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6/11 17:18:06
Name 비 평 = 이 백 만
Subject [일반] 아빠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년 9월에 딸 아빠가 된 과장 3년 차 아빠입니다.
올해 초부터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왔는데 결국 이달 말부터 육아휴직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얼마 전 직속 부서장 면담 가졌었고 이제는 인사과 승인까지 받게 되어 완전히 오피셜이 되었네요.

예전에 비해 요새는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많이 쓰는 추새다, 라고들 하지만
아직도 아빠 육휴를 쓰기란 쉽지 않은, 어쩌면 많이 어려운 과정인 것 같습니다.
고려해보신 분들 또는 육휴 써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가졌을 고민 걱정들 일텐데
또 그런만큼 막상 제가 쓰려고 생각하니 정말 큰 허들이다 싶었습니다 ㅠㅠ

1. 고과와 직장 내 입지 고민
  - 남자가 육휴를 쓴다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이런 부분이 가장 큰 포션을 차지 않나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이젠 연차가 어느정도 있기에 부서 내 맡고 있는 역할이 작지 않기도 하거니와.. 위로 올라갈 수록 진급 난이도나 상위 고과 난이도가 올라가는 현 부서 문화 상 휴직을 하면 아무래도 불이익이 있을 수 밖에요.

2. 금전적 고민
  - 이 또한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는 고민이었습니다. 다만 작년부터 시행되고 올해 자리잡은 3+3 육아휴직제 덕분에, 이전에 비해 부담이 좀 줄어든 것 같습니다.
(12개월 미만 자녀에 대해 부모가 동시 또는 순차로 휴직 사, 첫 세달 간 휴직비를 상향 지급. 첫달: 200 / 둘째달: 250 / 셋째달: 300.. 기존은 매달 150)
더군다나 업황이 올해 좋지 못해 보너스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 이기에 (반도체 업계 종사 중)
이 부분은 "챠라리 쓴다면 지금이다..!" 싶기도 했습니다.

3. 주변 동료들에 대한 고민
  - 부서 일이 그리 널널한 편이 아니다보니, 갑자기 자리 비우게 됨에 따라 주변 동료들에게 가중 될 부담이 너무 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육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1. n년 전 이직을 하고 나서 정확하게 부합하지 않는 업무 및 향후 커리어 방향에 대한 스트레스
2. 양가로부터 육아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환경이라 아내 혼자 너무 힘들어 할 것 같은 걱정
3. 너무너무너무 예쁜 우리 딸과의 시간을 더더더더더 많이 가지고 싶은 마음
4. 상기 언급한 금전 부분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줄어듬
   (올해 삼전 실적 부진으로 인한 보너스 없음. 그렇다면 지금이다!)
   (3+3 육아휴직제 너무 감사하다)
5. 상기 언급한 고과 부분에서, 약간의 고과 꼰대 문화로 과장 저년차는 어차피 크게 기대하기 어렵기도 함

이런 복합적 계기였습니다.


우리 딸이 아직 돌도 되기 전이다보니 아빠 육아휴직 기간을 기억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애착 형성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휴가나 재택교육 등 집에 있는 시간이 길 떄랑 <---> 야특근으로 귀가시간이 늦어 얼굴 많이 보지 못할 때랑 우리 딸의 리액션이나 아빠 좋아해주는 못브이 다르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 도움 없이 혼자 육아하느라 애쓰고 있는, 내 사랑하는 아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많이 컸습니다.
물론 아내 본인은 아가 예쁜 망므에 힘도 안든다, 오빠 회사 나가고 일하는게 훨씬 힘들지 자기는 집에만 있는데 괜찮다, 라고 하지만.. 같이 육아휴직을 쓰게 되니 당연히 좋아하네요.

다행히도 부서장들이 좋은 분들이셔서 육휴에 대해 흔쾌히 승락을 해주셨고
동료들도 큰 내색 없이 잘 다녀오라고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속은 어땠을지까지는.... 모르겠지만 ㅠㅠ 자리 비우게 되어 미안합니다)
물론 부서장께서 고과는 기대할 수 없을거라는 뉘앙스를 내비치셨지만.. 아쉽지만 당연히 이해는 합니다.
제가 엄청난 아웃라이어 같은게 아니고서야, 윗사람 입장에서 누군가는 잘 주고 누군가에게는 그 반대의 포션을 할당해야 할 것이기에...

