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1/15 20:44:53
Name 오후2시
Subject [일반] 2-2) ‘군용’의 마법 – 왜 무기는 비쌀까? part 2. (수정됨)
https://cdn.pgr21.com/freedom/97709
[2-1) ‘군용’의 마법 – 왜 무기는 비쌀까? part 1.]의 후속편 입니다.

--------------------------
사전 요약
1) 무기체계의 성격상 법규에 의해 공급이 통제됨
    (공급의 감소)
2) 수요가 보장되고, 신규진입이 제한되어 원가절감의 유인이 적음
3) 단일고장, 손상에 대비해 동일 장비/부품을 여러대 설치함
4) 자유시장이 없어 적정가격이 발견되지 못 함 ('시가'가 없음)
    당사자간 협상력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어 비효율성, 왜곡이 발생함
---------------------------

4) 소재/부품/장비 거래가 국제적으로 감시, 통제됩니다.
    설계 소프트웨어인 오토캐드 라이센스를 갱신했습니다.
    회사 상담사가 답변하기를 ‘미 연방법 000에 의거 서류를 작성해야 합니다. 메일로 양식을 보내니, 작성해 보내주시면 됩니다.’
    문서의 대략적인 내용은 ‘해당 소프트웨어을 이용해 대량살상무기의 제조 및 연구에 사용하지 않습니다.’을 신고하는 항목이었습니다.

    적성국가에 무기수출을 금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천안문 이후, EU는 중국에게 무기 및 무기에 사용되는 주요 장비(엔진 등)을 수출하지 않습니다.
    최근 중국이 독일제 잠수함 엔진을 우회해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https://www.kita.net/cmmrcInfo/cmmrcNews/cmercNews/cmercNewsDetail.do?pageIndex=1&nIndex=1821409
    https://www.yna.co.kr/view/AKR20220810081400076
    솔직히,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비상식적인 사업 진행은 부패를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밀수하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도시바(일본)와 콩스베르그(노르웨이) 회사는 CNC를(정밀하게 쇠 깎는 기계) 소련에 밀수출했습니다.
    해당 CNC는 핵잠수함 건조에 사용됩니다.
    신형 핵잠수함은 미국의 잠수함 탐지체계를 피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08251#home

    아래는 방위사업관리규정 제190조(국제입찰참가승인) 항목에 따라 검토 요소 중 일부입니다.
    1) UN 결의 또는 기타 국제조약에 의한 무기 금수대상국
    2) 대량파괴무기의 개발 및 확산 우려 국가 여부
    3) 수출로 인해 재외 공관, 교민에 대한 반정부단체 등의 공격 가능성
        (내전에 개입하지 말자는 의미죠)
    4) 분쟁 국가 중 어느 한쪽에 대한 수출로 인한 외교적 마찰 가능성
       (타국의 분쟁에 엮이기 싫다는 의미입니다.)

5) 혁신, 원가절감의 필요성이 떨어집니다.
    무기체계 개발, 생산은 각종 법규와 규정에 따라 통제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방산물자 생산을 희망한다면 보안/품질/인력 관리 등의 심사를 거쳐 면허를 획득해야 합니다.
    면허는 신규 진입자에게 장애물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혁신, 원가절감의 유인이 사라집니다.

    공학에서 ‘gold plating(오버스펙)’ 용어가 있습니다.
    요구되는 목표에 불필요한 부품, 장비를 의미합니다.
    마치 금으로 장식한 것 같다는 비판입니다.

    4)항/국외, 5)항/국내의 결과로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6) 고장, 손실에 대비해 이중화, 삼중화, 사중화...
    해당 항목은 ‘3) 목표 성능이 애매합니다.’에 포함할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미묘하게 달라 분리했습니다.

    무기체계는 교전 시에도 작동해야 합니다.
    이 요구사항은 단일파괴, 고장에도 체계가 기능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동일한 장비를 추가하고, 별도의 계통을 구성합니다.(이중화)
    예를 들어, 함정은 격리된 여러 개의 격실(방)에 엔진들을 설치합니다.
    엔진실 한 구역이 파괴되더라도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교전이 지속될 경우, 손상 구역은 많아질 겁니다.
    따라서 생존성, 주임무 등과 같은 핵심장비들은 이중화를 넘어 삼중화, 사중화까지 합니다.
    민간 장비라면 채택하지 않을 설계입니다.

