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8/14 18:46:53
Name Jedi Woon
Subject [일반] [스포] 독일에서 본 오펜하이머 후기
이 글은 스토리에 대한 스포가 있을 수 있고 영화 감상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다양한 감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간략한 제 감상은 놀란 짱짱이며, 가능하면 아이맥스로 보라 입니다.



저는 독일에 거주하고 있고 여기는 이미 오펜하이머가 한창 상영중에 있어서 한국 개봉시기 보다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독일이다보니 원어에 독일어 자막이 있는 걸 선택하였지만, 내용을 백퍼센트 이해하지 못하고 대략 60 퍼센트 가량은 이해를 했다 생각 됩니다.
사실 이부분 때문에 관람을 망설였으나 지난 주 부터 방영 된 알쓸별잡을 보고 관람을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관람 후 놀란 감독이 출연한 방영분을 보니 잘 봤단 생각을 했구요.

대학교 학부 시절에 '영화 철학' 이란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 수업에서 교수님은 아직 체계화 하지 못한 이론이지만 영화의 3대 구성 요소로 '서사', '영상',  '음악(소리)' 를 설정 하였습니다.
영화에서 어느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세개의 요소가 잘 어울러지고 잘 표현한 영화를 훌륭한 영화라고 하셨구요.

이런 기준에서 보면 놀란의 영화는 매우 적합한 예시가 됩니다.

서사는 단순히 한 인물의 이야기를 시간 순으로 보여줄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단순한 서사 구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스트라우스 대령의 시점과 서사, 위원회(?)에 불려가서 취조 당하는 오펜하이머의 서사, 그리고 오펜하이머의 진술을 기반으로 원자폭탄을 완성하기 까지의 서사를 보여 줍니다.
메멘토처럼 헷갈리지 않고 적재 적소에, 새로운 폭탄을 만드는 어려움과 그 결과에 따른 고뇌를 잘 보여줄 수 있게 서사를 배치 하였습니다.
스트라우스 대령의 서사는 흑백으로 처리하여 좀 더 시대극의 느낌이 들었지만 단순히 서사를 구분하려는 의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시간순서로 나열하였어도 어느 정도 주인공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겠지만,  세계가 나치의 발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절박함과 다급함부터 시작해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난 후, 자기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알게 되는 두려움과 그로 인한 고뇌를 더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작의 제목이 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죠.

놀란 감독은 cg 를 최대한 지양하고 실사 촬영으로 유명하죠. 그리고 이번 영화 제작 과정에서 실제 폭발을 찍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구요.
실제 영화로 보니 진짜 폭발의 느낌이 확 와 닿았습니다.
마이클 베이식의 폭발이 아닌 정말 폭탄이 터지는 느낌이고, 이래서 실제 폭발을 고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놀란이 미드웨이를 감독하고 연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롤란드 에머리히의 영화는 게임 시네마 컷을 보는 느낌으로 감상했는데, 놀란이라면 실제 항모 사이즈의 배를 구해서 유폭되는 과정을  실사로 촬영하지 않았을까 하네요.
그리고 그 당시 전투에 임한 장병들의 긴장감과 치열함이 더 깊이 와 닿았을 것 같구요.

영화 후반부에 이어지는 청문회 장면과 위원회 장면은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원어의 압박으로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대략의 내용과 그에 따른 주인공의 고뇌, 인물의 갈등 부분은 느낄 수 있었는데, 나중에 한글 자막판이 유튜브 같은 곳에 올라오면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한글 자막 없이, 백 퍼센트 대사를 소화하지 못하였지만, 극장에서 보길 잘 했다고 생각 합니다. 같은 이유로 '1917' 과 '덩케르크' 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는데, 매우 후회했습니다.

놀란의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 그 진미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영화 입니다.
그리고 저는 일반 상영관에서 봤지만 가능하다면 아이맥스로 보시길 권합니다.

