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0/01 22:44:24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889379400
Subject [일반] 책 후기 - <하얼빈>

몇 번이고 언급했지만, 저는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문장력과 구성이 중요한 장편보다 발상과 그 전개가 중요한 중단편이 더 끌리는 취향이라 그렇습니다. 그 선후관계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요.


그런 중에 저에게 김훈이라는 작가님은 가시와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이해하기 어렵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장력'이란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였나 혹은 모의고사 문제지에서 만났던 <현의 노래>는 그 짧게 편집된 분량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큰 인상을 남긴 문장들이었으니까요.


<하얼빈>의 이야기는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안중근 의사의 일주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언어로 표현하자면 김훈 작가님 특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불가해한 세상에 대해 한 사람이, 혹은 한 남성이 부딪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요.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교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대련에서 하얼빈으로 이어지는 이토의 이야기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연결되는 안중근의 이야기로, 혹은 두 가지의 의지가 맞부딪치는 장소로써의 하얼빈으로.


동시에 이야기는 빌렘 신부와 뮈텔 신부의 이야기를 곁들이며 어떤 점에서는 종교적인 물음, 정확하게는 카톨릭의 물음을 담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이 또한 교차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느님의 나라와 세속의 나라의 경계선에서 '죄'는 너무나도 많거나 혹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문장 하나를 남길까 합니다. 뒷 표지에도 써진 문장으로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10/02 10:04
수정 아이콘
단편소설에 발상이 중요하다고는 들었는데, 문장력은 장편에서 더 중요한가요? 길어질수록 문장보다는 내용전개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닌가 보네요.
aDayInTheLife
22/10/02 10:36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문장이 부족하더라도 발상의 힘으로 단편은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라 그렇게 썼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길어질수록 문장의 맛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조과장
22/10/05 19:23
수정 아이콘
이분 신간이 나온지도 몰랐습니다.
알려주서서 오늘 서점에서 사서 읽는 중입니다.
아직 초반이지만 역시 글맵시가.....
현의 노래, 남한산성 같은 작품의 냄새가 나서 좋았습니다.
aDayInTheLife
22/10/05 19:2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으십쇼!
확실히 김훈 작가님 스러운 문장이 있죠.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768 [일반] 아... 미드차이 팀운망겜 [26] 레드빠돌이11501 22/10/02 11501 2
96766 [일반] 사극 드라마 노래 모음입니다. [6] 라쇼13681 22/10/02 13681 3
96765 [일반] 디지몬 어드벤쳐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 (스포) [7] 그때가언제라도7496 22/10/02 7496 1
96763 [일반] 책 후기 - <하얼빈> [4] aDayInTheLife10303 22/10/01 10303 5
96759 [일반] [경제이야기] 혼세마왕이 강림한 미국의 주택시장, 분노한 제레미 시걸 [58] 김유라20572 22/10/01 20572 20
96758 [일반] 미개국가의 문화승리: 산업화 국가의 결론은 저출산이다 [31] 계층방정13226 22/09/30 13226 4
96757 [일반] [직장생활] 면접을 보고 느낀 점 [18] 라울리스타14254 22/09/30 14254 12
96756 [일반] 망사용료의 아주 근원적인 문제는 결국 [101] 능숙한문제해결사17417 22/09/30 17417 25
96753 [일반] 망사용료,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면 어떨까요? [59] Dew16097 22/09/30 16097 11
96751 [일반] 출판사 '전파과학사'에서 도서 무료 나눔을 합니다. [12] 물맛이좋아요12503 22/09/30 12503 9
96748 [일반] 엔비디아. 4천 시리즈 파워서플라이 우려 일축 [19] SAS Tony Parker 11903 22/09/30 11903 0
96741 [일반] <더 문>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의 순수한 마음을 위한 안내서.(스포) [18] aDayInTheLife9160 22/09/29 9160 0
96740 [일반] 요즘 본 만화 후기(스포) [11] 그때가언제라도9688 22/09/29 9688 0
96738 [일반]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 리뷰(스포주의) [1] 말랑7600 22/09/29 7600 1
96737 [일반] [국방] 미국몽 함께하겠습니다. & 기타 뉴스들 [22] 어강됴리12435 22/09/29 12435 2
96734 [일반] 제임스 웹 망원경이 찍은 선명한 나선 은하 [34] 인간흑인대머리남캐12861 22/09/29 12861 3
96724 [일반] (스포)더 보이즈 시즌2 다 봤습니다. [5] 그때가언제라도7603 22/09/29 7603 0
96720 [일반] 이제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당해세보다 전세금 변제가 먼저라고 합니다. [47] 미뉴잇17317 22/09/28 17317 8
96715 [일반] 내가 너를 칼로 찌르지 않는 것은 [24] 노익장13350 22/09/28 13350 20
96713 [일반] 낡은 손목 시계 - 完 [4] aura8812 22/09/28 8812 7
96712 [일반] 환율이 높으면 안 좋은 건가요? [71] CV15722 22/09/28 15722 0
96708 [일반] 버스에서 쓰러진 여성을 보았습니다. [51] style16133 22/09/27 16133 7
96707 [일반] 이 세상은 다 홀로그램이다 이 말이야!! [30] 능숙한문제해결사12888 22/09/27 12888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