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8/12 09:20:55
Name 닉언급금지
Subject [일반] 피를 마시는 새를 읽으며 든 몇가지 질문들
[피마새] 엘시 에더리는 왜 죄가 없었는가
이후의 글은 피마새를 읽은 뒤의 망상을 정리한 것입니다.
걍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세요.

엘시는 밤의 따님인 꿈이 관여하기 힘든 사람이었습니다.
옆에서 볼 수는 있지만 알아차리게 할 수 없었죠.
왜일까요?
여기저기서 묘사를 하지만
엘시는 '자유의지'로 행동한 적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네, 선악과를 먹기 전의 아담. 그런 존재였던 것이죠.(성경의 표현을 빌려온 것은 제 지식의 한계 때문입니다. 딱히 피마새를 성경 수준으로 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라세는 그런 엘시를 '알고'있었지요. 그녀는 어찌 되었건 간에 '정신억압'을 할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요.
물론 라세의 정신 억압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라는 명령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엘시는 그 명령을 받고 '당신이 바랄 만한 것'을 하는 것으로 행동했지요.
이는 라세의 정신 억압을 받은 이들이 그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뭐 그렇기 때문에 엘시는 자유의지를 따른 행동을 하지 않은 -네, 자유의지를 가지는 것은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것이기 때문에
'보유'는 죄가 되지 않지만 그것의 '행사'는 죄가 됩니다.
뭐 간단한 신학적인 논리이긴한데 이에 대한 논의는 뭐 아우구스투스, 아퀴나스 시절 때부터 있던 것이니까 패스-
그래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인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즈음에 엘시가 자유의지를 따라 행동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래서 그후 라세가 엘시에게 '너도 잃었다.'라고 표현했지요.

뭐 그냥 그렇다구요.

아, '부끄럽다'라는 표현을 엘시가 하기는 했지만 엘시는 거기에 해당 사항이 없는 사람이었죠, 그때까진 말이죠.


[피마새] 피마새 시대의 나늬는 누구인가?

이 글은 초지를 위한 글입니다.

눈마새 시대의 나늬는 데오니 달비였습니다. 인간의 보늬는 보늬 당주가 있었고 나가의 보니는 카린돌이었지요. 레콘과 도깨비 보늬는 등장하지 않았으니 패스

그럼 과연 피마새 시대의 나늬는 누구였을까요? 일단 인간의 보늬는 헤어릿이 확실하죠. 나가/레콘/도깨비의 보늬는 등장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나니 역시 등장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일단 초지를 위해서 한 번 궁리해보겠습니다. 다음은 나늬일 수 있는 여성 후보군입니다. 나늬/보늬는 자매이니까 남정네는 자격 미달입니다. 글쎄요, 트랜스젠더는 알 수 없군요.

1. 아실
직접 '나늬'라고 불린 과거가 있는 여성입니다. '나늬'가 꼭 미모로 뽑히는 것이 아님을 미루어볼 때 차돌과 같이 '증오'와 '충돌'로 인간을 이끌었던 그는 나늬의 후보로 손색이 없습니다. 실제로 '그남자'라는 극렬빠돌이도 보유 중.

2. 정우
1후보인 아실의 영향력이 레콘들에게 한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반해 사람/레콘/도깨비, 이 세 종족에게 폭 넓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성입니다. 나늬의 발현태인 '모든 종족에게 사랑받는 여성'이라는 모습에 가장 가깝지요.

3. 니어엘
넵, 헨로 왕가의 시조일 것이 분명한 여성, 니어엘 부대장입니다. 동생 부냐도 그렇지만 니어엘도 레콘/인간에게 존중받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앞선 두 후보에 비하면 약체인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네요

4. 부냐
넵, 헨로 자매들은 시대를 풍미한 팜므 파탈즈임에 틀림없습니다. 스스로 빛나는 언니와 다른이들의 빛으로 빛나는 동생이지만 말이죠. 역시나 극렬빠돌이 보유 중.

5. 세레지
인간과 레콘을 말빨로 찜쪄드시는 능력의 보유자입니다. 도깨비 정도는 식후 입가심 정도의 말빨만 세워도 보내버리실 수 있을 듯. 그 능력에 경의를 표해 일단 후보군에 등록은 했지만 앞선 후보들에 비하면 나늬로서의 매력의 영향권이 좀 협소하다싶은 느낌이 있습니다.