아! 그리고 영화 감상 전 역전다방의 채승병 박사의 원자폭탄 설명 부분을 복습했는데 원자폭탄의 어려움과 고민, 제작 과정의 모습이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쉽게 이해 되었습니다.
시간 되시면 한 번 복습하시고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anzisuka
23/08/14 18:52
수정 아이콘
지인이 아이맥스 필름으로 보고 나와서 인증샷 보내주는데...겁나 부럽던데 ㅠㅠ
친구 감상중에 ost 당연히 한스짐머인줄 알고 보니 한스짐머가 아니었다 가 떠오르네욤
베라히
23/08/14 18:54
수정 아이콘
저는 위대한 개츠비를 마틴 스콜세지가 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주연배우도 디카프리오였구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23/08/14 18:56
수정 아이콘
덩케르크 아이맥스에서 봤는데 내러티브니 스토리니 그런거 크게 필요없어요. 내가 그 현장에 있는데 뭘..
베라히
23/08/14 18:59
수정 아이콘
저는 재난영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Jedi Woon
23/08/14 19:21
수정 아이콘
그런 감상이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고 극장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 합니다.
빼사스
23/08/14 19:16
수정 아이콘
지인이 현지에서 보고 좀 런닝타임이 길고 지루했다더군요. 그래서 기대를 좀 내려놓고 있습니다. 내일 상영하면 확인이 되겠죠.
Jedi Woon
23/08/14 19:21
수정 아이콘
상영시간이 좀 길게 느껴지는 감은 있습니다.
트리니티 실험까지는 몰입이 잘 되는데, 후반부 장면은 좀 집중이 힘들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전체 서사와 캐릭터를 생각하면 후반부도 중요한 장면이죠.
23/08/14 19:41
수정 아이콘
사실 거의 세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인데 심지어 때리고 부수는 액션영화도 아닌 다음에야 지루한 타임이 없기가 힘들긴 할 겁니다 크크
이른취침
23/08/14 20:10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 못 봤는데 이런 소재로 3시간내내 지루하지 않다면 관객이 엄청난 덕후거나 감독이 영화의 신이겠죠.
블랙잭
23/08/14 23:16
수정 아이콘
영상미 음악 다 좋습니다만.. 폭발물을 기대하고 간 사람들은 좀 지루해할겁니다. 제목 그대로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에요
작은대바구니만두
23/08/15 00:03
수정 아이콘
내일 보러 갑니다. 생각보다 재미 없을거 같아서 기대컨 하는 중입니다.
감정선 흐름을 탈 수 있는 영화일지 궁금하긴 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9527 [일반] 동해 일본해문제(어그로목적아님) [135] HolyH2O12625 23/08/17 12625 7
99525 [일반] 대낮 신림동 공원서 성폭행…피해자 생명 위독 [183] Leeka22569 23/08/17 22569 2
99520 [일반] 대한민국 전역에 2억 7천만개의 폭탄을 설치했다. [55] Avicii16570 23/08/17 16570 2
99519 [일반] 좋았던 그 때, 그들만의 [13] 상록일기11855 23/08/16 11855 36
99518 [일반] 롤스로이스 사건 관련 마약류 처방 병원 취재 기사 [26] 빼사스15029 23/08/16 15029 4
99517 [일반] 서울시의 새 도시브랜드 "Seoul, My Soul"이 발표되었습니다... [128] 찬공기14105 23/08/16 14105 2
99516 [일반] 뉴욕타임스 7.29. 일자 기사 번역(중동의 가뭄, 물 분쟁) [22] 오후2시11252 23/08/15 11252 5
99515 [일반] [노스포] <오펜하이머> 후기, 슴슴한 맛이 의외였지만 놀란은 놀란 [35] 김유라11804 23/08/15 11804 5
99511 [일반] <오펜하이머> - 하나의 거대한 변곡점.(스포) [53] aDayInTheLife9644 23/08/15 9644 3
99508 [일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핵구름이 즐겁지 않다 [115] 상록일기17543 23/08/15 17543 35
99507 [일반] [팝송] 일레니엄 새 앨범 "ILLENIUM" 김치찌개6176 23/08/15 6176 0
99505 [일반] [스포] 독일에서 본 오펜하이머 후기 [11] Jedi Woon11420 23/08/14 11420 2
99503 [일반] 경찰 “서이초 교사 사망, 학부모 혐의 못 찾아” [88] 검사18715 23/08/14 18715 6
99502 [일반] [노스포] 무빙 1화-7화 간단 감상평 [66] 윤석열10964 23/08/14 10964 1
99500 [일반] [강스포주의] 밑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에 대한 추가 비평 [28] 김유라10354 23/08/14 10354 6
99498 [일반] [노스포]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기, 기본기는 출중했으나 부족한 각본 [21] 김유라8997 23/08/13 8997 2
99495 [일반] [팝송] 벨리 새 앨범 "Lost In Translation" 김치찌개6915 23/08/13 6915 1
99494 [일반] [풀스포] 차라리 신파였으면 나았을 갈팡질팡: 콘크리트 유토피아 [67] Farce16323 23/08/12 16323 23
99492 [일반] 한국의 미래와 제왕학의 사회적 활용 [49] 깐부11792 23/08/12 11792 4
99489 [일반] 7800X3D+4070TI 본체 핫딜 나왔습니다(230만) 종료 [38] SAS Tony Parker 13160 23/08/12 13160 3
99485 [일반] 범용성 갑, 용도 무관 갖다쓰기 좋은 컴퓨터 구성 [67] SAS Tony Parker 12844 23/08/11 12844 23
99484 [일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농작물들 [33] VictoryFood13743 23/08/11 13743 17
99481 [일반] <콘크리트 유토피아> - 물음을 밀고 나가는 뚝심.(노스포) [57] aDayInTheLife10012 23/08/11 10012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