7) 시장에 의한 가격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거래량이 적고 계약마다 조건이 다릅니다.
    무기체계의 ‘적정가격’이 존재하지 못하고, 당사자 간 협상력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의 통제와 폐쇄성은 비효율성을 유발하고 불한당이 설치기 좋은 환경입니다.




에필로그

"00아, 너 x 소속이지?"
"네"
"하나만 물어보자, 왜 군납품들은 비싼 거야?"

급작스러운 질문에 제대로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계속 마음에 남아 이 글을 쓰게 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3/01/15 21:19
수정 아이콘
모든것의 근본은 시장에 온전히 맡길 수 없어서려나...
23/01/15 23:05
수정 아이콘
캐드 사용해서 무기 설계하면 알아낼 방법이 있나요?
오후2시
23/01/15 23:21
수정 아이콘
없죠.
솔직히 캐드 사용한다는 신고에 불과합니다.
여수낮바다
23/01/15 23:5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가격이 비싼 데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과 저번 글 통해 잘 배웠습니다.

폴란드 최근 수출 등 같은 거로 원가 절감 효과가 크겠죠?
오후2시
23/01/16 00:06
수정 아이콘
제가 담당하는 분야가 아니어서 제한적이지만,
절감효과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무기의 성격상 수입국의 요구사항을
(생산공장 설치, 기술이전, 지형 특성화 개조)
수행하면 크게 절감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습니다.
VictoryFood
23/01/15 23:55
수정 아이콘
결국 군수품은 다른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일 필요가 없어서 가격도 효율화되지 않는 거군요.
마스터충달
23/01/16 03:46
수정 아이콘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품목이 있긴 해요... 침낭이라든가...
SkyClouD
23/01/16 10:28
수정 아이콘
솔직히 밀스펙만 준수하는게 아닌, 일반 시장 경쟁입찰 제품 - 대표적으로 침낭, 장구류, 피복, 잡화... - 는 비리가 한몫하긴 합니다.
전투화 시장이 경쟁으로 바뀐 다음에 퀄리티 좋아진거 보면 기가 막히죠.
오후2시
23/01/16 11:30
수정 아이콘
정부가 조달하는 구조상 제도에 허점이 존재하고,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환경이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23/01/16 09:08
수정 아이콘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일부 납품했었는데,

1. 1년에 100개 남짓 납품합니다.
2. 해당 제품의 생산에 투입되는 사람을 다른데 투입 못합니다.
3. 해당 제품의 생산에 투입되는 설비를 다른곳으로 전용하지 못합니다.

이러다보니 개발비, 설비 감가, 인건비 같은 고정비가 100개 납품 수량에 다 타야하더군요..
SkyClouD
23/01/16 10:27
수정 아이콘
2차대전 미군 병기같은 가성비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대병기는 여러가지 일반적인 이유와, 몇몇 병기 제작만의 특별한 이유 - 대표적으로 보안 - 으로 인해서 도저히 기본 비용을 낮출 수가 없어요.
오후2시
23/01/16 12:43
수정 아이콘
댓을 보고 다음글 주제가 떠올랐습니다.

대전쟁이 만든 발명품들 써보겠습니다.
한국화약주식회사
23/01/16 12:43
수정 아이콘
과거 00년도 중반에 한 헬멧 회사 사장님이랑 이야기 하는데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용 헬멧을 의뢰한 적이 있는데 정상적인 회사라면 진입할 생각도 안할 생산 조건이라 (헬멧 단가는 높은 편이지만 전투기 조종사용 헬멧은 특수 제작이라 기존 헬멧 생산 라인으로는 안되어서 전용 생산라인을 만들고 이걸 계속 유지해야하는데 수량은 기껏해야 1천개 + @. 누가 헬멧 1천개+@ 만들겠다고 라인을 새로 깝니까?) 결국 아무 회사도 안했다고....
오후2시
23/01/16 12:44
수정 아이콘
그러면서 원가산정을 정부가 하고
거기에 '적정 이윤'을 붙혀
계약가로 선정하다보니, 손해보는 경우가 많죠
한국화약주식회사
23/01/16 12:51
수정 아이콘
적정 이윤을 정부가 보장한다고? 하지만
그 적정이윤과 원가는 정부가 정하니까 실질적으로 손해인게 다반사죠.
오후2시
23/01/16 13:09
수정 아이콘
사실 그 내용도 포함하고 싶었지만,
객관성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 제외했습니다.

