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 팬 카페 회원 32만 '황제를 위하여'
학창시절 반에서 꼴찌 다투던 '야인'
"내년에 군 입대하더라도 계속 게임"
황제와 대신들이 만났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의 센트럴시티 내 신나라 레코드 매장이 들썩였다. '황제'의 행차(?) 때문이었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23)는 최근 시판한 DVD 발매를 기념해 이날 사인회를 했다. 이 행사가 끝난 뒤 황제는 등극 전부터 그를 보위하며 그의 황궁 '임요환의 드랍쉽이닷-_-'을 지켜온 대신들과 인근 호텔 앞 공원에서 오붓한 이색 만남을 가졌다.
현재 임요환의 인기에는 애정 넘치는 그의 팬 카페 '임요환의 드랍쉿이닷-_-'이 주춧돌 역할을 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같은 관계를 가져온 대신들이어서 그런지 이들의 만남은 단순한 팬과 스타의 만남 이상이었다. 티격태격,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나눠진 황궁의 이야기를 대신들은 혼자 독식하기엔 찔린단다. 마음 착한 대신들은 임요환의 공식 팬 카페(
http://cafe.daum.net/yohwanfan, 이하 요환동)를 운영하는 ⓓockⓒanⓓy(27), 잠뽀 진경(25), 포도☆―(25), 하얀요환♡(23), ①unⓐtic_ⓔyeⓢ(20) 등 5명이다.
황제는 꼴찌였다?
황제 등극 전 야인 시절 그는 어땠을까. 공부를 열심히 했을까. 그가 고등학교 다닐 때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했다고 하자 우리는 모두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그는 억울하다는 듯, "특별히 말썽을 일으키는 학생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누가 물었나요? 도둑이 제발 저린 건가?) '없는 듯 있는 듯한 학생?'이었냐고 묻자, '있는 듯 살짝 있는 듯한 학생'이었다는 특이한 표현을 썼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졸업사진 옆에 있는 학생과 '반에서 꼴찌를 앞다퉜었는데 그 친구가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만약 그 친구가 전학이라도 갔으면 어떻게 될 뻔했냐'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임 선수의 말에 다들 '까르르'.
요환동 체육대회에 "잘 뛸 수 있냐"고 묻자 "학창시절 체력장을 하면 특급, 아니면 1급이었다"며 지난 날 날렵했던 신체를 자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고 엄살. 하긴 숙소에서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연습만 하고 있으니. 예전 황제들도 그랬다지. 좀 불쌍해졌다.
황제를 아프게 하는 것들
황제의 심기를 가장 건드리는 것은 물론 결투에서 패했을 때. 일부 연예인처럼 그도 스토커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팀 숙소가 비밀리에 이사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숙소 앞에 지키고 있는 아리따운 여학생들. 또는 문자 보내고 답변이 오지 않는다고 악을 쓰는 팬. 그런데 임 선수, "전화번호도 안 찍고 문자를 보내면 어떻게 하라구!"(팬 여러분, 황제를 괴롭히지 맙시다! 결투에 악영향을 줍니다.)
그는 "항상 사무실에 박혀 있기 때문에 날 스토킹하는 사람들은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오히려 그를 쫓는 눈들을 걱정(?)해 줬다. 혹시 스토커에게 걸려들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운동 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면도하지 않는 징크스와 비슷한 징크스가 그에게도 있었다."면도하는 부분의 피부가 약해 쉽게 상처난다. 아침에 면도를 했는데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날 하루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런데 제일 당황스러운 것은 상처가 나면서까지 면도를 했는데 팬들이 "오늘 면도 안 하셨어요?"라고 물어올 때. (야속하겠죠. 하지만 팬들은 거짓말 안 해요!) 면도는 임 선수에게 '커리어'나 '울트라리스크'(스타크래프트 유닛)보다 더 큰 스트레스덩어리인 모양. 앞으로 더 열심히 쳐다봐야지!
요렇게 군대 간다?
오너 드라이버가 된 지 약 1개월. 그동안 약 4000km를 주행했다고 하니 얼마나 운전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게임 말고는 운전만 하나?) "완전히 운전 기사가 됐다. 차를 쓸 일이 생기면 주변에서 나를 찾는다"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 세차한 다음 날 비가 오는 게 정말 싫다.
'차를 난폭하게 몰고 다닌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누가 그랬냐"며 정색하는 임 선수. K 선수의 이름을 대자 "K가 탔을 때만 그랬다"며 재미있는 일화를 얘기해 줬지만 그 선수의 명예를 위하여 그 이야기는 올리지 않고 고이 가슴 속에 덮어두도록 하겠다.
최근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은 요환의 군 입대. 임 선수는 "내년에 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프로게이머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대기 하나를 단 이등병 임 선수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웃음이 나온다) 임 선수, 아마 군대 가면 육군 해군 공군 작전사령관도 우습게 여길지 모른다.
