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1/29 02:33:47
Name BK_Zju
Subject [일반] [성경이야기]아이성 전투와 그 패배의 원인
안녕하세요.
재미있는 성경이야기. 오늘도 시작하겠습니다.


[☆이것은 성경을 주제로 적는 “소설”입니다.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말이 안 될수도 있지만 너무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성경 세계관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에 동감을 하는 재밌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시간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성 전투를 살펴보았습니다.
초 장기전을 예상했던 여리고성 공성전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예상외로 단 7일간의 초 단기전으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여호수아는 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여리고성에서 획득한 모든 전리품을 모두 하나님께 바쳤고, 이런 여호수아의 믿음에 하나님께서는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리고성의 모든 전리품을 바치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 아니었고 여호수아 독단적인 신앙에 의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번 얘기했듯이 합리적으로 생각해봐도 당시 상황이 여리고성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바친다한들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게 바칠만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고, 또 신앙이 훌륭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한 비극의 씨앗은 아이성 전투에서 결국 터져버렸습니다.


여리고성은 당시 가나안 땅 남부의 교통의 중심지였습니다.
아래 지도를 보듯이 당시 가나안 땅의 가장 중요한 도로는 왼쪽의 해안도로 (혹은 바닷길), 그리고 요단강 동편의 왕의 대로입니다.

MYCeeyd.jpg

그리고 여리고는 그 두곳을 가로로 이어줄 수 있는 도시이자 요단강 바로 옆에 있는 요충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예전부터 크고 튼튼한 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성이 없어졌습니다.

든든한 거점 성이 있으면 교통이 좋은 것이 도시 발전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성이 없는 교통이 좋은 도시는 = 곧 상대방이 침략하기에도 좋은 도시입니다.
[즉 이 말은 이스라엘이 기껏 점령한 여리고 땅이 성이 없어짐으로 인해 그 어느 곳보다 상대방의 공격에 취약한 곳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고의적으로 이 성을 무너뜨렸고, 여호수아는 그걸로도 모자라 앞으로 다시는 이 여리고성은 재건축 하지 말라고 명령 + 저주까지 내립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기껏 차지한 비옥하고 교통이 좋은 여리고를 포기하고, 처음처럼 “길갈” 이라는 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p3F4IEt.png

그리고 이제 다음 공격 목표는 길갈과 여리고 바로 서쪽에 있는 “아이”라는 도시였습니다.
이번에도 여호수아는 정탐꾼들을 보내봅니다.
그런데 정탐꾼들의 보고로는 아이성은 여리고성과 달리 작은 성이니 굳이 모든 군사가 공격 갈 필요가 없고, 3천명쯤 공격가도 충분히 이길만하다는 보고를 합니다.

C7WSkPq.jpg

여호수아는 일단 정탐꾼의 보고대로 군사 3천명을 아이성으로 공격 보냅니다.
하지만 이 3천명은 아이성을 공격 갔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해서 돌아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하고나서 처음 겪는 전투 패배였습니다.]
첫 패배였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충격도 컸습니다.

이때 패배의 이유에 대해 분석해보면

1. 정탐꾼들이 너무 대충 정탐했습니다.
정탐꾼들은 일단 가장 기본적인 상대방 인구수 파악조차 제대로 못했습니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로 아이성의 인구는 남녀 포함 12,000명 정도였고, 이러면 전쟁에 나설수 있는 성인 남자는 약 3천명 가까이 됩니다.
즉 아이성의 군사 숫자 = 이스라엘이 공격한 군사 숫자가 동일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아이성은 작더라도 성이고, 또한 비록 높지는 않지만 산에 있는 산성입니다.]
공성전에서는 공격측이 수비측보다 최소 3배의 군사는 더 있어야 하는데, 정탐꾼들이 숫자 계산을 제대로 못한 셈입니다.

2. 근데 사실 이스라엘도 3천 이상의 병력을 아이성으로 보내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들은 지금 길갈과 여리고 -> 이렇게 2곳을 방어해야 하고, 여리고는 교통이 너무 좋아 상대방의 빈집털이가 용이합니다.
그리고 여리고 전투에서 여리고성 내의 식량은 하나도 얻지 못하고 하나님께 바친다는 명목으로 다 태워버렸기 때문에.... 여전히 식량은 모자란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많은 성인들은 식량 확보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면서 또 빈집 방어에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정탐꾼들도 생각하길 본진은 어차피 사람도 부족하니 대략 3천만 끌고 공격가자는 뜻이었습니다.

