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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8/04 18:23:53
Name Farce
Subject [일반] (풀스포) 탑건: 매버릭, '친절한 매버릭 투어' (수정됨)
탑건: 매버릭은 정말 잘 만든 영화입니다!
다회차 관람을 해도 볼 때마다 재미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의미에서 잘 만든 영화이기에 이렇게 재밌는 것일까요?
제가 이번에 탑건: 매버릭을 보면서 감탄한 이유는 '스토리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거의 매년 나오는 '분노의 질주' 같은 블록버스터지 뭐 철학적인 예술영화도,
공중전을 다루는 철저한 고증의 다큐멘터리도 아닙니다. 스토리? 스토리가 블록버스터에 있어서 다 뭐랍니까?

흔한 액션영화처럼 좋으면 그만이지만, 없어도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탑건: 매버릭을 꼭 극장에서 보시는걸 강력추천해드립니다

많은 팝콘영화나 블록버스터가 더 재미있지 못하고 아쉬워지는 지점이 바로 '덜어내기'입니다
이것도 터트려야지, 저것도 터트려야지, 눈물샘도 터트려야지... 그러다보면 번잡해지고 흠을 잡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탑건은 1편이 그랬듯이 상당히 '건조한' 팝콘 영화입니다
자, 톰 크루즈 '매버릭'에게 엄청나게 힘든 임무가 주어진다는 줄거리입니다. 무슨 미션임파서블 같은 조건이네요
하지만 이 영화가 미션임파서블이 아니라 '탑건'인 이유는 바로
미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장비에 대한 자랑이나 계획을 보여주는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쓰는 전투기가 구형 복좌기라는 점은 분명하게 깔고 들어가고,
중간 중간 훈련장면에서는 미국의 기술력 따위 없이 중력관성에 찌그러지는 파일럿만 보여줍니다.

top-00

아 어느 파일럿이 찌그러지냐고요? 우리 매버릭이요. 분명 시작에는 나이가 많으니 교관이지 직접 뛰는게 아니라는데,
일단 12명의 파일럿이 있다고 하지만 6명은 비추지도 않고, 훈련 사이사이에는 1편에서 그랬듯이 매버릭이 연애하는 장면만 보여줍니다
이게 무슨 뜻이겠어요? '세대교체? 그런 일 안일어나 크크크크! 매버릭만 할수 있는 일이고 매버릭이 마지막에 날아갈거임'
정말 요즘 블록버스터 중에서 이렇게 친절한 작품은 처음 본것 같습니다

6명으로 파일럿 제자들 비중을 줄여놓고서는 또 탑건 1편이 그랬듯이 비행교보재로 하나씩 등장인물을 쓰고 없앱니다
여긴 중력가속도를 못 이겨 실신, 여긴 이런 한계가 있는 애송이, 여긴 작전에서 보호해줄 윙맨

심지어 전작에서 매버릭의 라이벌이었던 아이스맨도 나와서 매버릭 예스를 한번해주고는
더 이상 분량을 주지 않습니다 크크크 매버릭이 대단하다고 한번 언급해줬으면 된거지!

탑건 1편에서도 좀 너무한다고 느꼈던 부분인데, 영화는 영화입니다
높으신 분들은 '아 매버릭 그러지마 너무 위험해'하는데 매버릭은 '아 못들었음요~' 하고서는 더 잘 해냅니다
혹시나 장군들 주장이 일리가 있거나 전술적 깊이가 좀더 주어질까봐
바로 그들을 '매버릭 믿고 있었다고!'하면서 감동하면서 박수치는 배경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크크크

유일하게 진지하고 깊이가 있는 이야기는 매버릭의 연애와 전작에 관련된 '루스터'와의 악연입니다
근데 진지하고 깊이 있는 연애요? 매버릭은 잘 해냅니다. 그냥 씨익 웃어주면 그만이에요. 아 이렇게나 잘생긴 중년이라니!
이전 보조파일럿 아들과의 오해요? 아 비행기 태워주니 해결되던데 너무 잘타서 목숨 구해주는것도 연애가 아닐지요? 크크크

