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2/04 02:40:32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004652179
Subject [일반] <바빌론> - 모든 반짝이는 것이 허상임에도.(노스포)

<바빌론>의 초반부는 <위대한 개츠비>가 떠오릅니다. 광기와 혼란의 20년대를 그린 영화 같다가도, 배우들을(마고 로비, 브래드 피드) 보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마치고 나면 <놉>, <헤일, 시저!>, 혹은 네거티브 필름 버전의 <사랑은 비를 타고>가 떠오르게 합니다.


영화를 보고 압도되는 경험은 되게 오랜만인데 (개인적으로 <설국열차>의 후반부에서 느꼈던 감정이었어요) 이 영화의 초반부는 시청각적으로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요. 그리고 후반부도 그렇습니다. 정확하게는 영화의 결말 부분이 그렇다고 해야할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위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놉>, <헤일, 시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 말인 즉슨, '영화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영화 제목이 '바빌론'이네요?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외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러브 레터인 동시에, 헤이트 레터로도 읽히는 영화니까요. 저는 약간의 농담을 곁들여서 표현하자면 데미언 샤젤 감독이 찍으면서 맺힌게 많았나?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럼에도 우린 영화를 만든다.'라고 읽힐 수도 있고, 혹은 영화의 초반부처럼 흥청망청의 파티와 그 이후의 어색한 모습을 그리는 영화일 수도 있겠네요.


이 영화에 대해선 몇 가지 난맥상들이 보입니다. 그러니까, 단점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고, 아예 영화의 이해를, 혹은 영화의 흐름을 가로막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째로는 중심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와 밀착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서브플롯과 하고 싶은 이야기, 주제들이 너무 많아요. 물론 이 영화의 시청각적 자극, 혹은 시청각적 포만감을 따지자면 연출이 교통정리를 잘했다라고 생각하지만, 서사의 전달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영화의 물음표가 붙습니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과 잘 못만들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기묘한 기분입니다.


둘째는 첫번째 이야기의 파생인데요, 성공과 몰락이 너무 단숨에 이뤄집니다. 그러니까, 영화에 대한 영화, 헌사이자 비판, 다 좋은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성공과 몰락이 주제, 이야기랑 밀착하지 못하다보니, 조금은 붕뜹니다. 그러니까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잭 콘래드'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좋았지만 조금은 전형적인 데가 있고, '매니'와 '넬라'의 이야기는 패턴이 단순하고 조금은 주제와 조금 거리감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잘 엮여져 있다는 느낌은 좀 약해요.


세번째는 영화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모두 가진 단점인데, 결국 진입 장벽이 좀 있습니다. 결국 영화의 역사, 스튜디오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좀 봤다 자부하시는 분들은 아 이거! 하면서 좋아하시겠지만, 본인이 그런 관객이 아니라면 조금 아쉽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그런 측면에서도 오히려 다른 <놉>이나, 아직 개봉 날짜는 안 잡혔지만 <더 파벨만스> 같은 영화나 영화사를 다룬 다른 영화들이 생각이 날 수도 있겠다.


