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2/04 22:31:41
Name 원장
Subject [일반] (스포) 영화 '사도' 간단 리뷰
본 글은 영화 '사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적기에 앞서서
그냥 실제 역사의 이야기는 최대한 줄이고 그냥 이 '사도'라는 영화에 대해서만 최대한 이야기하는 쪽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일단 연출자체가 맘에 들었습니다.
막 엄청 예술적으로 여러가지를 내포하는 연출이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전 예술적인 장치가 아무리 훌륭해도 보기에 좋지 않다면 아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런 사도의 연출이 맘에 들더군요.

그런 면에서 사도는 애초부터 자극적인 소재인
뒤주에 자기 아들을 가둬 죽인 왕과
왕에게 어릴때 여러가지로 정신적으로 학대받고 피폐해져 정신이 돌아버린 왕자(세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점에서
저런 감정을 연출하기 좀 좋은 소재라는 것도 있지만
좋은 재료로 훌륭한 요리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보면서 사도 세자가 왜 돌아버리는지 잘 공감가게 보여줬어요.

특히 막바지에 다리에서 흰 옷만 입고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거기서 한이 서리는 연출은..
히야.. 내내 감탄했습니다.
이미 사도가 아버지인 영조에게 복수할려는 당위성과 그 감정선은 다 보는 사람이 납득하는 상황이지만
그 납득중인 관객에게  나무아미타불이라 타령하는 음악을 깔며
사도가 복수하러 가며 본인의 한을 다 터트리며 궁을 걸어갈 때 뭐라 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특히 그 이후 사도가 복수를 그만둔 이유가 아들 정조의 말을 듣고 멈춘것도 개연성이 너무 좋았습니다.
칼날이 무디듯이 흐리게 연출한 것도 좋았구요.

다시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자면
일단 이 영화에서 내내 영조는 솔직히 누가 봐도 '빌런'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실제 역사에 대헤선 이야기하지 않고 딱 이 '사도'라는 영화의 영조를 보면
뭐 쉴드의 여지가 1도 없어요.

마지막에 서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왜 그랬는지 이해는 가지만
정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서 봐도 영조는 아버지로써 사도에게 별의별 개짓거리를 너무 당연하게 했어요.
죽이는 이유야 결국 정조 떄문이긴 하지만
그 상황을 만든게 영조니 뭐...

더불어서 송강호 배우분이 항상 느끼지만
뭔가 괴물 같은 약간 동네 삼촌같은 느낌의 역활일 때 전 더 좀 친숙하고 자연스럽다 느끼긴 하지만
역시 대 배우다 보니 뭘 해도 잘하십니다.

정조 같은 경우는 이제 이 영화의 숨은 주인공이라 봐야겠죠.
결국 사도가 죽기로 한것도 정조 때문이니.
어린 정조가 할아버지인 영조에게
할아버지가 왕이든 누구든 난 4배를 올릴거다. 사람이 있고 예법이 있는 것이지, 어떻게 예법이 있고 사람이 있냐
이 말을 어린 정조가 말했기에 좀 더 심금을 울리더군요.

그 이후 뒤주에 가둬진 아비에게 물을 드릴 수 없었던 정조가 사도 사후에 무덤에서 무덤에서 물을 뿌리는 장면도 인상 깊던.

한가지 아쉽다면 마지막 장면이겠죠.
부채를 들고 재롱 부리겠다던 정조의 마지막 시퀸스는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왜냐면 이 영화는 이 자극적인 소재로 내내 감정선을 이리 저리 가지고 놀며 즐거움을 줬는데
마지막에 너무 은유적인 요소가 많은 장면을 넣었다 생각합니다.

항상 갑갑하게 지내던 사도 대신에 신명나게 전 춤이라도 출 줄 알았어요.
딱 마지막 장면 뺴면 전 내내 즐겁게 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전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소재로 좋은 음식을 만들어냈어요.
시간이 비어서 뭐 할거 없을 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DayInTheLife
22/02/04 22:5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참 정갈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미술이든 이야기든 연출의 영역이든 정갈하고 깔끔한 한식 같은 느낌이랄까요.
22/02/04 22:53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흐흐
22/02/04 23:0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도세자가 눈 오는 야외에서 석고대죄하던 장면은
제가 봐 왔던 유아인 배우의 연기 중 최고였습니다.