공중전도 그 어떤 할리우드의 공중전 묘사보다 친절하고 담백합니다

일단 앞부분은 탑건 1편에서도 그대로 써먹었던 훈련 상황입니다. 관객들은 비행기가 어떻게 운전되는지를 몰라도 됩니다
자 높이 제한이 있고, 뒤로 가면 삐빅하면서 잡고 죽습니다. 그걸 반복해서 보여줘서 게임의 규칙을 등장인물과 관객 모두에게 알립니다

그리고는 많은 훈련하고 많은 연애 다음에 피날레인 실전이 다가오게 되지요,

훈련과정에서 내내 '이번 우리부대는 구형기를 쓰는데, 상대방은 최신기체를 수입해서 싸우면 못 이긴다'라고 반복하더니,
바로 일이 꼬이고 격추를 당해버립니다. 이것만 봐도 다른 연출가와 각본가는 탑건 2를 참고해야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다'라고 설정을 만들고 바로 현실로 만들어서 잠시 겁을 줍니다.
그리고는 억지스러운 최첨단 미국 비행기의 스펙싸움이 아니라, 적기가 알아서 다가와줘서 회항을 유도당하는 순간
비겁하게 기습으로 근접전을 걸고, 바로 관객도 이해하는 뒤잡고 공격하기 게임을 시작합니다

뒤잡기를 가장 잘하는 파일럿은? 매버릭이죠! 이미 영화에서 한시간 넘게, 아니 전작 포함하면 4시간동안 알려준 설정 아닙니까?
그리고는 임무를 완수하고 미해군 항공모함에 돌아오는 것이지요
1편과 똑같습니다, 노래도 같고, 연출도 같습니다. 다양한 복장의 수병과 항공대원들이 비행기에 내리는 파일럿 옆에 붙어서
형형색색의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와아아아거립니다 '관객 여러분 여기서 환호하셔야합니다'라고요

top-01

줄거리는 단순하고 보여줄 것은 담백하면서도 다양합니다
등장인물은 많지만 사실 매버릭 빼고는 완전한 인물이 되지 않게 연출과 비중에 공을 들였습니다
적기의 파일럿들은 1편과 동일하게 대사하나없고 선팅된 바이저만 계속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관객에게 남은 것은 그냥 매버릭이 잘되었으면 좋겠다입니다. 그리고 결국 잘 되고요!
나이 많은 파일럿이지만 현역에 있고 싶고, 연애도 해보고 싶고, 작전도 잘 뛰어보고 싶다는데 암 다 시켜줘야죠!
카타르시스는 그걸 다 해내는 매버릭이면 충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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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흑인대머리남캐
22/08/04 18:28
수정 아이콘
영화 한줄 요약: 매버릭 예스 크크
22/08/04 18:48
수정 아이콘
정말 쓰기 힘든 글이었습니다, 사실 매버릭 예스 말고는 안에 줄거리도 없는데 어떻게 줄거리가 좋은지 논할 수가 있겠어요 크크크
22/08/04 18:31
수정 아이콘
'그 표정' 너무 매력있어요
22/08/04 18:47
수정 아이콘
개연성은 '그 표정'이 있습니다 크크크크. 공중전이 아닌 사소한 일상은 모두 표정으로 제압! 스토리따라가는 관객들도 만족!
aDayInTheLife
22/08/04 18:37
수정 아이콘
매버릭 헬 예~를 외치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어쩌면 군더더기가 없다는게 지난 90-00년대의 오락 영화 같다는 느낌도 들구요. 그걸 잘 납득시키고 쩌는 걸 보여주마!가 이 영화의 흥행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22/08/04 18:47
수정 아이콘
그 극찬을 받는 '매드 맥스'조차도 퓨리오사, 워보이들, 무기 농부를 포함해서 오히려 사회적 메세지 및 서브플롯을 위한 겉가지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매드 맥스를 촬영하면서 조지 밀러 감독이 '카메라 흔들지 말고 주연들 코가 중앙에 가게 찍어!'라고 고전적인 지시를 내렸다는데, '탑건: 매버릭'은 플롯이 철저하게 매버릭에 종속되어있어서 훨씬 더 담백합니다 크크크크 (그만큼 의도가 빈약한 팝콘영화이기도 하지만요)

