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온 세상에 맑고 고운 소리’를 울리던 한 소녀가 요즘에는 다른 소리를 낸다. ‘고, 고, 고’ ‘유브 갓 낫 이너프 미네랄스(미네랄이 부족합니다)’ 등 스타크래프트 유닛이 내는 소리를 울린다.



게임 전문채널 온게임넷에서 ‘CU@배틀넷’을 진행하고 있는 게임자키 염선희씨(21)가 프로게이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염씨는 14년 전 ‘온 세상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로 시작되는 영창피아노 광고에 직접 피아노를 치며 출연했던 주인공. 피아니스트가 됐을 법한 그 소녀가 전혀 다른 인생 행로에 당찬 도전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시카고주립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때 접했던 스타크래프트에 거의 중독되다시피 해 지난해 3월 휴학계를 내고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활성화돼 있는 한국행 비행기에 무작정 올랐다. 때마침 온게임넷 게임자키 모집공고를 보고 응모해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었다. 16여년 동안 피아노에 익숙했던 그의 손가락은 이제 키보드를 누르고 있다.



올 목표는 e스포츠협회에서 주최하는 커리지 매치에 출전해 프로게이머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 예쁘장한 얼굴에 가려진 그의 스타크래프트 실력은 대단하다. ‘난다 긴다’ 하는 고수들이 판을 치고 있는 네오게임아이 서버에 1400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프로게이머 도전을 위해 2월부터는 방송 녹화가 있는 월요일을 뺀 나머지 시간은 하루에 12시간 넘게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할 때 빠른 손놀림이 필요한데 피아노연주 실력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 피아노를 치다보니 손목에 무리가 갔다.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오른쪽 손목에 통증을 느껴 진통제를 먹어가며 연습하고 있다. 수술도 해야 하고, 내년에는 복학도 해야 돼 올해 안에 자신이 그렇게 빠진 스타크래프트에 기록을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스타크래프트 외에도 다재다능한 재능을 갖고 있다. 영어는 네이티브수준이며 스페인어, 중국어와 한국어를 포함해 4개국어를 구사한다. 언어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고교 2학년 때는 무턱대고 나스닥 증권시장에서 50만원어치 주식을 사 4500만원까지 불렸던 경험도 있다.



황희창기자 tee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