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1/28 21:04:18
Name 보리야밥먹자
Subject [일반] 정신과 치료를 통해 알게 된 형을 최근에 만났습니다.
https://cdn.pgr21.com/freedom/95336?divpage=19&sn=on&keyword=%EC%82%B0%EB%94%B8%EA%B8%B0%EB%A8%B9%EC%9E%90

먼저 전 이 글을 쓴 사람이고 이에 대한 뒷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위의 글에서처럼 2011년에 정신과로 군대를 빼기 위해 정신과 병원을 다니다가 알게 된 저보다 6살 위인 형에 대해 글을 써봅니다

그 형은 2004년 3월에 입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스퍼거 중증이라서 훈련소에서부터 온갖 괴롭힘을 당했고 자대에서도 적응을 못했습니다

자대에서는 어쩌다 너같은 놈이 우리 소대가 됐냐? 넌 대체 왜 군대를 안뺀거냐? 이런 소리들을 수도없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 기본적인 것조차도 빨리 배우지 못해서 군생활을 매우 힘들게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러니까 그 형이 입대한 지 3개월 째에 자기 동기들이 밖에서 한여름 일을 힘들게 하고 있을 동안 간부들이 자신을 몰래 불렀다고 합니다

그 형이 하시는 말씀이 간부들이 거기서 하는 말이 저를 처음 병원에서 만났을 당시에도 아직도 기억에 남았는데 정확히 이랬다고 합니다

"여기 오래 있고 싶지 않지? 우리도 너가 여기 오래 있는거 바라지 않는다. 의병전역 시켜줄테니 할래?"

그 형은 그 순간 꿈을 꾸는 것 같았고 단번에 수락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간부들이 하는 말이 "넌 우리때문에 나가는게 아니라 복무 도중에 십자인대를 다쳐서 나가는 거다. 사회 나가서 취직할때나 주변사람들과 대화할 때 군대 얘기를 해야 할 때가 오면 꼭 이렇게 말해. 안그러면 너가 많이 곤란해질거다. 다시한번 말한다. 넌 우리가 보내줘서 나가는게 아니라 십자인대 파열로 나가는 거야 알았지?"

그 형은 단번에 수락했습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간부들은 형한테 하루 종일 "넌 우리가 보내줘서 나가는게 아니라 십자인대 파열로 나가는거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더군요. 그 형은 아직도 그게 기억에 난답니다.

그 다음 날, 그 형은 곧바로 부대를 나가서 부대원들과 잠깐 인사를 하고 의병전역을 해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 형이 하시는 말씀이, 그 이전만 해도 자기를 매일매일 욕하고 괴롭히던 동기들이 그날만큼은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서 "몸 조심해서 가", "수고 많았어", "고생 많았다" 등등의 말로 배웅을 해줬고 그걸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정확히 11년간 연락이 되지 않았고 요즘들어 갑자기 그 형의 근황이 문득 궁금해져서 어찌저찌 해서 그 형의 모 네이버 카페 아이디를 알게 돼서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 형은 그러자 저를 엄청 반가워했고 그날 저와 나눴던 여러 대화 내용들을 길게 얘기한 뒤에 자신의 근황을 말했는데, 지금은 지방에 내려가서 모 대기업 생산직에서 몸쓰는 일을 3년째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어느 중소기업 사무직에도 들어가 보고, 주말에도 쉬지 못하게 하는 중소기업에서도 일해보면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그 형과 대화를 나누다 문득 제가 위에서 언급한 군대 얘기가 나왔는데, 그 형은 이제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답니다.

"내가 그 동안은 회사에서 면접을 보거나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때 군대에 대해 질문이 들어오면 그 간부들이 해줬던 말대로 사실과 다르게 말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군대에서 나는 관심병사였고 그것때문에 간부들이 의병전역을 시켜서 나왔다고 사실대로 말한단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저도 모르게 감격했습니다. 그 형은 이제는 그런 질물이 들어와도 사실대로 말한다더군요. 그러니까 오히려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도 쉬워지고 인생도 잘 풀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그 형처럼 제 자신에 대해 주변사람들에게 완벽히 당당하고 솔직해질수 있는 날이 언제쯤이면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kanuchoco
22/11/28 21:21
수정 아이콘
그 형 분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게 되어서 정말 잘됐네요.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자신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 곁으로 가게 되더라구요.

