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1/29 11:48:51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998033083
Subject [일반] <현기증(1958)> - 매혹적 명작.

저는 예전 영화를 볼 때면, 솔직히 공부하는 마음으로 보곤 합니다. 그러니까, 항상 그래도 이걸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보고 흥미롭게 끝나는 패턴이 반복되는 편이죠. <블레이드 러너>가 그랬고, <위대한 독재자>가 그랬습니다. 그 외에도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오래된, 소위 명작이라 불리는 영화들은 대체로 그랬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기증>은 조금 다른 맥락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영화'라는 측면이나, 혹은 제가 처음으로! 본 히치콕의 영화라는 측면에서 저는 일종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독특하게도 별 다른 정보 없이 접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보려고 마음 먹은 것 치고는 꽤 가벼운 마음으로 접했다고나 할까요.


그런 점에서 현기증은,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기증은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혼란스러운 영화네요. 어떻게 표현해야할까요. 스릴러와 심리극, 혼란과 매혹이 합쳐진 이 영화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네요.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애니메이션과 시각효과까지 영화의 모든 것들이 매력적으로, 그리고 잘 짜여진 느낌이 드네요. 저 유명한 '트랙 아웃/줌 인' 기법을 제외하고서라도 색감, 구조 등등 많은 부분에서 화질 빼고 이 영화가 1958년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감각적이고 매력적입니다.


이 영화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심리극'에 할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매들린의 정신 상태에서 시작해서 주인공인 퍼거슨의 정신 상태로 옮겨가는 구조를 택하고 있고, 그 사이에 많은 이야기들을 끼워넣었습니다. 전에 히치콕이 폭탄과 포커 테이블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지는 데,(검색해보니 트뤼포와의 대담집이군요, 나무위키 '알프레드 히치콕' 문서 참조.) 그 일화에서 언급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히치콕의 방식이 잘 드러난 플롯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먼저 무언가를 깔아놓고, 그 상황이 언제 드러날지, 언제 폭로될지를 조절함으로써 영화를 더 밀도 있게 만드는 타이밍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어떤 영화들은 어느 시기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 영화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김연아
23/01/29 12:40
수정 아이콘
사실 현기증은 꽤나 중요한 측면에서 히치콕답지 않은 영화입니다.
그래서 더 재밌는 측면이 있죠

현기증 재밌으셨으면 오명 추천해봅니다
잉그리드버그만의 우아한 자태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데
역시나 재밌으면서도 대단한 명작입니다
aDayInTheLife
23/01/29 12:56
수정 아이콘
저는 다음으로 <이창>과 <오명> 중에 고민 중이네요 흐흐흐
내꿈은세계정복
23/01/29 12:40
수정 아이콘
명감독으로 추앙받는 감독들 중 작품을 즐길 수 있는 문턱이 가장 낮은 게 히치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연아
23/01/29 12:44
수정 아이콘
히치콕이 현대 스릴러의 문법을 창시하고 거의 완성단계까지 갖다 놓으신 분이라
재밌는 작품들이 많죠 흐흐
aDayInTheLife
23/01/29 12:57
수정 아이콘
히치콕은 확실히 당대에도 ‘대중적’ 영화를 만들었던 분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네요.
호랑이기운
23/01/29 13:13
수정 아이콘
대중들에게 더 알려진 싸이코보다 현기증이 훨씬 좋긴했습니다 개인적으로
aDayInTheLife
23/01/29 13:18
수정 아이콘
싸이코도 봐야되는데요.. 흐흐
23/01/29 13:59
수정 아이콘
숱한 명감독들이 있지만 그래도 그분들 작품의 대다수는 그들이 속했던 시대적 배경이나 사조를 고찰하면 통시적 공시적 좌표를 파악해서 접근이 가능한데, 히치콕과 스탠리 큐브릭 두 감독은 정말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들 같습니다. 게다가 히치콕은 큐브릭처럼 과작도 아닌 왕성한 생산력까지 갖췄죠.
aDayInTheLife
23/01/29 14:09
수정 아이콘
큐브릭옹은 조금 더 열심히 일해주셨더라면ㅠㅠ
스마스마
23/01/29 14:22
수정 아이콘
TV에 대항하기 위한 초대작들이 넘실대던 시대의 감독이라,
유명세와는 별도로, 당대의 평가로는 ‘시덥지 않은 영화’나 만들어 내는 사람에 불과한 분이었죠.

