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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5/27 18:06:15
Name 쎌라비
Subject [일반] 그때의 난 미쳤었다랄까? (수정됨)
그때의 난 미쳤었다랄까? 아니 내가 아니지 그때의 우린 분명히 미쳐있었다
열셋? 열넷? 우리는 소년이 청소년으로 가는 그 입구쯤 서있었고 코 아래도 거뭇거뭇 배 아래도 거뭇거뭇 머리 속도 거뭇거뭇 해지는 뭐 그런 시기였다. 사실 나는 또래 애들보다 발달이 좀 느렸었다. 키 순으로 하면 반에서 대여섯 번째였기도 하고 아무튼 뭐 그거야 중요한 건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때는 우리 모두가 머릿속이 거뭇거뭇 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이 말이다. 그때 우리는 뭐에 그렇게 미쳤었을까? 뭐 복잡하게 말할 필요 있을까? SEX, 그래 야스 우린 야스에 미쳐있었다. 2차 성징이라고 했던가? 발달되어가는 육체의 욕구와 사춘기 특유의 호기심이 결합해 우리는 점점 미쳐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마치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모두 제정신이 아니야 다들 미쳐가고만 있어

지금도 꽤나 친한 내 친구 제이는 학창 시절 남자애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곤 했다,(그런 의미 아님) 사실 거기에는 이유가 하나 있었는데 아직은 두발 자유화가 일상화되지 않던 시절 쉬는 시간이 되면 제이는 그 까까머리를 들이밀며 친구들에게 얘기하곤 했다
"야 끝나고 포르노 보러 갈래?"
어느 날은 나도 제이의 권유를 받게 되었고 그때는 많이 친하던 시절이 아니라 거절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제이를 따라나섰다. 복도식 아파트의 퀴퀴한 먼지 냄새를 맡으며 제이의 집으로 들어가 제이가 내준 콜라를 홀짝거리고 있으니 제이가 비닐봉지에 쌓인 비디오테이프를 가져왔다.
"야 미안타 엄마가 어디 버렸는 갑다 이거라도 볼래?"

흔한 에로 영화였는데 사실 내용도 배우도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강렬한 제목만이 기억난다
'만두부인 속 터졌네'(사실 이런 걸 보면 부모님 속이 터지겠지만......) 그 이후로도 종종 우리는 제이와 함께 몰려다니며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곤 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흑발 보브컷의 마코와 금발 웨이브 컷의 아코, 풍유환, DD 파일, 갈스 패닉, 이사쿠와 슈사쿠, 카메론 디아즈의 빗어넘긴 머리, 피시통신으로 다운받던 각종 사진,  그 외 내 머릿속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어놨던 모든 기억들.....

당시 우리학교는 남녀공학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쉬는 시간만 되면 제이는 교탁으로 나가 광고 하나를 흉내내곤 했다. 당시에 노랑나비로 불리며 동양인 최초 플레이 모델로 유명했던 이승희, 그런 이승희가 찍은 속옷 광고였다.
"전 라보라에요"(가슴을 강조하며)
남자애들한테는 환호를 여자애들한테는 야유와 웃음을 동시에 받는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저새끼 저거 누가 데려갈려나 하는 생각을 하곤했다. 역시 쓸데없는 걱정은 하는게 아니다. 그녀석은 10년쯤 전에 이미 누가 데려갔고 난 아직도 누가 데려갈 날 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요즘도 제이와는 가끔 만나서 게임을 하거나 술을 한잔 하곤 하는데 그럴수록 그놈은 아직도 야스에 미쳐있단 생각을 하게 된다.

제이: "탈진을 안들어?!?! 찌직 찍 찌직!!!" (사실 들었음, 나(베인)한테 씀, 지가 늦게온거)
- 쿼드라낄!!!!!
제이: "크으으으으으으!!!! 야스 왜 함? 이게 야스지"(딸둘, 아들하나 다둥이아빠임)

요즘 간혹 난 롤이나 다른 게임을 하며 야스야스 거리는 어린(??) 친구들을 보곤한다. 그럴때 난 이제는 시인보다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유하 시인의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이란 시의 한 구절이 생각이 난다.
"욕정이 없었으면 생도 없었으리"

그래 저들은 아니 우리들은 온몸으로 생을 긍정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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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22/05/27 18:49
수정 아이콘
저는 조용히 사전에서 '야스' 같은 단어나 찾아보며 낄낄대는 타입이었지만 공감가는 글이네요. 크크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조이현
22/05/27 20:07
수정 아이콘
엄청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야스 만세!
라라 안티포바
22/05/28 15:10
수정 아이콘
언제나 느끼는데 참 재밌습니다. 사연에 꽤 등장하는 입담좋은 인싸친구의 정체가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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