육휴 막상 지르고나니 대출 이자도 걱정이고 / 회사에 매여있는 직장인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막연한 불안감에 심장이 벌렁벌렁 하지만
이번 연휴 때 저,아내 우리딸, 세 가족이 보냈던 시간을 아아아아주 길게 가질 수 있다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너무 행복해요.
만약 기간 동안 둘째가 생긴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고요.


지인들에게 육휴 썼다는 말을 하니 다들 잘 했다, 육휴 생각보다 빨리 간다 잘 보내고 와라, 이야기 해주시네요.
육휴를 사용하셨던 아빠 선배 분들의 육휴기간 꿀팁이나 조언 주실 것들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공근에이스
23/06/11 17:32
수정 아이콘
타사이트에서도 봤었는데 승인되셨군요!
저도 지금은 5년찬데 좀더 일찍 육휴를 썼으면 어떨까 싶었는데, 3년차면 적당한것 같아요!
다녀오시면 조직 다 바뀌어있을거같은데 새시작 하면 될 듯 합니다.
23/06/11 17:40
수정 아이콘
그래도 큰 회사라면 위에서 남직원 육휴 후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선례를 만들고 싶어하는지라 고과 문제는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는 이런 선례 만들어서 홍보에 쓰려고 했더니 다들 이직 준비하다가 복귀 직후 이직해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남자 육휴를 못쓰게 되어버렸습니다...
디쿠아스점안액
23/06/11 17:42
수정 아이콘
모든 아빠들이 눈치 안 보고 육휴 쓸 수 있게 되길...
23/06/11 17:53
수정 아이콘
저도 아내 육휴 끝나면 3개월 쓸 예정입니다. 12월 부터 써서 내년 15개월차에 얼집 보내고 복직할 계획이에요.
반짝라귀
23/06/11 18:08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한 업계에 있으시군요. 외벌이지만 육휴에 고민이 많이되네요. 다만 얼마전 아파트 청약을 한 상태라...실행은 못할거 같네요
23/06/11 18:16
수정 아이콘
비슷한 사유로 + 와이프가 중요한 프로젝트중이라 육아휴직을 했었는데 정말 잘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와의 관계는 순수하게 함깨보낸 시간과 비례해서 매일 놀이터에서 1~2시간씩 보낸시간이 헛되지않더라구요
딸내미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게되어서 육체적으론 힘든데 만족합니다
주변에도 아빠 육아휴직을 적극권장하는편인데 금전적인이유로 복직은 해야겠지만 집안일도 체질에 잘 맞더라구요
사이오닉
23/06/11 18:29
수정 아이콘
세상 그 무엇보다 건강, 가족이 우선이지요.
최선을 다해서 육아휴직 기간도
잘 헤쳐나가시길 기원합니다.
화서역스타필드
23/06/11 18:34
수정 아이콘
축하드려요~!!
Valorant
23/06/11 18:34
수정 아이콘
좋은 시간 보내셔요
아밀다
23/06/11 18:42
수정 아이콘
먼저 선빵 날려주는 분이 있어야 그 허들도 내려오겠죠. 아이랑 좋은 시간 많이 보내셔요.
23/06/11 19:07
수정 아이콘
저도육휴중입니다. 아빠화이팅
resgestae
23/06/11 19:09
수정 아이콘
1년 했는데 한 2달 지난 것과 같은 속도로 지나가더라고요.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흐흐
23/06/11 19:32
수정 아이콘
육아휴직을 쓰면 나라에서 그만한 대체인력을 충원해줘야죠.. 그래야 주변 사람들도 진심으로 축하해줄수 있고요.그런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민들레
23/06/11 19:51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자영업자에겐 있을 수 없는 육아휴직..
VictoryFood
23/06/11 20:20
수정 아이콘
직장에서는 휴직이지만 가정에서는 휴직이 아니니 고생하십시오.
23/06/11 20:29
수정 아이콘
화이팅!!!
니하트
23/06/11 21:11
수정 아이콘
좋네요
방구차야
23/06/11 21:16
수정 아이콘
사진 많이 찍으시겠지만 동영상도 찍어야 숨소리나 움직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담을수 있습니다. 조금만 지나도 처음모습 보면 얘가 누구지?할정도로 급변하게 되는데 매순간 곁에서 힘들더라도 또 커리어등 여러생각이 들더라도 함께할수 있는 기회가 소중할겁니다.
Dear Again
23/06/11 21:55
수정 아이콘
근데 승인이랄꺼도 없는게 거절하면 사업주 처벌이라 승인이 필수죠..
저도 남성육휴 썼는데 쉽지않더라구요 축하드립니다!
jjohny=쿠마
23/06/12 02:14
수정 아이콘
예전에도 댓글로 남겼던 내용을 다시 가져오자면,

