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2003-09-26 08:30:00]
광활한 국토, 풍요로운 자원, 캥거루와 오페라하우스 등으로 유명한 호주는 모든 자연환경이 미국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와 사고방식은 유럽과 비슷하다.
전세계의 주요 IT기업들이 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호주는 국제적인 IT시장으로서 IT서비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게임시장에서도 선진 시장으로 앞서가기 위해 다양한 게임 산업을 육성에 나서고 있다.
호주의 게임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혼합시켜 놓은 것 같아 게임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에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호주시장을 ‘테스트 마켓’으로 삼는다.
그래서인지 호주 게이머들은 스테디셀러 게임보다는 신규 게임 타이틀을 선호한다.
전체 인구가 2500만명에 불과한 호주는 세계 게임시장에서 1%에 지나지 않은 미미한 규모로 내수 시장이 협소한 단점이 있지만 호주에서 성공한 게임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
호주 게임시장의 양적 규모는 작지만 인구비율 대비 게임 인구를 따지면 미국과 유럽을 앞서는 데다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국으로 게임 신작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을 파악하기에는 호주가 적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주는 인터넷망이 발전하지 못해 아직도 모뎀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온라인게임 열풍을 주도한 PC방도 많지 않다.
작년까지 800여개에 불과했던 인터넷카페도 올해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게임 문화가 PC방 문화라면 호주는 단연 랜파티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호주의 게임 문화로 자리잡은 랜파티는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매우 독특하다.
각지역의 젊은이 수백여명이 랜이 설치된 회의실이나 센터 등에 모여 밤 새워 게임을 즐기는 데 특이한 것은 각자의 컴퓨터 하드와 모니터를 들고 온다는 것이다.
이 모임은 이제 젊은이들의 축제로 자리잡아 새로운 풍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직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곳 젊은이들은 아직도 PC패키지 게임이나 콘솔비디오 게임을 주로 즐기고 있으며 PC방도 게임을 하기 위한 곳이라기 보다는 e메일을 확인하거나 문서작업, 웹서핑 등에 주로 이용된다.
이때문에 한국의 온라인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까지 3회에 걸쳐 한국에서 WCG가 열리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이다. 대부분이 학생인 게이머들은 1년 동안 친구들끼리 모여 게임실력을 키워 한국에서 열리는 WCG 본선에 참가하는 것을 가장 큰 꿈으로 삼고 있다.
2000년 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는 호주 시드니는 2005년 게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유치활동을 시작했다. 호주는 지리적 여건상 아시아와 미국, 유럽의 전략적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세계 속에 자국의 게임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호주 국가대표 선발전 이모저모
호주는 WCG의 첫 대회부터 줄곧 참가하고 있으며 지난 8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시드니의 컨벤션센터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개최했다.
이번 선발전은 6개주를 순회한 ‘WCG 2003 랜파티 예선전’을 거쳐 올라온 100여명이 본선에서 결전을 벌여 12명의 국가대표를 선발했다.
국가대표 선발 토너먼트가 진행되는 이틀간, 컨벤션센터의 다른 홀에서는 일반 게이머들을 위한 랜파티가 열렸다. 토요일 오전 10시에 입장해 일요일 오후 5시까지 ‘논스톱’으로 진행된 랜파티에는 400여명의 일반 게이머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띠는 선수들은 5명으로 이뤄진 팀으로 대력을 펼치는 ‘카운트 스트라이크’ 대표팀.
대전 슈팅게임인 ‘카운트스트라이크’는 호주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미주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이다. 한국에서도 스타크래프트 만큼은 아니지만 카운트스트라이크의 인기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호주의 카운트스트라이크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된 ‘Fuction Zero’ 5명은 모두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로 4년 전부터 이 게임을 시작한 베테랑들이다. 그들은 WCG 2003 호주 국가대표 선발 전을 두 달 앞두고 매일 인터넷 카페에 모여 하루에 3∼4시간씩 맹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한 달에 한 번씩 500명씩 모이는 랜파티에서 밤샘 경기를 펼치며 높은 실력과 기술을 가진 게이머들과 다양한 경기를 펼쳤던 경험들이 우승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게임을 좋아하고 잘 한다고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학교를 졸업하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프로게이머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드니(호주)=김병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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