6. 데오니 달비
아, 이건 예상하시는 분들이 적으시더군요. 눈마새 이후 약 57년가량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눈마새 시절에 20대 초였을 데오니 달비가 피마새이 시절에도 생존해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나올 필요가 없어서 등장 안했을 수 있지요.

네, 이상이 제가 생각하는 피마새 시절의 나늬 후보였습니다. 제가 얘기 들었던 후보 중 가장 의외였던 후보인 인물은 파노의 며느리였군요. ^^

전 아실이 나늬일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만, 여러분은 누구를 나늬로 생각하시나요?


[피마새] 모디사 헨로는 행복했을까?

피마새에서 가장 인상깊은 악역이 누구인가요?하는 질문을 객관식으로 만든 뒤에
'니어엘 헨로'와 '부냐 헨로'의 엄마, '스카리 빌파'의 예비 장모 등의 부연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 한 표도 못 얻지만
부연설명을 다는 순간 '라세'와 맞먹는 지지율(?)을 자랑하는

헨로가의 안주인 '모디사 헨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여담이지만 대개의 캐릭터의 호오가 성별이나 연령대로 차이나게 갈리는 것에 비해 모디사 헨로는 미혼/기혼의 여부로 확연히 차이나게 호오가 갈리더군요. 아니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직 좋다는 사람은 못봤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모디사는 남편인 도로와는 대조적인 '명예욕/계급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도로가 '자작'이라는 지위보다는 그 지위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을 사랑한 것에 반해 모디사는 '자작 부인' 밖에 되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들이 이뤄주기를 맹렬히 강요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그래서 한갖 군인이 되어버린 '니어엘'은 피마새 시점 때까지 평생토록 모디사의 증오 아닌 증오를 받아야했습니다. 모디사의 자기혐오의 전가물이 되어야했지요. 그에 비해 부냐는 대장군의 약혼녀, 소공자의 정실부인 등등 모디사를 기쁘게하는 신분만을 쟁취해왔습니다만.....

피마새가 끝날 때 즈음에
부냐를 끌어올리던 스카리는 그저 한갖 도깨비감투라는 희대의 보물을 소유한 도망자가 되어버리는데 반해
니어엘은 '헨로 왕조'의 시조가 되었지요.

자, 여기서 제가 피마새를 읽은 뒤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할 수 밖에 없게됩니다.

니어엘 헨로가 왕이 된 뒤,

모디사 헨로는 행복했을까요?

최소한 10여년 정도는 미워했던 딸이 우여곡절 끝에 왕이 되었는데
분명히 그 '과정'은 모디사에게 진저리칠 만큼 끔찍한 상태였겠지만 그 '결과'가 모디사가 바라던 것보다 훨씬 더 굉장한 것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말이죠.

모디사 헨로는 행복했을까요?

참, 이 글은 제국이 그롬 빌파의 소망처럼 작은 왕국들로 나뉜 뒤, 그 왕국들의 왕 중에 힌치오가 제2영웅왕이 되고, 니어엘이 헨로왕가의 시조가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하고 쓴 글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니가커서된게나다
22/08/12 09:52
수정 아이콘
엘시를 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공지능,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머신러닝이 이루어지기 전 초기모델 정도로 보입니다
그래서 초기 조건값을 똑같이 입력하면 항상 일정한 값이 나오고 그 선택지가 일정한 인과로 묶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거죠
심지어 결과가 도출되면 원인을 알 수 있는(약혼했다->사랑하니까) 수준이기 때문에 선택을 하지 않는 이는 비교우위의 차선이 없으니 죄가 없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다가 알파고쯤으로 업글되고 선택에 인과를 알기 어렵게 되면서 좀더 옳은거 같은데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거 아닌가 싶고 인간으로서 더 성장한거라 생각합니다

나늬는 당연히 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비부위는 달리기로 이끌었다면 아실은 사상으로 이끈거죠
아실의 영향력이 레콘에 한정된것으로 보인다면 어디에도 없는 신이 돌아와 던진 윷놀이에 참가한 영향이라고 보입니다
이번에 움직이는 말은 레콘만 조지는걸로요