저는 2020년에 애기들 낳고 육아휴직 썼는데,
저희 회사 최초의 아빠육아휴직자... 아니 최초의 육아휴직자였다고 하더라고요. 고작 2개월 신청했는데, 그마저도 남녀 통틀어서 최초였다고... 큰 회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10년 넘었고 두자리수 인원이 다니는 회사인데, 지금까지 남자든 여자든 다들 출산휴가만 쓰고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저희집은 쌍둥이를 낳아서 제도적으로는 한 방에 2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말씀하신 것과 비슷하게 1. 직장 내 입지 고민, 2. 금전적 고민, 3. 주변 동료들에 대한 고민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보면 당시 상황에서 1년은 커녕 반년 요청하기도 어렵겠더라고요. (지금이라면 2개월보다는 더 질렀을 것 같지만)
23/06/12 02:52
수정 아이콘
예전에 pgr에서 육아휴직 쓰신 아빠 후기글을 본 적 있었는데 그 분 글을 보고 진짜 감동먹었었거든요. 퇴근후 아이들을 잠깐 보는게 아니라 아이들 성장과정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라는 글이었었는데 엄청 감동적이었습니다. 글쓴이분도 육아휴직으로 좋은 추억 많이 쌓으시길 바랍니다~~~!
23/06/12 04:48
수정 아이콘
저는 현재 여자친구와 결혼한다고 하고
애를 낳는다 가정해도 양가도움 받을 수 없는데
시뮬레이션 해보니

양가도움 없으면 애 어케 키움?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양가 도움이 있든지
돈 많이 벌어서 외벌이가 되든지
더더더 많이 벌어서 돈으로 쳐발쳐발 하든지...
아님 초인적인 힘으로 극복하든지....

더군요
저는 경험해보지도 않았고, 경험할 일도 없겠습니다만, 상상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대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3/06/12 05:36
수정 아이콘
낳으면 도움없이도 키워집니다 크크
싸우고 울고 난리난리지만요 크크
23/06/12 05:37
수정 아이콘
(5시부터 아기깨서 육아하며 댓글답니다.. 앞에서 춤추고있네요)
보리차
23/06/12 09:47
수정 아이콘
윗분 정말 대단하시네요. 제 경우 맞벌이는 솔직히 양가도움 밖에는 답이 없더라구요. 돈도 나머지 보육은 어찌저찌한다쳐도 "그래서 애가 아파서 보름간 입원할 건데 보호자 없이 어떻게 함?"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더라구요.ㅠ 물론 입원 외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대신 부모님께는 돈으로 갚아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테스형
23/06/12 07:17
수정 아이콘
아빠 육아휴직 4개월차 입니다. 힘내시고.. 힘내십쇼..
23/06/12 09:29
수정 아이콘
첫째 1년 반 둘째 3년 중 입니다 동기 여직원들이 뭔데 자기들보다 더쓰냐고 하더군요..