요즘 하도 영화들이 마블 이후로는 몇년씩 연재하는 소년영화처럼 이런 설정도 있고, 이런 등장인물도 있고 하는 포화상태를 되게 즐기는 느낌인데, 이야 저보다 나이 많은 탑건 1편도 상당히 담백하게 다시 잘 찾아봤었습니다만, 2편도 정말 그 맛 그대로군요 크크크크
22/08/04 18:53
수정 아이콘
30년동안 김치찌개 장인이 끓인 김치찌개와
민초 넣은 김찌만 몇 년간 먹어온 나의 조합
22/08/05 18:19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밥의 본질을 논하는 우리가 평론가인데 자꾸 밥도 아닌걸 주면서 밥이라고 우겼던 지난 세월들이 뭘까요~
22/08/04 18:59
수정 아이콘
아 탐형! 그렇게 웃지 말라고~ 크크크크크크크크크
22/08/05 18:20
수정 아이콘
스토리 전개는 '그 얼굴'이 있습니다 크크크크 아 이게 플롯이고 기승전결이죠!
마스터충달
22/08/04 19:07
수정 아이콘
<탑건: 매버릭>의 매력을 너무나 잘 설명해주신 글 같습니다. 진짜 영화 볼 때 완전히 몰입해서 손에 땀을 쥐며 봤습니다. 그 비결이 덜어내기에 있다는 말씀에 무릎을 탁 치게 되네요.

사실 저는 이 영화가 좀 아쉬웠습니다. 볼 때는 개꿀잼 맞는데, 보고 나서 뭐 얘기할 게 없는 거예요. 크크크크크. 아니, 방금 같이 보고 온 사람하고 한 얘기가 "재밌네." 하고 끝 크크크크크. 팝콘 무비의 정점이구나 싶으면서도, "아... 뭔가 좀 아쉽다. 오랜만에 극장갔는데, 뭔가 더 얻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근데 이 글 보고 그냥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뭘 더했다간 오히려 망했을 거 같아요. 지금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매버릭 같은 망나니 캐릭터가 정의니, 올바름이니 이러면 꼴사나울 것 같아요. 그냥 씨익 웃어주면 그만이쥬!
22/08/05 18:22
수정 아이콘
그쵸 1편에서도 쓸때없이 애국적으로 '우리는 군인이니까 죽음이 무서워도 나가야하며' 이런 말은 할 것 같지않은 고삐 풀린 망아지 메버릭의 모험이었지요. 2편에서도 그런 '신파'가 들어갔다면 탑건이 아니게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솔직히 중간에 장군이라는 존재들이 한번도 안 맞는 점을 꼬집는 등 영화 자체의 얄팍함을 중간중간에 느끼긴 했는데, 준비해서 제공해준 얄팍함이라서 오히려 생각없고 연출없는 다른 블록버스터들에 비하면 명품 웰메이드가 아닌가 결론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게되었습니다
22/08/04 19:07
수정 아이콘
Don't give me that look.
저는 이 대사 나올 때마다 정말이지 흐흐흐흐
이 영화 보면서 36년동안 혼자 꾸준한 자기관리로 많이 변하지 않은 톰크루즈가 콜네임에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만간 다시 한 번 보러 가려구요
22/08/04 19:26
수정 아이콘
맞아요 톰크루즈가 36년간 외적으로 많이 늙었거나 스타성이 떨어졌다면 이 영화의 설득력이 반의 반의 반토막 났을거라... 대단한 거 같아요
22/08/04 19:30
수정 아이콘
발 킬머를 보니까 왜 여자배우분들 섭외가 안 들어갔는지 알 거 같더라구요...
심지어 여기저기 제작비화 보니까 발 킬머분 조차도 후두암 때문에 목소리 연기도 본인이 직접 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섭외했으면 아무리 관리해서 돌아왔다고 해도 다들 내 추억 돌려내 와장창창 했을 거 같습니다.