모디사 헨로는 행복했을거 같지만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죄가 있는 인간이다보니 생각이 바뀌었을지도요
Lainworks
22/08/12 09:56
수정 아이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떠올리는 와중에 정주행 마려워졌으니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아이슬란드직관러
22/08/12 16:17
수정 아이콘
가....같이가요!
중상주의
22/08/12 10:50
수정 아이콘
1. 피마새 시대의 나늬는 정우라고 생각합니다. 나늬는 모든 종족에게 사랑받는다는 특성 외에도 미모든, 달리기든 특유의 특성으로 자신을 따르게 만드는 인간 여인이라는 2가지 조건이 있는데, 아실은 레콘에게밖에 충족되지 못했고 도깨비, 레콘, 인간 모두의 사랑과 동인(정우를 성채매장자로 만들어준 것은 레콘입니다.) 받는 정우의 행보는 그 무엇보다 나늬였습니다. 판단할 근거는 적지만 아실은 레콘의 보늬, 니어엘은 인간의 보늬가 아닐까요.

2. 모디사 헨로는 행복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행복의 근원을 본인 내면에서 찾지 못하는 이는 어떻게 되든 불행하기 마련입니다. 설사 부냐가 엘시의 짝이 되어 황후가 되었다 해도 본인에 대한 대접이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불평을 계속했을 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대체 엘시가 타이모의 난을 취검으로 어떻게 제압한 것인지에 대한 단편을 기다리며 타자 굿즈 불매를 할까 합니다.
Betelgeuse
22/08/12 11:03
수정 아이콘
눈마새 피마새 이야기 많이 올라오니까 좋네요 흐흐.
올해 감나무 농사도 풍년이려나…
22/08/12 11:17
수정 아이콘
이영도 작가 작품을 어릴 적 좋아해서 폴라리스 랩소디, 눈마새 전집을 소장하고 있는데도,
피마새는 한창 대학가서 놀던 시절이기도 하고 다른 작품들보다 좀 안 읽혀져서.. 중간에 보다가 흐지부지 되고 안 봤는데 다시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열혈둥이
22/08/12 11:43
수정 아이콘
저는 단순하게
죄 = 욕망 = 자유의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욕망이 없으니 스스로 뭘 하고싶은 자유의지가 없고 그러니 죄가 없죠.
죄라는것은 남에게 피해를 입혀서라도 뭔가를 가지고 싶고 이루고 싶을때 짓는 것이니까요.
그런 자신에게서 벗어나보자 했던 것이 부냐에 대한 사랑을 시도해본 것이구요.

처음 소설을 읽었을때는 나늬가 정우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으니까요. 하다못해 그 엘시에더리가 죄를 짓게 만들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여러번 읽다가 보니 나늬는 아실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나늬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특이하다, 모든 종족에게 아름답게 보인다. 모든 종족이 자신을 따르게 만든다. 입니다.
둘다 어찌보면 특이하고 어찌보면 자신과 관련된 대부분의 이들이 자신을 따르게 만듭니다.
아실을 레콘만이 따른다고 해서 아니라고 하기엔 락토 빌파야 말로 진정한 아실의 광신도죠.

그래서 저는 결론내렸습니다. 이것은 작가님이 우리에게 열어놓은 오픈월드다. 둘다 일수도있고 둘다 아닐수도있다.

모딧사 헨로는 단언컨데 불행했을겁니다.
왜냐하면 니어엘 헨로가 어떻게든 어머니가 좋아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서 왕이 됐을테니까요.
그리고 모딧사 헨로 또한 어떤 행복속에서라도 어떻게든 불행할 요소를 찾아서 불행해 했을테니.
이건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뫼소
22/08/12 12:1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2대 영웅왕은 히베리를 밀고 싶습니다. 왕이 없는 시대에서 왕이 된 대호왕의 전례를 보면 왕으로서의 자질을 가늠할만한 커리어도 없고 본인도 별생각 없던 사람이 되는게 재미있지 않나 싶어서 그렇긴 한데...
자급률
22/08/12 13:0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엘시는 아마 치천제가 16000년을 거쳐 만들려고 했던 사람의 프로토타입같은 형태였다고 생각합니다. 치천제의 구상 속에서 16000년 후에는 사람들은 모두 엘시처럼 행동하는거죠(물론 엘시같은 능력을 갖진 않겠지만).

더 나아가서는 먼저 승천한 첫째 종족도 아마 엘시처럼 다른 사람들을 대했으리라 봅니다. 다만 아주 큰 차이는 엘시는 그걸 자발적으로 기쁘게 한다기보단 죄를 갖지 못했단 내면의 공허감에 몸부림치면서도 어쩔수없이 하는거고 첫째 종족은 진심으로 기쁨에 차서 그렇게 했겠죠.

