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2003-09-24 08:30:00]
인구 400만명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IT 강국이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환경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게임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한국을 빼닮았다.
빠른 속도로 IT산업과 게임 시장이 발전해 가는 것과 정부의 지원 정책도 한국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한국처럼 각종 게임 리그와 게임 전문 방송, 그로 인해 탄생한 신규 직업인 프로게이머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게임산업은 대부분 스타크래프트 등 패키지 게임과 플레이스테이션(PS)2 콘솔게임 등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국산 온라인 게임은 아직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자국의 창작 게임도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서의 세계 게임 올림픽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에 대한 열기는 한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WCG 싱가포르 국가대표 선발전의 열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제 1회 대회인 ‘WCG 2001’ 부터 참가해 왔으며 올해는 1000여명의 게이머가 참가해 7개 공식종목에서 총 12명의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했다. 이 대회는 공식 후원사인 삼성과 인텔을 비롯해 국영 통신 기업인 싱텔, 싱가포르 청소년 자문위원회, 정보통신부와 관광부 등의 정부기관이 후원하는 최대규모의 게임 공식행사로 자리잡았다.
이 대회를 통해 싱가포르의 젊은이들은 WCG의 종주국인 한국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대표선수들이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본선이 열리는 한국을 방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서가는 한국의 IT산업을 직접 체험하며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싱가포르는 내년에 열리는 본선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섰으나 미국의 샌프란시스코가 4회 개최 도시로 결정됨에 따라 2005년에 개최되는 제 5회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벌써부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도시인 서울시와 문화관광부 등 정부기관들이 WCG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이 대회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인 게임을 양성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은 각종 대규모 국가 행사를 전문 대행하는 ‘사프라’가 운영 파트너로 선정돼 공공성과 공익성을 부각시켰다.
WCG 2003 싱가포르 국가대표 선발전은 게임 대회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각종 퍼포먼스, 댄스 경연 대회, 청소년들에게 인기 높은 밴드의 공연 등이 부대 행사로 함께 진행됐다.
WCG는 단순한 게임대회가 아니라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싱가포르 젊은이들의 축제이며 도전의 장으로 한단계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국제적인 게임 대회인 WCG의 유치는 싱가포르의 침체된 경제 상황에 활기를 불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싱가포르의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게임 산업 지원 활동으로 ‘아시아의 게임강국’으로 빠르게 자리 잡을 전망이다.
◇WCG 2003 싱가 포르 국가대표 선발전 이모저모 지난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한국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광장인 ‘니안 시티’에서 열린 ’WCG 2003 싱가포르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작년에 비해 참가선수가 40%나 증가했다.
싱가포르 젊은이들의 게임의 열기는 한국 못지 않으나 게임리그는 WCG가 유일해 게이머들에게는 연중 최대의 행사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게이머들은 국가대표가 되어 한국에서 세계의 게이머들과 함께 게임 대전을 펼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나흘간의 WCG 2003싱가포르 국가대표 선발전 기간 동안 참가자 뿐만 아니라 이 행사를 참관한 젊은이들은 각종 퍼포먼스와 댄스 경연대회, 밴드의 공연을 즐겼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경기가 계속되는 동안 싱가포르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니안 시티는 젊은이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번 대회에는 38세의 최연장 게이머와 7세의 최연소 게이머인 부자가 싱가포르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쳐 싱가포르 현지 언론과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부터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콘솔게임 ‘헤일로’에 참가한 부자는 16강에서 맞붙어 대전을 펼쳤다. 결국 7세의 아들이 아빠를 제치고 8강에 오르자 주위의 환호성이 터졌으나 아쉽게 4위에 머물러 결국 한국에서 세계 선수들과 한판 붙을 7세 꼬마의 경기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지난 5월부터 아들과 함께 매일 저녁 한 시간씩 연습해 왔다는 아모스 초이(38)씨는 “무조건 게임을 막는 것보다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게임 습관을 키울 수 있도록 부모가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폭력적이지 않고, 선정적이지 않은 게임을 고르는 것에 무엇보다 신중을 기한다”고 말했다.
<김병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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