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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5/12 13:29:55
Name 나래를펼쳐라!!
File #1 T군.jpg (363.6 KB), Download : 40
Subject [일반] [15] 꽃으로도 때리지 않겠습니다


1.
저는 31개월 된 아들 T군이 있습니다.
T군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다만, 이 시기의 아이들이 그렇듯 T군은 엄마 껌딱지이고,
T군이 엄마와 같이 있을 때 저는 “아빠 싫어”를 자주 듣습니다.
씁쓸하지만 그래도 저는 T군이 좋습니다.

저희 집은 조그만 잔디밭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입니다.
마음껏 뛰놀고 소리를 지를 수 있어서 그런지
T군은 제 어린 시절에 비하면 많이 활발합니다.

요새 저와 아내는 훈육에 고민이 많습니다.
부쩍 커버린 T군은 저와 아내의 눈치를 보며 못된 또는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자신은 이유가 있는, 그렇지만 부모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도 냅니다.
정말 사랑스럽지만, 가끔은 얄밉기도 합니다.
아내와는 아직은 훈육보다는 포용에 더 무게를 두자고 정하였습니다.

2.
저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 맞은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건설 회사에 다니시다가 큰 누나가 미술을 전공하자
월급쟁이를 그만두고 평소에 관심이 있던 자동차 정비업을 준비하셨습니다.
어느 날 도색한 범퍼를 말리던 중이셨는데, 제가 건드렸나 봅니다.
그 때가 국민학교 1학년이었고, 제가 유일하게 ‘맞을 뻔’ 했던 적입니다.
결국 아버지는 참으셨고, 저는 그 순간이 기억납니다.  

저는 다른 재주는 없었고, 그나마 공부는 곧잘 했던 우등생 축에 속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에게 많이 맞지는 않았지만
성적 하락 또는 심한 장난을 치다 맞았을 때도 있었고 대부분 기억이 납니다.
국민학교 4학년 미술시간에 지나가다 실수로 물통을 엎질렀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담임 선생님은 제 손바닥을 10대 때리셨습니다.
그 때 생각을 하면 저는 아직도 궁금합니다. “난 그 때 맞아야만 했을까?”

3.
나이가 들면서 그 시절 부모님께 맞지 않고 자란 것이 드문 경우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해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저도 아이를 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의 훈육 목적의 체벌에 대해서는 아직도 찬반이 있고,
감정을 담지 않은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정답을 모르지만, 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 부모님이 그랬고, 제가 그럴 것처럼, T군도 그랬으면 합니다.

불혹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저의 물음표를
T군은 가지고 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초보 아빠는 오늘도 T군과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내일도 아무 생각 없이 마당을 뛰어다니는 T군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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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다완
22/05/12 13:39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이렇게 고민하는 아빠를 가진 T군은 행복할거 같아요.
나래를펼쳐라!!
22/05/12 14:59
수정 아이콘
응원 감사합니다!
22/05/12 14:22
수정 아이콘
저희 부모님께서도 매를 거의 안 드신 분인데
저도 기억하는 세 번의 (좀 심했던) 체벌을
30여 년 지난 지금에 와서도
가끔씩 사과하곤 하십니다.

우리도 부모가 처음이라 미숙했다,
매를 들지 않았어도 잘 알려줄 수 있었을 텐데,
하시면서요.