이렇게 보면 엘시가 죄를 갖자마자 치천제가 바로 현타와서 다 던진것도 어찌보면 이해가 가는게...니가 16000년 걸려서 만들려는것이 사실 이렇게 몇년만에 도로아미타불 될수도 있는 취약한 것이라고 눈앞에 들이밀어진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렇지만 않았어도(예컨대 엘시를 쓸수 없게 됐지만 그냥 죽어버리는 형태로 쓸수 없게 된것 뿐이라던가) 치천제 본인이 말한대로 스카리를 가져다 플랜B를 돌리건 어쩌건 원시제의 유지를 계속 지키려고 했을겁니다.
최명덕
22/08/12 20:2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엘시가 부냐를 사랑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어질 무렵에는 내가 저 사람을 왜 사랑했을까, 그게 정말 사랑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처럼요. 그리고 만약 부냐가 엘시의 첫 연인이었다면 첫사랑은 보통 실패한다는 금언을 떠올릴 때 엘시가 설령 부냐를 사랑했더라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게 특이한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궤로 엘시의 욕망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로시? 그 황제의 첩이 엘시는 욕망의 실현을 위해, 곧 빵을 위해 농업을 증진시키는 사람이라고 평한 것처럼요.

엘시의 죄라는 것도, 단순히 규범을 어기는 것을 떠나서 그 규범이 왜 존재하였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약간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피마새를 보면서 니체를, 특히 도덕의 계보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특히 말씀주신 쵸지가 나늬에 대해 보이는 태도, '남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인정하는 나늬를 찾기' -> ''내'가 원하는, 그 나늬를 찾기'에서, 또 힌치오가 사리타본에서 외치는 장면에서 보이는 힘에의 의지('나'와 '내가 욕망하는 것'을 바탕으로 성립하는 관점과 판단. 이에 반대되는 경우로 남이 부여하는 '작위'에 매달리는 모디사 헨로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우의 '아이'다운, 하지만 어리숙하지는 않은 태도(그러한 욕망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기존의 피상적 규범의 탈피) 등에서 그런 맥락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죄라는 것은 절대적인 규범의 위반이 아닌, 도덕의 계보에서의 니체가 제시한 추론에 따르면, 단순히 채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고 또 규범과 벌 또한 그러한 채무관계의 정식화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엘시는 빚을 지지 않습니다. 욕망의 실현에 있어 본인의 능력이 지나치게 출중하기도 하고 그렇기에 남에게 책을 잡히지 않는, 빵을 먹고 싶으면 농업을 중흥시키는 사람이니 그저 남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끔 하면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는, 빚을 지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고전에서 獨夫, 혹은 因緣과 같은 표현들, 또 초등학교 때 배우는 '밥 한 공기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등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는 엘시의 아압도적인 힘으로 정당화됩니다.

그러나 엘시는 빚을 지지 않는 사람인 동시에, 또 한없이 그 빚에 묶여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굳이 빚을 지지 않기에 빚을 지지 않지만 또한 그렇기에 남들과 진정으로 어울릴 수 없습니다. 유일한 친구가 인간의 기준을 벗어난 도깨비라는 점, 우물에 갇혔을 때 그렸던 그림들이 그런 상태를, 또한 그러한 상태를 엘시가 자각하고 있었고 엘시 자신에게 그다지 긍정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엘시는 남들이 묶여있는 채무관계를 욕망합니다. 그렇기에 그 채무관계의 전형, 극치인 '올바름'을 따르지만 관계의 상호성을 보장받지 못하기에 고통스러워하고, '죄'를 욕망합니다.

사실 이런 모순된 욕망은 엘시의 아압도적인 힘에서 비롯됩니다. 니체에게 있어 도덕이란 대부분의 경우 피안의 허상이고 기만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 규범의 위반, '죄'에 대해서는 그 채무관계가 기독교의 '금욕주의적 이상'에 의해 왜곡된 바라고 다시금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만들은 진정한 우리 자신을 감추고, 그를 돌보지 못하게끔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독교적인 원죄는, 그 도덕이 신적인 피안이라는 점, 그렇기에 몸을 가진 차안의 우리가 결코 닿을 수 없다는 점에서 비롯되고요. 그러나 엘시의 아압도적인 힘은 그 기만을 실현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쵸지에 대해서 쓰려다가 갑자기 엘시 내용이 너무 길어져버려서 글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6번 지지합니다...
모디사 헨로는... 행복할 순 있어도 그 행복으로 다시금 불안하고 불행해지리라 생각하구요..
22/08/13 06:09
수정 아이콘
나늬는 후속편이 나온다면 이렇게 회상할수도...