언급하신 구조는 필연적으로
논쟁과 왜곡, 불신을 불러오죠
GregoryHouse
23/01/16 13:13
수정 아이콘
어느 기관에서 재직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국가주도 개발한 무기의 양산단가 산정과
일반 물품 혹은 기업주도 개발한 무기의 단가 산정이 매우 다릅니다

국가주도 사업의 경우 양산단가에 개발비가 불포함이지만 여전히 비쌉니다
한때 논란이 되었던 usb도 국가주도 무기체계의 부속으로 알고 있습니다
BlueTypoon
23/01/16 14:34
수정 아이콘
군대에서 작전용 노트북을 사용했습니다. 오래전이라 기억이 흐릿한데 500만 정도로 기억하네요. 열, 추위, 내구성 등 다양한 스펙을 맞춘가격이라 그런지 디자인, 조작감 다 이상했네요. 그때도 이렇게 비쌀필요가 있나? 이런게 안비쌀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23/01/18 15:38
수정 아이콘
근데 전투기나 탱크 같은 거는 생산량 많아지고
수출 되고 이러면 단가 떨어지긴 하더군요
총기도 그렇고..,.
오후2시
23/01/18 18:22
수정 아이콘
예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감소는
https://cdn.pgr21.com/freedom/97709
설명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738 [일반] 짧은 카카오페이 이용후기 [13] 겨울삼각형14017 23/01/19 14017 0
97737 [일반] (스포)플라네테스 2003 감상,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 빈란드 사가 주절주절) [26] 그때가언제라도9401 23/01/19 9401 1
97736 [일반] 정직함이 희귀해진 시대 (말장난이 범람하는 시대) [115] 오후2시21112 23/01/19 21112 34
97734 [일반] [경제] 12월 BOJ 발표: 엄습해오는 일본 경기둔화와 '제 2의 일은포' [18] 김유라13711 23/01/18 13711 19
97733 [일반] 나도 봤다 슬램덩크 자막판 후기 (스포있음) [14] 노래하는몽상가10058 23/01/18 10058 5
97731 [일반] 농덕 입장에서 본 The 1st Slam Dunk [20] 인민 프로듀서11282 23/01/18 11282 1
97730 [일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지루함과 실망스러움 [91] 긴 하루의 끝에서17110 23/01/18 17110 18
97729 [일반] 모조품 제작/사용은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걸까. [91] 탐랑13658 23/01/18 13658 0
97728 [일반] 인공지능 챗봇, 챗GPT, 직접 시험해보고 퀄리티에 놀라다 [70] 에이치블루13785 23/01/18 13785 3
97727 [일반] 사내정치, 어디까지 해봤어 [44] 숨결16549 23/01/17 16549 40
97726 [일반] 2023년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변경사항 [165] 사브리자나17438 23/01/17 17438 1
97723 [일반] 착한 일과 돈 벌기 - 요양원 이야기3 [6] 김승구10187 23/01/17 10187 7
97721 [일반] ‘추위 적응 훈련’하다가 숨진 이등병, 후속 보도가 늦었던 이유 [69] Davi4ever17746 23/01/17 17746 9
97720 [일반]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 해결하기 (1) [60] 완전연소16413 23/01/16 16413 60
97718 [일반] 2-2) ‘군용’의 마법 – 왜 무기는 비쌀까? part 2. [20] 오후2시12102 23/01/15 12102 16
97717 [일반] 띠링, 첫 월급님이 입장하셨습니다. [62] aDayInTheLife17096 23/01/15 17096 15
97716 [일반] (그것이알고싶다)빌라왕과 킹메이커 [59] 핑크솔져17408 23/01/15 17408 12
97713 [일반] 분노/퍼스트맨/언더 더 스킨 감상 [1] 그때가언제라도7324 23/01/15 7324 1
97712 [일반] 2022년 영화 베스트 25 - 주관 100% [23] azrock15356 23/01/15 15356 5
97711 [일반] [팝송] 제가 생각하는 2022 최고의 앨범 Best 15 [10] 김치찌개9080 23/01/15 9080 12
97710 [일반] 이태원 분향소를 다녀왔습니다. [69] Not0nHerb15242 23/01/14 15242 37
97709 [일반] 2-1) ‘군용’의 마법 – 왜 무기는 비쌀까? part 1. [21] 오후2시12968 23/01/14 12968 12
97706 [일반] 고은 시인의 등단 65주년을 기념하며 [51] lexicon12317 23/01/14 12317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