T군과 글쓴님과 아이 어머님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
마당과 개 정말정말 부럽습니다.
나래를펼쳐라!!
22/05/12 15:06
수정 아이콘
부모님은 위대하십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인내심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22/05/12 14:23
수정 아이콘
등짝정도는 괜찮습니다.
나래를펼쳐라!!
22/05/12 15:07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궁둥짝도 괜찮을 것 같기도..
22/05/12 15:33
수정 아이콘
저는 진짜 집에서도 자주 맞고 학교에서도 매일같이 개쳐맞고 다녔는데,
(국딩 때는 성적 통지표에 부모님 의견 받아오는게 있었는데 성적표 뒤에 많이 때려서 가르쳐달라고 적으심)
학교에서 맞은건 아직도 ??스럽지만 집에서 맞은건 매번 그럴만 했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맞을 때 무슨 이유로 어떻게 맞는건지, 그게 감정의 배설인지 아니면 나를 위함인지 그게 얼마나 느껴지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제 아들은 안때리고 키웁니다 크크.
국수말은나라
22/05/12 15:3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그게 당연한건데 실천하기가 참 어렵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이말은 진짜 살다보니 많이 와닿는 말이더라구요
잘 실천하시길 바라고 다만 꽃으로 맞음 아픕니다 가시도 있고 잎사귀가 따끔합니다 맞아봐서 압니다
나래를펼쳐라!!
22/05/12 23:28
수정 아이콘
꽃잎이라고 적을 걸..
22/05/12 15:35
수정 아이콘
저랑 많이 비슷한 상황이시네요.. 요새 진짜 미운 네살이 되서 완전 청개구리가 됐어요.. 그래도 안 때리려고 해요.. ㅠㅠ
나래를펼쳐라!!
22/05/12 23:29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힘든 주말이 다가옵니다 ㅠㅠ
22/05/12 18:29
수정 아이콘
아이때는 때리지 않을 자신이 있지요. 크크 사실 미치게 만드는 일도 꽤 많았지만 너무 사랑스러웠으니까요 그런데 사춘기 요즘 중2병이라 불리는 그 시기에는 정말 도를 닦으셔야 할겁니다. 그 참을 수 없는 건방짐 오만함 세상을 너무나 단순화하면서 우겨대며 부모의 말은 고리타분한 잔소리로만 알게되는 시기가 오거든요 안그런 아이도 있겠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그 시기가 옵니다. 꼭 중2때가 아닐 수도 있어요. 저는 고1~고2 때까지 정말 미칠뻔한 적이 많았네요. 다행이 그 시기는 지나가긴 합니다. 그때가 오면 대화가 통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친분(?)을 쌓아두셔야 좋을거에요. 어디서 들은 얘기론 자식을 독립시키려고 사춘기가 있는거라고 하던데 맞는 말 같아요
나래를펼쳐라!!
22/05/13 00:15
수정 아이콘
조언 감사합니다. 상상만 해도 딥빡이 오는데 무탈히 넘어가신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그리움 그 뒤
22/05/12 18:30
수정 아이콘
저는 3자녀를 키우고 있고, 훈육을 위한 체벌이 확실하다면 그걸 비난하거나 잘못되었다고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중요한건 그게 정말 훈육을 위한 체벌이었는지를 어떻게 감별하겠느냐 겠지요.

정신의학과 친구에게 듣기를 어린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이 합리적인 좌절이라고 하던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22/05/12 19:28
수정 아이콘
저도 글쓴 분의 관점에 매우 동의하고, 어릴 때 학교가 정말 심하게 체벌하던 곳에서 고생해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반폭력적 성향 가지려 노력했고 지금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이 낳아도 저런 직접적인 체벌은 절대 안 할 생각이고요. 솔직히 맞다 보면 이게 감정적이구나 느껴질 때가 많고, 전 성인군자래도 폭력을 행하다 보면 대부분 그렇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구스티너헬
22/05/13 00:16
수정 아이콘
저희 H군인줄.
하는 행동, 머리스타일, 의상, 운동화까지 싱크로율이 너무 높습니다. 크크

저는 어머니께 어린시절 늘 맞고 살았는데
다른건으론 매를 들지 않으시고 주로 성적 으로만 매를 드셔서 딱히 미움받거나 억울하다거나 한다고 느낀적은 없습니다.
이것도 자주 맞다보면 루틴해져서 효율이 떨어집니다.
오히려 한번도 체벌을 하신적이 없는 아버지를 훨씬 무서워했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왜때리고 왜맞는지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체벌이 부모의 감정배설이 아니고 체벌의 정도가 지나치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주는 부정적 영향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직까지 저희 아이들에게 매를 든적이 없는 이유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에선 말로도 충분히 훈육이 가능합니다. 매를 들어야만 부모의 훈육기강(?)이 서는 상태라면 이미 뭔가 좀 잘못되가고 있는거라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말로 아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가정을 개인적으론 이해못하고 있는데 뭐 케바케가 있겠죠)
밀리어
22/05/13 01:13
수정 아이콘
체벌을 받아들이는 자식이 불만이 없는것과 별개로 체벌은 엄밀히 아동학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쟁점을 학교내의 체벌로 확대한다면 교권이 너무 떨어져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는쪽에 기울고 있네요.

법적으로 따지게되면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는데 처벌할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하니 부모의 교육관에 맡길수밖에 없지요
약설가
22/05/13 12:29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 제법 많이 맞고 자랐는데, 지금은 아버지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해진 매로 납득할만한 상황에 제한적으로 맞았거든요.
어지간한 상황에서 체벌 없은 훈육이 정론이겠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에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하는 순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매를 들지 않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그럴만한 일이 없었다는 데 감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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