누벨바그 시대의 총아들이 발견하고 추앙하지 않았더라면 더 늦게 재평가 받았을지도 모르는…

트뤼포와의 대담은 정말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나요. 요새도 판매하는 책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현기증도 좋아하지만,
원씬원컷으로(… 인양 편집한) 작업한 “로프”와
맥거핀이란 단어를 창시해낸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정말 재미있게 봤었네요 흐흐
aDayInTheLife
23/01/29 14:27
수정 아이콘
아쉽긴 합니다. 이런 분이 초 대작의 전권을 쥐고 찍는 거도 궁금은 하거든요. 물론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진 영화로써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분이지만.
23/01/29 15:12
수정 아이콘
저는 스릴러를 좋아하진 않지만 예외로 히치콕의 작품들은 좋아하는데, 현기증도 그 중 하나입니다. 히치콕은 뭔가 음산한 스릴러를 매혹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어요. 이창도 그렇죠.
aDayInTheLife
23/01/29 15:31
수정 아이콘
저는 스릴러를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뭔가 ‘아 이게 원조의 맛이구나!’ 싶더라구요. 스릴러 장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드랍쉽도 잡는 질럿
23/01/29 18:11
수정 아이콘
시대를 초월한 명작 중 하나죠.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초창기에 기틀을 마련한 무언가를 보면 경탄스럽습니다.
aDayInTheLife
23/01/29 18:24
수정 아이콘
이런 작품은 후세에 아무 생각 없이 접하게 되면 뭐가 대단한지 되묻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영화는 지금도 재밌더라구요.
오직니콜
23/01/29 21:50
수정 아이콘
중딩 방과후 시간에 영어선생님이 서스펜스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서 보여준 영화가 새 였는데.
어떤 느낌인지 바로 이해되더군여 크크 그후로 새가 살짝 무서워진건 함정
aDayInTheLife
23/01/29 22:10
수정 아이콘
히치콕은 어마무시한 사람인거 같습니다.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800 [일반] 정년연장에 대해 어찌생각하십니까? [100] 미즈레이13615 23/01/30 13615 1
97799 [일반] 훈수 [9] 초모완6571 23/01/30 6571 10
97798 [일반] 직장 선택의 어려움 [24] 백수갓수8333 23/01/30 8333 6
97797 [일반] 한 능력자가 만든 그래픽카드 중고 시세 조회 페이지 [14] SAS Tony Parker 14649 23/01/30 14649 1
97796 [정치] 학교구성원 순결조례 등장 [74] SkyClouD12944 23/01/30 12944 0
97795 [정치] 국민연금 보험료율 9%→15% 합의, 노예로의 길 [445] dbq12321760 23/01/30 21760 0
97794 [일반] 흰머리 단상 [16] nm막장9405 23/01/29 9405 6
97793 [일반] <몬티 파이튼의 성배> - 이런 미친 영화가. [35] aDayInTheLife10314 23/01/29 10314 4
97792 [일반] 마스크 의무 조정과 판데믹의 결말 [84] 여왕의심복16326 23/01/29 16326 192
97791 [일반] 엄마와 키오스크. [56] v.Serum12201 23/01/29 12201 48
97790 [일반] 개인적인 마블영화시리즈 재미 순위(본것만) [25] 꽃차9674 23/01/29 9674 0
97789 [일반] <현기증(1958)> - 매혹적 명작. [17] aDayInTheLife8967 23/01/29 8967 1
97787 [일반] 워킹맘의 주저리 주저리... [17] 로즈마리23997 23/01/28 23997 39
97786 [일반] 육아가 보람차셨나요? [294] sm5cap18684 23/01/28 18684 119
97785 [일반] 약간 알쓸신잡이 섞인 바르셀로나 호텔 이야기 #1 [8] Traumer11415 23/01/28 11415 6
97784 [일반] [컴덕] 3rsys, 수냉쿨러 누수사고 대응 일파만파 [71] Nacht19442 23/01/27 19442 3
97783 [일반] 10년 계정 벌점 없이 영구 강등 당한 썰 [220] 뿔난냥이20763 23/01/27 20763 33
97782 [정치] "실탄 검색하셨죠" ···뜬금포 경찰전화 [67] 20181 23/01/27 20181 0
97781 [정치]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직전? [122] 라이언 덕후21220 23/01/27 21220 0
97780 수정잠금 댓글잠금 [일반] 백신패스와 마스크 패스 [96] 부평오돌뼈16994 23/01/27 16994 2
97779 [정치] 갑자기 모든게 다 비싸졌네요. [96] 만수르20765 23/01/27 20765 0
97778 [일반] 추악한 민낯 [164] 부평오돌뼈19554 23/01/26 19554 14
97777 [정치] [번역] 미국 핵 전문가가 보는 한국의 핵개발=재앙 [154] 김재규열사18786 23/01/26 1878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