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연극을 두 편 봤는데, 둘 다 괜찮았기에 추천해봅니다.
1. 연극 '아트'- 2022년 9월 17일 ~ 2022년 12월 10일
- 서울, 대학로 YES24 스테이지
▷ 쉽지만 흥미롭고 작지만 단단한 희극입니다. 이야기 규모는 소박하지만 세 캐릭터가 대유하는 현대인 상,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팽팽한 갈등이 관객의 흥미를 잘 끌어갑니다. 많은 분들이 셋 중 한 캐릭터에게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저는 이순재-백일섭-노주현 캐스팅으로 봤습니다. 노련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조금은 TV배우에 더 가까운 인상도 갖고 있던 백일섭 씨와 노주현 씨를 새삼 다시 봤습니다. 제가 봤던 회차에는 이순재 씨가 타이밍이나 대사를 살짝 놓친 부분이 아주 가끔 있었는데 노주현 씨가 대부분의 관객은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편안하게 커버하더군요.
▷ 다른 캐스팅으로도 관람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어느 쪽이나 상당히 좋았다고 합니다.
▷ 여담이지만 작품 중 언급되는 '금액'은 공연 연차가 이어질 때마다 물가에 맞춰서 바꾸고 있다고 하네요.
2. 연극 '스카팽'- 2022년 11월 23일 ~ 2022년 12월 25일
- 서울, 명동예술극장
▷ 국립극단의 '클라쓰'가 느껴지는 삼연째의 희극입니다. 홍보문구 중에 '국립극단 작품 중 유일한 코미디'라는 식의 표현을 얼핏 본 거 같은데, 작품을 보고나서 왜 특별취급하는지를 알 거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비극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가장 좋아하는 건담이 Z건담 TV판이며 극장판은 부정하는 입장입니다 그건 이 정도 퀄리티의 희극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인 듯도 합니다.
▷ 메타적인 요소도 좀 있고(일단 등장인물 중 하나가 이 작품의 희곡을 쓴 '몰리에르'입니다) 밈이나 패러디도 꽤 쓰입니다. 저는 비교적 패러디를 잘 눈치채는 편인데 이 작품에서는 놓친 게 조금 있었네요. 아마도 최근 유행했던 TV연속극의 대사들 위주로 놓친 거 같은데 제가 TV를 잘 안 봐서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
멤버 유지'라는 대사가 너무 초반에 나와서 관객들이 풍자라는 걸 눈치채기 어려웠던 점이 약간 아쉬웠습니다. 다같이 웃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한편으로 일부 중장년 관객은 중간중간에 나오는 패러디를 읽어내지 못해서 가끔 몰입이 끊어지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스마트폰으로 카톡을 하고 있거나 졸다 깨서 공연 도중에 터벅터벅 나가버리거나 하는 건 보기 흉하더군요. 업체 측 입장은 모르겠지만 일개 관객 입장에서 그런 분들은 좀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방해는 하지 말아아죠.
▷ 이 연극의 특징 중 하나는 한층 더 본격적인 '배리어 프리'를 표방한다는 점입니다. (사진 참고) 보통 배리어 프리 연극이라면 수화통역자 한 명이 무대 가장자리에 서서 모든 대사와 효과음 등을 실시간 통역해주는 정도가 많은데, 이 작품은 무려 모든 등장인물마다 한 명씩의 수화통역자가 붙습니다. 마치 피터팬 곁의 팅커벨처럼(…) 동선을 함께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무대 앞에 여러 수화통역자가 모여서 수화로 대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기도 합니다. 또한 무대 좌우의 화면을 통해 효과음, 배경음악, 대사 등이 전부 한국어 자막으로 나옵니다. (음성해설 수신기도 지원합니다. 아마도 시각장애인 용이겠지요.) 제가 보기에 이런 요소들은 상당히 뚜렷한 장단점들이 있던데, 우리 사회에 흔치 않던 요소인만큼 가능하면 직접 느끼고 판단해보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극단이 그 단점을 영리한 방법으로 극복하려 시도하는 게 참 멋지게 보였습니다. 중후반까지도 그 시도에 설득되지 않았지만, 최후의 발놀림(?)이랄까 발재간(?)이랄까, 거기에는 크게 한 번 웃으며 설득당하게 되더라고요. 평소 배리어 프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실베스뜨르 역의 연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급한 마무리.
오랜만에 가본 명동은 제법 활기가 돌아온 듯 보였습니다. 다행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