최근에 장애를 가진 분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무대에 서서,
자신의 장애를 대중에게 솔직하게 오픈하고 셀프디스하면서 유머로 승화시키는 영상을 보는데,
오히려 제 안에 있던 장애에 대한 불편한 편견이 해소되더군요.

확실히 자신의 약점에 대해 솔직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진 사람 덕분에,
오히려 타인인 제가 그 사람의 긍정적인 기운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보리야밥먹자님도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화이팅!
디쿠아스점안액
22/11/28 21:21
수정 아이콘
질환의 종류는 다를 수 있지만 저도 치료를 받는 사람으로서, 응원합니다.
무한도전의삶
22/11/28 21:23
수정 아이콘
자신 안의 부정성을 마주하고 수용한 사람에게서는 언제나 단단함이 느껴지는 법이죠.
22/11/28 21: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장이 안좋아서 희귀병 판정 받고 면제인 사람인데
주변에 오픈 안하면 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나요??
남들 화장실 하루에 한번 갈때 매일 10번 넘게 가면 이상하게 생각하는건 당연하고 일안하고 놀러간다고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거 같은데
아스퍼거 증후군이 남들과 다르다고 하는데 오픈 안하면 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냥사람
22/11/29 08:36
수정 아이콘
그냥 쟤 좀 성격 이상해랑 정신병자는 많이많이많이 다릅니다..
22/11/29 17:21
수정 아이콘
진짜 정신병자면 군 면제거나 더 심하면 장애인일텐데 그정도가 아닐텐데 그게 그렇게 차이가 나나요?
너무 제 입장에서만 생각하는건지
숨길 수 있는거면 숨기는게 가장 좋은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숨길 수 없으면 어차피 불이익 받을거 조금이라도 배려 받을려면 오픈해야한다는 생각이고
분쇄기
22/11/28 21:46
수정 아이콘
저도 그냥 시간 좀 지나면 오픈 중입니다. 쓸데없는 오해 사기가 짜증나서... 참고로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ADHD 있습니다..
밀리어
22/11/29 04:54
수정 아이콘
군대가 힘든 백가지를 나열하면서도 군바리니 당나라군대니 하면서 무시하는게 군필자라는게 아이러니죠
StayAway
22/11/29 09:02
수정 아이콘
의사 선생님이 '비하'가 아닌 '자기희화화'는 훌륭한 심리치료 방법이라고 했던게 생각나네요.
대중적인 예를 들자면 개콘의 '네가지' 라거나 탑게이 '홍석천'도 비슷한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아린
22/11/29 14:34
수정 아이콘
십자인대파열이 의병전역 사유는 맞는데..
파열되지도 않은 십자인대를 파열되었다고 구라쳐서 의병전역이 가능하면 만기전역자들은 병신인가요;
의병전역을 일선간부들이 알선해서 진행할 수 있을만큼 만만한게 아닙니다.
군 병원에 입원 및 검사 후 정확한 진단이 나온 후에 자대가 아닌 국군병원급에서 전역심사 및 의병전역 처리됩니다.
그 형이라는분 허언증도 있으신거같은데요.
코코볼
22/11/29 14:40
수정 아이콘
그냥 많은 걸 축소해서 말한 걸 겁니다.
유아린
22/11/29 14:43
수정 아이콘
어느쪽으로 생각해도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만;
의병전역은 꿈이고 현역복무부적합으로 나온거같단 생각은 듭니다.
스파게티
22/11/29 14:47
수정 아이콘
십자인대 파열을 사유로 전역시켜준게 아니라 정신적인 사유로 전역을 하는데
사회에서 그대로 말하면 안좋게 볼테니 그냥 십자인대 파열이라고 둘러대라라고 말한게 아닐까요.
유아린
22/11/29 15:05
수정 아이콘
사단급 병인사계원이었어서 의병전역이나 현부자심사에대해 나름 잘 아는데..
본문의 글 중에 가능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복무 부적격 전역자에게 간부들이 조언하고 부대인원들이 격려해주고..?
전역할래? 물어본 다음날 전역하고..
힘내자고 쓰신글에 초치고싶은건 아닙니다만 좀 그러네요.
코코볼
22/11/29 17:53
수정 아이콘