제가 처음으로 치고나가서 여러번썻는데 요새쓰는 직원들도 많아졌고 본사에서는 과장달고 육휴 한번하고오는게 유행이됐다고 합니다 크크
파프리카
23/06/12 09:39
수정 아이콘
첫째 어린이집 보내고 있는데 육아휴직 쓰는 남편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빠가 함께하고 많이 놀아주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장기간 육휴 중인데 힘들긴 하지만 그덕에 (저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기가 엄마보다 저를 더 찾는 거 같습니다?? 흐흐 직장인으로서는 평소 못 누릴 경험들도 많이 해보시면서 가족분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응원합니다!!!!
카즈하
23/06/12 09:45
수정 아이콘
저희 회사는 [남자가 육휴 쓴다 = 사표쓰겠다] 의미라서.. 부럽습니다 ㅠㅠ
23/06/12 10:00
수정 아이콘
제가 다니는 곳도 대기업 계열사인데

사표까진 아니더라도 진급은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여자가 일 잘해서 진급각 나오면
결혼 언제하냐

이미 한 사람이면 애 계획은 있냐 겁나 물어봅니다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964 [일반] 아쉽게 끝나가는 수성의 마녀 (스포) [21] 피죤투8844 23/06/12 8844 3
98963 [일반] 추천 게시판이 재가동 중입니다 [11] bifrost8514 23/06/12 8514 15
98962 [정치] 4년 전 이동관, 윤통 향해 “도덕성 기본인데 밥 먹듯이 말 바꿔” [50] Taima12423 23/06/12 12423 0
98961 [일반] 금사빠 혹은 스며들기 [4] 알렉스터너6952 23/06/12 6952 1
98959 [일반] 뉴욕타임스 6. 6. 일자 기사 번역(바이오 연료의 악영향) [9] 오후2시9158 23/06/11 9158 7
98958 [일반] 아빠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30] 비 평 = 이 백 만10259 23/06/11 10259 31
98957 [일반] 최근 미국 주식 시장 움직임과 시사점 [29] 다록알15365 23/06/11 15365 13
98956 [일반] [팝송] 에드 시런 새 앨범 "-" [2] 김치찌개6602 23/06/11 6602 5
98955 [일반] 진상이 될 기회가 있다면 [35] 스크런치11486 23/06/10 11486 5
98953 [일반] 아이가 요즘 열이 자주 나요 (면역 부채와 열 관리 팁) [62] Timeless13719 23/06/10 13719 39
98952 [일반] 이사 떡을 돌리고 받은 것 [6] 두괴즐12026 23/06/10 12026 16
98949 [일반] 태양이 우주 짱 아니었어? (에세이) [42] 두괴즐11168 23/06/09 11168 15
98948 [일반] 사고는 벤츠가 냈는데 내 차 보험료만 할증....7월부터 `억울한 할증` 사라진다 [92] VictoryFood16936 23/06/08 16936 4
98947 [일반] 174cm 100kg 고도비만에서 바디프로필까지 (속옷사진 있음 주의) [78] 정공법18456 23/06/08 18456 61
98946 [일반] 분당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51] 시린비17902 23/06/08 17902 0
98945 [일반] 산불 연기에 휩쌓인 뉴욕 [22] 흰긴수염돌고래16193 23/06/08 16193 1
98944 [일반] 겸손한 2만 5천불 돌파 - 2011년 [47] 쿠릭16879 23/06/07 16879 7
98943 [일반]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갈수 있을까요? [131] 마르키아르19840 23/06/07 19840 4
98942 [일반] 디아블로 4 출시 기념 QHD,FHD 견적 [123] SAS Tony Parker 15238 23/06/07 15238 10
98941 [정치] "오염수(처리수) 섞지 않고 윗물만 채취" 일본 국회서 문제 제기 [55] 베라히13352 23/06/07 13352 0
98940 [일반]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 즐겁긴 한데... [35] aDayInTheLife10147 23/06/06 10147 2
98939 [정치] 국회도서관에서 만주국 관련행사가 열렸습니다. [73] 기찻길15545 23/06/06 15545 0
98938 [일반] [팝송] 엘리 굴딩 새 앨범 "Higher Than Heaven" [6] 김치찌개6061 23/06/06 6061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