톰 크루즈가 영화에서 이거 억지 아니야? 싶은 거를 본인 존재감 하나로 전부 다 수긍하게 해주더라구요 크크크크
제니퍼 코넬리랑 연애씬도 둘 다 나이대에 비해 관리 엄청 잘하고 동안이라 그러지 조금만 더 나이먹은 티 났으면 다들 ...????? 했을텐데 말이죠.
22/08/05 20:14
수정 아이콘
흑흑, 저도 피지알에 '히트' 리뷰를 올리면서 발 킬머 앓이를 했을 정도로 한때 참 좋아했던 배우인데 '진짜 늙음'으로 연기해서 많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라던데 걱정이 올라오는 상태로 연기를 보여주다니 정말 메타적이었네요~

정말 말씀하신 것처럼 이 영화의 설득력은 그냥 톰 크루즈의 젊음 그 자체가 버텨준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노익장 작품인데 혼자서 젊은 중년인척 시치미 때고 끌고가네요 크크크
22/08/05 21:36
수정 아이콘
톰크루즈 없으면 애초에 할 수 없었던 작품이라는게, 40년 거쳐도 배우가 아직도 중장년 정도로 보이는 주역이라는게 참 대단한 거죠..
현재로써는 거의 유일한 존재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맨날 액션만 한다고 과소평가 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연기를 잘하는구나 라는 것도 새삼 느꼈구요.
22/08/04 19:33
수정 아이콘
롤러코스터라는 역할에 충실했던 영화
22/08/05 20:12
수정 아이콘
롤러코스터라는 말 정말 잘 만든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관이 들어가서 나오는게 즐거운 곳이라면 탑건: 매버릭이 이길 수밖에 없군요!
오곡물티슈
22/08/04 19:33
수정 아이콘
매버릭 예스! 매버릭 예스! 매버릭 예스!
정직하게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가지 왕도를 걷는 헐리웃 블록버스터라니 이 얼마나 오랜만입니까
22/08/05 20:14
수정 아이콘
정말 술수하나 없는 정직함이 지금 시대에는 독자적인 탑건 프랜차이즈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매드 맥스 이후로 진짜 이렇게 담백한 맛은 오랜만에 느껴보네요!
22/08/04 19:39
수정 아이콘
제가 평론가는 아니지만 만약 평론가처럼 한줄평을 한다면
"창업 40년을 맞이한 원조 순대국밥집의 변하지 않은 뜨끈한 순대국밥 한그릇"
요렇게 표현하는게 딱 좋겠다 싶더군요.
번아웃증후군
22/08/04 21:26
수정 아이콘
딱 이거네요 크크 이것저것 첨가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게 맛깔나는 한상을 차려냈더라구요
22/08/05 20:16
수정 아이콘
원조 순대국밥집이라고 해서 할머니는 욕쟁이에 식탁은 더러울줄 알았더니 평상시에 가던 패스트푸드점보다 더 대접받고 기분 좋게 나왔지요 크으
유부남
22/08/05 02:11
수정 아이콘
매버릭 예스!! 라는 리뷰가 정말 딱맞는 영화인듯합니다.
22/08/05 20:15
수정 아이콘
매버릭 예스!! 장포대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Lainworks
22/08/05 09:29
수정 아이콘
매버릭 노! 매버릭 노!

매버릭 예스!!

크크크 이 짤방 만든사람 진짜 누군지 모르겠어요 영화 및 시리즈 전체의 핵심을 완벽하게 요약하는 미친 재능
22/08/05 20:15
수정 아이콘
그러게나 말입니다 크크크크 정말 명작이란 사람들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니 바로 이런 깨달음을 얻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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