위에 스파게티님이 제가 하고싶은 말 거의 그대로 했네요. 그냥 많은걸 함축해서 안고 가는 담백한 글이라고 보시면 쉬울 듯 합니다.
분쇄기
22/11/29 20:38
수정 아이콘
2004년 3월에 입대했던 사람이라고 하니 또 모를 일이긴 하죠.
세츠나
22/11/30 10:49
수정 아이콘
2010년 이후면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데 1980~90년대면 반대로 불가능한게 없을 것 같은...그냥 안되면 되게 만들었던 시대니까요.
근데 그 중간인 2000년대라 모르겠네요 어떨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268 [일반] 라데온 그래픽은 엄청 싸짐+ 14코어 저전력 인텔 13세대 노트북 CPU 포착 [17] SAS Tony Parker 13142 22/11/29 13142 2
97266 [일반] 현재 중국사회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149] Nacht31604 22/11/28 31604 47
97265 [일반] 정신과 치료를 통해 알게 된 형을 최근에 만났습니다. [17] 보리야밥먹자15320 22/11/28 15320 35
97262 [일반] 중국의 COVID-19 출구는 없는가? [62] 여왕의심복19383 22/11/28 19383 35
97261 [일반] RTX 2060/RTX 2060S/GTX 1660/GTX 1660S 단종, RTX 30 시리즈로 대체 외 [25] SAS Tony Parker 11740 22/11/28 11740 1
97260 [일반]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38] 로각좁12114 22/11/28 12114 10
97259 [일반] PC가 가득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작 스트레인지 월드 [42] 의견제출통지서16259 22/11/28 16259 6
97258 [일반] 뉴진스의 어텐션을 오케스트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4] 포졸작곡가8010 22/11/28 8010 5
97257 [일반] 요즘 본 영화(스포) [11] 그때가언제라도7407 22/11/28 7407 2
97256 [일반] 남성 직장인 3명 중 2명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 있다” [87] lexicon23050 22/11/27 23050 9
97255 [일반] 배달도시락 1년 후기 [77] 소시25580 22/11/27 25580 132
97254 [일반] 좋은 미드 2개 추천하고 갑니다. [22] This-Plus12352 22/11/27 12352 8
97253 [일반] 늘 그렇듯 집에서 마시는 별거 없는 혼술 모음입니다.jpg [28] insane17699 22/11/27 17699 15
97252 [일반] IVE의 After Like를 오케스트라로 만들어봤습니다. [7] 포졸작곡가8818 22/11/27 8818 16
97251 [일반] [팝송] 카이고 새 앨범 "Thrill Of The Chase" [2] 김치찌개7938 22/11/27 7938 0
97250 [일반] [성경이야기]외로운 사사 삼손이 태어난 배경 [9] BK_Zju12557 22/11/27 12557 19
97249 [일반] CGV가 주었던 충격 [33] 라울리스타20242 22/11/26 20242 29
97248 [일반] 맥킨지 보고서-승리하는 다양성 [124] kien.20321 22/11/26 20321 4
97247 [일반] (스포)사채꾼 우시지마 감상 10권까지 감상 [33] 그때가언제라도11253 22/11/26 11253 3
97242 [일반] 나이브스 아웃 2: 글래스 어니언 보고왔습니다(노스포) [11] 흰긴수염돌고래10058 22/11/25 10058 6
97238 [일반] 르세라핌의 antifragile을 오케스트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14] 포졸작곡가8699 22/11/25 8699 15
97236 [일반] 미국 중간선거 리뷰) ???: 트럼프, 대법원. 뭐 하려고 하지마. 보여줄거 없어. [38] bifrost17762 22/11/24 17762 11
97234 [일반] (조금스포)​짱구 29기 수수께끼! 천하떡잎학교(천카스) 극장판 후기 [13] 그때가언제라도8768 22/11/24 876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