영화를 극장에서 봤는데
당시에 개인적으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다소 안 좋았어서
(지금 생각하면 100% 속 좁은 제 잘못이었습니다)
눈물 펑펑 흘리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22/02/04 23:13
수정 아이콘
저도 좀 다르긴 하지만 그 씬에서 공감갈만한 경험이 있어서 눈물은 아니지만 좀 여러 감정이 뒤섞이면서 봤습니다.
22/02/04 23:16
수정 아이콘
저도요. 저는 봤던 영화가 마음에 들면
여러 번 다시 보면서 복기(?)하고
놓친 요소 찾는 걸 좋아하는데
사도는 또 울컥할까봐 차마 다시 못 보고 있습니다. ㅠㅠ
구름과자
22/02/07 16:33
수정 아이콘
격하게 동감합니다. 저도 그장면 이후로 유아인 배우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살아있다 같은 영화는 좀 아니었지만..
iphone5S
22/02/04 23:44
수정 아이콘
처음 영화관에서 눈물흘린 영화입니다 크크
라흐마니
22/02/05 00:12
수정 아이콘
한참 울다 나온 영화네요. 슬프다는 느낌을 넘어 고통스럽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스라이
22/02/05 00:2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 중에서 사극 수작은 [사도][남한산성] 두 개 꼽습니다.
22/02/05 00:35
수정 아이콘
고증과 예술성 둘 다 잡은 수작입니다
친절겸손미소
22/02/05 00:53
수정 아이콘
저도 너무 좋아하고, 또 많이 운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세자가 세손 결혼식에도 참여 못 하고, 활 쏘다가 정조한테 '예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하라'고 결혼에 대한 덕담을 하는데,
세자가 영조 죽이러 갈 때, 할머니(후궁)에게 4배를 해서 예법에 어긋남을 다그치는 영조에게 정조가 "사람이 있고 예법이 있는 것이며, 예법의 말단이 아닌 마음을 보라"며 "아비의 마음을 보았다"고 대답할 때, 유아인이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씬이 정말 좋았습니다.

