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은행원 생활을 벗어 던지고 e스포츠전문가로 나선 사람이 있어 화제다. 바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의 전적분석전문가 심현 씨(31)다. 그는 지난달 말 멀쩡히 다니던 은행에 사표를 던지고 e스포츠전문가로 변신을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고민했어요. 판이 커진다고 확신했고 분명이 나를 필요로 한다고 느꼈죠."
스포츠의 클라이맥스는 항상 기록이 장식한다. 한국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신기록, 박종호의 아시아 연속경기 안타신기록까지, 예는 차고 넘친다.
"현재 e스포츠는 전체를 아우르는 공식기록이 없어요. 각 방송사 주도로 따로따로 정리할 뿐이죠."
방송사간 기록 교류도 없고 이벤트전인지 공식전인지 정의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승기록도 유명무실하다는 것. 심 씨는 이에 대해 "<스타크래프트> 경기는 각 종족별 밸런스가 바뀌는 패치에 따라 승패가 많이 갈린다"며 1.08 버전부터 기록으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직장 동료들과 밥 내기 삼아 접했던 <스타크래프트>가 1999년 케이블TV 투니버스에서 리그로 중계되자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
"2001년 한빛소프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엄재경 해설위원이'임요환 선수가 지금 연승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죠. 갑자기'기록'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쳤어요. 그 때부터 TV 앞에 앉아 결과를 꼼꼼하게 적기 시작했습니다.”
심 씨는 야구명문 군산상고를 다닌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접했다. "'땅표'라고 하죠? 기록지 작성법을 어릴 때 배웠을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어요."
그는 재미삼아 적기 시작한 <스타>리그 기록이 1년을 채우자 엑셀로 옮겨서 파일로 정리를 시작했다. 기록이 쌓이자 빠진 부분들이 궁금해졌다.
그 때 발견한 곳이 <스타>리그 랭킹사이트 PgR21(www.pgr21.com)이었다. "적을 땐 한 시간, 많을 땐 밤을 새면서 PgR의 기록을 옮겨 적었죠." 그는 엄청난 열정으로 한달 반 만에 그곳의 모든 기록을'흡수'했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아예 운영진으로 참여해'알테어(Altair)'라는 필명으로 전적통계와 재미있는 분석 글들을 올려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심 씨는 99년부터 지금까지 온게임넷 MBC게임 경인방송 게임큐 등 대부분의 경기를 총망라한 1만 2000여 경기의 기록을 갖고 있다. 날짜 대회명 경기 승자 패자는 물론 종족과 맵 버전까지 상세히 표시된 게임분야의 귀중한 자료들이다. 이곳저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의 전적과 그에 기반한 다양한 통계의 가치는 계약금만 5000만원을 호가하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 3년간 TV앞에서, 리그예선현장에서 발로 뛰며 모은 기록을 돈으로만 보는 시각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e스포츠의 발전과 함께 하고 싶어요. 전적분석 전문팀 같은 것이 생긴다면 꼭 한번 일해보고 싶습니다."
전적 계약금을 받으면 성대한 아마추어 대회를 열고 싶다는 것이 심 씨의 바람이다.
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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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tair~★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