대화를 하다 보면, 불시에 '요환개그'를 맛볼 수가 있다.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 말 나오는 대로 하는 거라지만 그 썰렁함은 주체할 수가 없으니. 이번 만남에서도, 별명이 '아싸'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별명을 듣더니 임 선수 말하길, "만약 성이 이 씨면, 영어로 아싸 리(Lee)겠네요?" -_-; 아~.
By 운영자를 대표해서 하얀요환♡(조선영)
[주요대회 우승경력]
■제1회 SBS 멀티게임 챔피언쉽(2000)
■한빛소프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2001)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2001)
■제 1-2회 WCG 세계대회 스타크래프트부문 금메달(2001,2002)
---------------------------------------------------------------------------------------------------------------------------------------
임요환 팬 카페, 전지현 박한별 등 톱스타 회원 능가
'FIGHTING YO' EMPEROR!.
'황제'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식을 줄 모른다. 오히려 더 활활 불타 오르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 임요환의 팬 카페(cafe.daum.net/yohwanfan)회원 수는 다른 프로게이머는 물론 톱 연예인을 훨씬 능가한다.21일 현재 32만 여명.
임요환의 일거수 일투족에 죽고 못 사는 팬들이다. 전지현(14만). 박한별(13만). 손예진(10만) 등 톱스타 팬카페의 회원수와 비교도 안될 수준이다.
놀라운 것은 최근 들어 팬 카페 가입자 수가 가장 무서운 기세로 늘어
나고 있다는 점. 2000년 8월 처음 문을 연 이후, 느릿느릿 8개월 지나서야 회원수 5000명을 넘었던 '임요환의 드랍쉽이닷-_-'은 임요환이 2001년 5월 한빛소프트배를 우승하면서 2만 명을 넘었다. 그 뒤 거의 매달 1만명씩 꾸준히 그리고 가파르게 회원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매달 1만 명 수준의 증가세는 지난달 11일 28만 명을 돌파하면서 폭발
했다. 불과 17일 만에 신규 가입이 4만 명이 넘어 버린 것. 도대체 끝이 안 보이는 기세다.
최근 한 경기에서 99% 졌던 경기를 뒤집는 극적인 역전승 후 팬들의
관심이 다시 불붙었고, DVD 등의 발매에 맞춰 팬들의 가입이 줄 잇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요환의 빼어난 외모와 출중한 성적이 우선 요인이겠지만 열성적인 운영자들의 헌신과 거의 매일 글을 남겨놓는 임요환의 정성도 팬 카페 인기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임상훈 기자 <
[email protected]>
---------------------------------------------------------------------------------------------------------------------------------------
"인생의 황제가 될 수 있길" 임요환에 띄우는 편지
임요환 선수에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많이 피곤했을 텐데 환한 미소로 맞아줘 너무 고마웠습니다.만남이 끝날 무렵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았습니다. 황제의 빛깔이죠. 가을과 겨울, 그 하늘빛 같은 성과를 거두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마음속 깊이 와 닿았다는 "패배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는 말처럼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겠지요. 단지 '테란의 황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에 황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03년 9월 23일 죽고 못사는 팬 일동!
---------------------------------------------------------------------------------------------------------------------------------------
임요환, 스폰서로부터 받는 돈 연봉 1억원
동서고금을 통해 황제는 비밀이 많다. 실제 얼마나 버는지, 여친은 있는지 정확히 말해주지 않는다. 임요환의 공식적인 연봉은 스폰서인 오리온으로부터 받는 1억 원이다. 잘나가는 샐러리맨들도 억대 연봉을 많이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는 명성에 비해 박봉이다. 그 외 각종 대회에 나가 상금을 받지만 일반인이나 팬들의 생각만큼 아주 많지는 않다.
대신 연예인들처럼 각종 이벤트에 초청받아 게임을 할 경우 꽤 괜찮은 부가 수입이 생긴다. 서울의 경우 400만 원 정도, 지방 원정은 500만~600만원 수준이다. 2001년부터 모은 돈은 자신의 이름을 딴 PC방을 아버지가 차리는 데 대부분 사용했다.
요즘 임요환의 용돈 중 가장 많은 비중은 차량 유지비가 차지한다. 혹 외제차, 엄청난 배기량을 지닌 최고급 승용차를 상상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면허를 딴 후 곧바로 중고 EF쏘나타를 구입, 신주 모시듯이 아끼며 타고 다닌다. 프로게이머의 생활에 동경을 갖는 10대들이 많지만 실제 그들의 생활은 땀투성이다. '테란의 황제'라고 불리지만 임요환의 생활은 주지육림에 빠지는 황제와는 정반대에 가깝다. 방송사별 게임대회에 출연하느라 바쁜 것은 물론이고 연습실에서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숙식을 해결하며 연습하는 게 일상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거의 하루종일 연습한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임상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