영조를 미화한 감이 없지 않지만, 수작이라 봅니다.
22/02/05 15:04
수정 아이콘
영조는 제가 딱 고등학생때 배운 지식만 있는데
영화만 봐도 쉴드의 여지가 단 1도 없는 빌런인데
그걸 미화라고 말씀하실정도면 실제 역사는... 후덜덜
22/02/05 10:12
수정 아이콘
나무아미타불타령이라고 하신 만조상해원경 나올때 그 분위기는 진짜 기가 막혔습니다.
너무 몰입해서 보다가 거의 마지막에는 으슬으슬 떨면서 봤던 기억이 있어서
가끔 다시 보고싶다가도 선뜻 재생하기에는 망설여지는 영화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배우 유아인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정점을 찍은 영화기도 했습니다.
마스터카드
22/02/05 10:50
수정 아이콘
진짜 깔끔하게 만든 수작이란 표현이 어울리죠
이 영화 송강호 연기가 안 어울린다는 감상도 좀 봤는데 오히려 저는 송강호 연기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클라이막스때 그냥 송강호 얼굴만 보여주는데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친절겸손미소
22/02/05 17:04
수정 아이콘
댓글 보다 생각난 건데, 송강호 얼굴이 보여지는 씬이 영화마다 있는데 살추도 그랬고, 관상도 그랬죠.
살추도 엄청 인상적이었지만, 관상 영화 마지막 씬의 송강호 표정도 엄청났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터카드
22/02/05 21:25
수정 아이콘
약간 치트키 아닌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크크
탈리스만
22/02/05 20:56
수정 아이콘
넷플릭스에 있어서 그럴까요? 신기하게도 사도를 보고 왔는데 이 글이 있네요. 흐흐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22/02/05 23:18
수정 아이콘
저도 넷플로 봤습니다 크크크크
야크모
22/02/06 21:39
수정 아이콘
저도 최근에 넷플로 봤습니다 크크
솔직히 마지막 이정재 씬은 좀 아쉬웠어요
구름과자
22/02/07 16:41
수정 아이콘
김혜숙 배우님 대왕대비 연기도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연기야 뭐 정평 나 있는 분이지만, 영조가 대비 찾아가서 사도에게 양위 할테니 윤허하라고 버럭한걸보고는, 비꼬듯 말하지만 절대 가볍지는 않은 한마디 대사처리를 보고는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975 [일반] (스포) 영화 '사도' 간단 리뷰 [20] 원장6978 22/02/04 6978 6
94974 [일반]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작은 라팔을 만들어 봅니다 [27] 한국화약주식회사10215 22/02/04 10215 51
94973 [일반] <파워 오브 도그> - 서늘하고 느긋하다.(약스포) [9] aDayInTheLife7058 22/02/04 7058 2
94972 [일반] 어떻게 국내의 해양플랜트 업계는 망했는가? [30] antidote13712 22/02/04 13712 42
94971 [일반] 예배는 진보주의, 신앙은 근본주의 - 영적 매운맛 챌린지 [29] 계층방정9022 22/02/04 9022 9
94970 [일반] 일하기 싫어서 쓰는 고양이 요로 및 방광결석 후기 [33] 날아가고 싶어.10333 22/02/04 10333 10
94969 [일반] 노트북 구입자가 보통 하는 질문 [95] SAS Tony Parker 13023 22/02/04 13023 7
94968 [일반] 멀지 않은 일상회복의 길 - 앞으로 몇 개월간 어떻게 될까? [60] 여왕의심복14366 22/02/04 14366 137
94967 [일반] 7년만에 90달러를 돌파한 유가.. [42] 맥스훼인10248 22/02/04 10248 7
94966 [일반] 정말 쉬운 단어인데 단어 자체의 뜻이 바로 생각나지 않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74] jjohny=쿠마11728 22/02/04 11728 3
94965 [일반] 추기경빼고 남자는 다 성매매한다던 그 단체.Geunhwang [57] 오곡물티슈14953 22/02/04 14953 26
94964 [일반] [테크 히스토리] 22kg → 1kg 다이어트 성공기 / 노트북의 역사 [22] Fig.1105197 22/02/04 105197 23
94963 [일반] 기계공학과는 어쩌다 취업이 어려워졌는가? - 14학번 기계공학도의 관점에서 [67] 새강이37529 22/02/04 37529 24
94961 [일반] (한드추천) '한 사람만' 리뷰 (스포 약간 있음) [3] 마음속의빛6946 22/02/04 6946 1
94960 [일반] 귀멸의 칼날 재밌네요(스포 X) [43] 로켓7869 22/02/04 7869 1
94959 [일반] ISIL 2대 두목, 이들리브에서 사망 [12] 후추통12093 22/02/03 12093 4
94958 [일반] 삼국(三國)을 봤습니다 - (1) [13] 라울리스타8718 22/02/03 8718 4
94957 [일반] 생에 첫 고시원 후기 겸 푸념 [69] 커티삭11930 22/02/03 11930 20
94956 [일반] 페르소나 시리즈 주제가를 부른 가수들의 노래들 [8] 라쇼13608 22/02/03 13608 2
94955 [일반] 한국 해군 해상초계기 <포세이돈> 1호기의 모습 / K9 자주포 수출관련 [38] 아롱이다롱이11732 22/02/03 11732 6
94953 [일반] 한국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의 역설 - 행복해졌는데 자살, 자해가 증가? [28] 데브레첸10751 22/02/03 10751 8
94952 [일반] 우리회사의 육아휴직이야기(수정) [180] 자바칩프라푸치노16020 22/02/03 16020 9
94951 [일반] 고독 속의 평온, 쓸쓸하면서도 홀가분해지는 감성의 노래들 [8] 라쇼12607 22/02/02 12607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