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 값 제대로 하는 글입니다 크크... 여하튼 근황 아닌 근황입니다.
2. 그간 짧게 나가던 알바처와 계약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어느순간 '이거 이렇게 매일 나오면 직원이 낫지 않나...?'싶어서 질러버린 경향이 큰 편입니다. 계약기간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력서에 뭐라도 채울 순 있겠죠.
3. 이전 글에 나왔던 어느 분(관련 글 :
https://cdn.pgr21.com/freedom/99259) 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그 전에, 잠시 제 얘기로 밑밥을 깔고 가겠습니다.
4. 위키에서 경계선 성격장애라는 항목을 보다가 '어..? 이거 좀 나랑 꽤 겹치는데?'싶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 대인관계의 베이스 중 하나가 애정결핍이 어느정도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자가진단 하는게 좋은 일은 아닌 거야 저도 알고 있고, 조만간 제대로 검사를 받아볼 예정이긴 하나 제가 대인관계를 어떻게 짜놓는 지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일종의 가면이었죠.
5. ADHD임을 인지한 현 시점에서 제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엔 어떻게든 정상적인 인간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일종의 긴장감을 품고 대하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덮어씌울 수 없다면 가볍게 환심을 사던가 하는 식으로 무마하기도 하죠. 사람 좋게 웃어넘기고 간식거리를 사오거나 하는 행동의 본 의미는,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할테니 부디 절 자극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두려움이 어느정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가벼운 행동 하나조차 평범한 사람을 모방하며 제 단점을 커버한다고 할까요. 그 행동에 보편적인 의미의 선의나 진심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저조차 모르는 채로.
6.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사람 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제가 ADHD임을 알게 된 그 때부터 더 두려워졌습니다. 이전에 언급했던 그 사람조차도 본의는 아니었을 지라도 제 트라우마를 자극한 적이 있었고, 남몰래 울음을 참은 적도 있었습니다. 호불호적 관점에선 분명 좋은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조차도 제 스위치를 딸깍 누를 때가 있다는게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일정 거리 이상 제가 나아가고 싶지 않은 건데...
7. 제가 나아가지 않고 있다는 걸 모르면서 '그 때 왜 출근 안해요?'라고 마치 제가 당연히 나올 걸 예상하다 놀란 반응을 보이거나, '굳이 뫄뫄씨(본명입니다. 이제 이름을 외웠습니다 크크...)가 가야 돼요? 다른 분도 있는데'라고 아쉽다는 듯 말하거나 하지 않아줬음 좋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건 아마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은 색의 작은 악세서리를 하는 것 정도가 한계라 생각하거든요. 이제 같은 곳에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아쉬운 거라 생각하지만, 도망치지도 못한 채 의미없이 하는 듯한 행동에 누군가는 쉽게 흔들립니다. 아니 얼굴에 뭐 묻었다고 자기가 떼주겠다는건 좀... 좀... 그렇잖아요? 바로 거절하긴 했지만...
8. 아마, 제가 그 자리에서 없어지면 다른 누군가가 절 대신하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슬퍼지면서도 굳이 내가 아닌 누군가한테도 저 사람은 똑같이 대할 거라고 스스로를 다잡길 반복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7번에 말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만장일치로 '개수작'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보통 때라면 '음, 그렇게 볼 수 있구나'하고 어느정도 수긍하는 게 우선인데, 저 생각보다 더 먼저 든 생각이 '야잇쒸 니들이 뭘 아는데?!' 였습니다. 저도 어지간히 글러먹었네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