영화를 보다보면, 그 모든 반짝이는 것들이 허상이라도 어찌되든 좋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사에 대해 반쯤 걸쳐진 이야기다 보니, 영화 자체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보니, 그리고 시청각적으로 원체 과식에 가까울 정도로 흥청망청 내달리는 영화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전작이었던 <퍼스트맨>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침잠하는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샴페인과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전반부를 선보이긴 합니다. 동시에 영화는 김빠진 샴페인과 터져서 공허해진 폭죽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압도되어 이 영화의 야심에 사로잡히거나 혹은 이도 저도 아닌 밍숭맹숭한 맛이거나, 솔직히, 저는 아직 마음을 못 정하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콩탕망탕
23/02/04 09:58
수정 아이콘
영화보면서 압도되는 느낌에 공감합니다.
aDayInTheLife
23/02/04 10:13
수정 아이콘
시청각적으로 몰아붙이는 느낌이 강하더라구요. 흐흐
김매니져
23/02/04 10:41
수정 아이콘
스타배우들과 막대한 제작비, 긴 상영시간에도 불과하고 막판에 영화를 던져 버리는 감독님의 뚝심에 놀라고 이걸 통과시킨 제작사도 대단합니다. 크크크
본문대로 감독님의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팍팍 표출되는 장면들은 덤이고요.
aDayInTheLife
23/02/04 10:42
수정 아이콘
아니 위플래시-라라랜드-퍼스트맨 이어서 네 번째인데 맺힌 것들이… 크크크
러브 레터인 동시에 헤이트 레터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더라구요.
인생의참된맛
23/02/04 15:3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음악은 역시나 좋은 영화인데, 개인적으로 브래드피트 관련 내용은 재미있고, 마고로비쪽 내용은 재미가 없드라고요. 누가 3시간 넘는 영화이니 화장실 언제가는 타이밍인가요라는 글을 봤는데, 전 후반부는 좀 별로였어서 미련없이 갔다왔네요.
aDayInTheLife
23/02/04 16:24
수정 아이콘
저도 브래드 피트의 파트가 좋았는데 조금은 전형적인데가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드라마가 좀 아쉬웠습니다. 양 쪽 다…
Blooming
23/02/04 22:49
수정 아이콘
감독이 연속 두 개 말아 먹었으니 다음 작품부터는 맘대로 찍기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aDayInTheLife
23/02/04 23:11
수정 아이콘
퍼스트맨도 흥행은 아쉬웠죠?
23/02/05 12:47
수정 아이콘
!!스포주의!!
저는 다 좋았는데 토비랑 지하실 가는 장면은 왜 넣었는지 모르겠어요... 해설을 좀 봐야할 것 같은 느낌...
그나저나 최동훈 감독 외계인도 그렇고 감독들이 어릴적부터 만들고 싶었다고 했던 작품들이 대체로 흥행이 잘 안되네요
aDayInTheLife
23/02/05 12:58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생각인데 라이프 워크라는게 갈고 닦다보면 자신의 세계에 과몰입 하는 느낌도 조금은 들어요. 흐흐
23/02/05 21:1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영화판에 검은돈이 흘러가고 폭력 섹스 그리고 물질만능주의가 영화판의 주류가 될 것을 말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928 [일반] S23 기념, 때리고 싶은 통신사와의 4선 [59] 악질17880 23/02/15 17880 21
97925 [일반] [스포주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후기 [42] 세종13044 23/02/15 13044 1
97920 [일반] 중학교 시절 절 따돌림 시킨 사람이 경찰이되어있었네요.. [77] 아노다이징17706 23/02/15 17706 29
97919 [일반] 기술발전으로 무색해진 초기화 [32] 판을흔들어라16307 23/02/14 16307 10
97918 [일반] 왜 예전에는 아이를 많이 낳았을까? [106] 인사걸18438 23/02/14 18438 18
97917 [일반] 울산 600가구모집에 1명 계약 뉴스를 보고 [36] 10216339 23/02/14 16339 3
97916 [일반] 난임지원의 현실. [65] 사업드래군16744 23/02/14 16744 37
97915 [일반] 업무중에 마주하게된 상식논란 (1kbyte 는?) [102] 겨울삼각형17078 23/02/14 17078 0
97914 [일반] TLS 보호 약화하기, 한국 스타일 [11] Regentag12182 23/02/14 12182 7
97913 [일반] 진짜로 소멸됩니다. Internet Explorer 11 [39] Tiny15121 23/02/14 15121 2
97912 [일반] 싱글세를 걷으려면 적어도 나라에서 그만한 책임을 보여야 하지 않나요 [225] sionatlasia21167 23/02/14 21167 25
97911 [일반] 일본, 사실상 싱글세 도입 확실시 [412] 아롱이다롱이19617 23/02/14 19617 1
97910 [일반] 조기 은퇴라니, 로또라도 된건가? [19] 타츠야13141 23/02/14 13141 21
97909 [일반] WBC 일본 대표팀 분석 - 내야수 편 2부 [13] 민머리요정26298 23/02/14 26298 10
97908 [일반] 슬램덩크 모르는 사람의 극장판 후기 (스포X) [31] 계신다10648 23/02/13 10648 18
97907 [일반] 그 나잇대에 소중한 것들 [32] 흰둥16107 23/02/13 16107 60
97906 [일반] WBC 일본 대표팀 분석 - 내야수 편 1부 [13] 민머리요정26425 23/02/13 26425 13
97905 [일반] <맨 프롬 어스> - 올드맨 아저씨의 믿거나 말거나. [87] aDayInTheLife13951 23/02/12 13951 4
97904 [일반] 애플 가로수길에 아이폰 배터리 교환 서비스 받으러 갔다 그냥 돌아온 이야기 [82] 웜뱃은귀여워17592 23/02/12 17592 13
97903 [일반] 가수 예민씨... 이런 분도 있었군요 [32] 흰둥20539 23/02/12 20539 7
97902 [일반] WBC 일본 대표팀 분석 - 포수 편 [16] 민머리요정29362 23/02/12 29362 11
97901 [일반] 사회에서 만난 친구에게 [2] matthew10426 23/02/12 10426 6
97900 [일반] (PIC) 기억에 남는 한국 노래가사 TOP 30 이미지로 만들어 봤습니다. [14] 요하네9716 23/02/12 9716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