그 시대는 특별했지 누가 나늬였냐는 논쟁은 둘째치고 각 종족이 사랑했던 여성은 분명했으니까
아실은 레콘에게 사랑받았지
정우는 도깨비에게 사랑받았고
(정우는 인간에게 사랑받지 못했지 친동생에게 죽을뻔하고
독살도 당할뻔했지
나중에 그저 규라하공 로써 인정을 받은것뿐이지)

그럼 인간이 사랑했던 나늬는 누구냐고?
나는 씁쓸하지만 부냐 핸로를 뽑고 싶군
그녀는 엘시에게도 스카라에게도 증오의 화신이던 모디사 헨로에게도 집에사는 노예남성에게도 왕이 된 니어엘에게도
모두 사랑빋았지

그녀는 불행하지 않았냐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녀의 불행이
그녀를 동정하게 만들고 그녀를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였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349 [일반] [역사] 1936년 일제 고등문관시험 행정/사법/외교 기출문제 [14] comet2111814 22/08/15 11814 13
96347 [일반] [판타지] 행복한 대한민국 [51] Amiel13111 22/08/15 13111 3
96346 [일반] [팝송] 제임스 베이 새 앨범 "Leap" 김치찌개5485 22/08/15 5485 1
96345 [일반] (스포) 헌트 리뷰입니다 [3] 패스파인더7452 22/08/14 7452 2
96343 [일반] 요즘 본 애니 후기(스포) [12] 그때가언제라도7152 22/08/14 7152 1
96342 [일반] 당당치킨 이야기 [34] 상하이드래곤즈10059 22/08/14 10059 17
96341 [일반] 무술이야기 복싱! 권투! [11] 제3지대8361 22/08/14 8361 18
96340 [일반] 제 주위엔 대졸자가 없었습니다. [84] 마음에평화를16687 22/08/14 16687 198
96338 [일반] 주변사람 중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211] 구미나18562 22/08/14 18562 7
96337 [일반] 제26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 결과 [25] 붉은벽돌10911 22/08/14 10911 4
96336 [일반] (스포) <헌트>의 결말에 담긴 의의 [29] 마스터충달9574 22/08/13 9574 8
96335 [일반] 망글로 써보는 게임회사 경험담(12) [37] 공염불10965 22/08/13 10965 17
96334 [일반] 미국에서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경제상황 [65] 쭈니14543 22/08/13 14543 10
96333 [일반] T-50/FA-50 이야기 6편 - (개발사5) 체계 개발로 가는 길 [18] 가라한9689 22/08/13 9689 21
96331 [일반] 나의 1년반 필라테스 경험 후기 [31] FKJ11754 22/08/13 11754 9
96327 [일반] [강제징용] 99엔...조롱잘하네.... [33] Janzisuka11340 22/08/13 11340 3
96326 [일반] 수호지, 명나라 마블 [33] 구텐베르크10274 22/08/13 10274 18
96324 [일반] 코로나 피해가는 줄 알았는데 결국 못피해가네요ㅠㅠ [27] 김유라12156 22/08/12 12156 7
96322 [일반] '꼬마 니콜라', '좀머씨 이야기'의 삽화가 장 자크 상페 90세 나이로 별세 [19] EpicSide10697 22/08/12 10697 10
96321 [일반] 마이크로닉스, 침수 피해 자사제품 교환 서비스 나서 [20] SAS Tony Parker 13045 22/08/12 13045 5
96318 [일반] 망글로 써보는 게임회사 경험담(11) [31] 공염불9641 22/08/12 9641 30
96317 [일반] [테크히스토리] 선풍기와 에어서큘레이터의 차이를 아시나요? / 선풍기의 역사 [17] Fig.197652 22/08/12 97652 19
96316 [일반] 피를 마시는 새를 읽으며 든 몇가지 질문들 [11] 닉언급금지7735 22/08/12 7735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