썩혀 드린 일이 못내 가슴아파 이제부터라도 효도를 해야겠다는 것. “어머니와 계약(?)했어요. 상금의 70%를 드린다구요. 좋은 성적 거둬서 많은 상금을 가져다 드리는 게 바로 효도겠죠?”
사진=유영민기자 l 김수연 기자
<경향게임스(2003.9.23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