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의 수문장 강도경
2002 월드컵 전 독일은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는 팀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독일은 GK 칸을 중심으로 한 철벽 수비와 클라제와 발락의 강력한 골 결정력을 바탕으로 결승에 오른다. 10여년간 하락세를 보이던 독일 축구의 부활을 예고한 것이다.
물론, 당시 독일은 대진운도 좋았다. 게다가 한국이 유럽의 강호들을 연파해 주며 다소 수월하게 결승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운으로만 돌리기엔 칸의 거미손같은 플레이는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프로리그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는 한빛스타즈를 보면 2년 전 월드컵에서 독일을 보는 듯하다. 한빛의 연승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비결을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것이 한빛의 ‘모토’가 됐을 정도.
그러나, 한빛의 강세에는 '소리가 나는’비결이 있다. 메가 스튜디오에서 취재중인 성준모 기자와 한빛의 주장 강도경 선수의 시끌벅적한 대화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었다.(게이머 출신 성준모 기자와 강도경은 매우 절친한 사이다)
"니네 팀은 뭐 땜에 이렇게 잘나가는 거야?”라고 성준모 기자가 비꼬듯 묻는다. “내가 있잖아!”라며 강도경이 받아친다. 이에 성 기자는 “넌 팀플밖에 안나오는데 그게 말이 돼?”라고 공격한다. “안되면 말고. 하하하! 웃기다.”라며 강도경은 한껏 웃는다.
한빛의 강세는 강도경의 말대로 그의 존재 때문이다. 한빛에는 칸처럼 승리를 지켜 줄 수문장이 있다. 강도경을 중심에 둔 한빛의 팀플조는 필승카드임과 동시에 개인전 출전 선수들에게 안정감까지 준다. 세트 스코어 1대0에서 개인전을 하는 한빛 선수들은 상대보다 훨씬 과감하며, 자신있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 또한 이재균 감독은 개인전에 약한 맴버를 강도경의 파트너로 붙여 빈약한 개인전 라인업을 보충하는 용병술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두 선수가 거둔 1승이므로 강도경의 승리는 0.5승으로 계산해야 하는 것인가? 일부에서는 개인전 출전을 전혀 하지 않는 ‘강도경’을 한 물간 선수로 취급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마무리 전문 선동열 투수을 비난하는 것과 같다.
현대 스포츠는 분업화의 길을 걸어 왔 듯, 이러한 분업화는 e스포츠라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적어도 프로리그에서의 팀플레이 경기만큼은 이러한 분업화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헥사트론의 ‘장진수-김갑용’ 조나 Soul의 ‘박상익-곽동훈’ 조가 여러 상위팀들의 팀플 성적보다 앞서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1경기 팀플로 고정된 스카이프로리그 1라운드에서는 팀플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이 필승전략인 셈. 어느 팀 감독이 첫 세트를 이기고 싶지 않겠는가. 팀플에서 무한 능력을 발휘하는 강도경을 팀플에 전담하게 하는 것은 이재균 감독의 당연한 전략 아니겠는가.
고액연봉을 받으며 인기를 구가하는 많은 스타리거들이 프로리그에서 연전연패하는 상황에서, 팀의 승수쌓기에 확실하게 기여하고 있는 강도경 선수는 스카이 프로리그 우승을 위한 '필수요소'가 아닐까.
강도경 선수 같은 팀플 전문 게이머들이 스타리거 못지않은 연봉을 받게될 날도 머지 않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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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컴퍼니 김길리 이사 약력
-1971년 7월 7일 서울 출생
-대원외고 서어과 졸업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졸업
-현 주)게임앤컴퍼니 이사
*한국e-Sports협회 주최 커리지매치 주관 총괄
*온게임넷 스타 크래프트 리그 주관 총괄
*온게임넷 워크래프트3 리그 주관 총괄
*소콤 WCG 한국 예선전 기획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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