3. “아이” 옆에 있는 형제도시 “벧엘”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KuDtyXW.png
성경에서는 예전부터 벧엘와 아이를 세트로 표현했을 정도로 여기는 바로 옆 동네였습니다.
즉 벧엘은 형제도시 아이가 공격당하면 언제든지 지원군을 보내 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4. 무엇보다 공격한 3천 군사들의 안일함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정탐꾼들은 뭔 생각으로 3천명으로 아이성 공격을 생각한걸까요?
설령 아이성의 인구가 병사 1천명 정도였다고 가정을 해봐도, 공성병기도 없는 그들이 무슨 수로 아이성을 점령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들은 여리고성이 너무 쉽게 무너지나보니 공성을 너무 쉽게 생각했나봅니다.
성경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들은 성이라는 존재가 그냥 대충 돌면 무너지는 건줄 착각하고, 아이성에 가서도 그냥 생각없이 성을 돌고만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사가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본 아이성의 군사들은 바로 성문을 열고 싸우러 나왔고, 때마침 벧엘의 지원군까지 도착해버립니다.
이스라엘 3천의 군사는 애초에 싸울 생각도 없이 “성을 대충 돌다보면 끝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자신들보다 적군의 군사가 더 많자 당황합니다.
그리고는 바로 퇴각하는 것이 아이성의 전투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신기한 상황이 나옵니다.
이스라엘 3천 군사들은 전투에서 패해서 돌아오는데, 사망자가 고작 [36명]입니다.
이걸로 알 수 있는 사실은
1. 이스라엘 3천명의 군사들은 진짜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도망쳤구나..
[2. 와 근데 저렇게 바로 퇴각하는데 사망자가 고작 36명? 보통 전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이 퇴각상황인데... 이스라엘의 기동력이 장난 아닌데?]


일반적인 지도자라면 이 전투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아마도  [**1] (밑에 링크)
1.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정탐꾼을 벌해야 할 것이고
2. 불리한 싸움을 굳이 하지 않고 재빠르게 퇴각을 결정하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한 3천명 군사의 지휘관에게 포상을 줘야할 것이며 (저 상황에서 고작 36명만 죽은 것은 정말 기적입니다.)
3. 첫 패배에 충격을 받은 백성들에게는 “이것은 제대로된 전투가 아니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으며 다음번에는 제대로 준비하면 이길 수 있으니 너무 겁먹지 마라”고 말하면서 군중의 사기를 올려야 할 것입니다.

[이건 사실 패배라고 할 만한 전투도 아니었으며,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 전투를 준비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호수아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여호수아는 단순하게 넘길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패배의 원인인 정탐꾼의 탓은 전혀 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옷을 찢고 대성통곡을 하며 여호와 하나님께 [따집니다.]

9wV5G4b.jpg

여호수아가 이때 하나님께 기도한 내용을 보면
[와... 하나님.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 있음? 우리를 고작 가나안 사람에게 죽게 만들려고 요단강 건너게 한거임? 이렇게 패배할거면 우린 왜 요단강 건넌 거임? 이제 우리 가나안 사람들에게 패배해서 다 죽으면 어쩔티비? 우리 이대로 다 죽게 놔둘거임???!!!!]

어찌보면 “어떻게 감히 하나님께 무례하게 따지는 기도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여호수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여호수아는 지난번 요단강 도하, 전쟁 전 할례, 여리고성의 모든 전리품 바침 등등의 사건에서 심하게 오버해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모한 신앙적인 행동을 했습니다.
여호수아가 이런 무모한 신앙의 행동을 한 이유는, [이렇게하면 하나님께서 분명히 도와주실것이라 믿었기 때문이고],
실제로 하나님께서는 여리고성 점령까지는 계속 기적을 일으키며 여호수아를 지원해주셨습니다.

아이성 패배의 원인이었던 정탐꾼의 잘못된 정보도 사실 하나님께서 도와주신다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여호수아는 지난 여리고 전투때 2명의 무능한 정탐꾼이 아무런 도움되는 정보없이 그저 “여호와만 믿고 싸우면 된다!”라는 보고만 듣고도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여호수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여리고성 함락 이후부터 아이성 전투 전까지 하나님 앞에 크게 잘못한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크게 하나님을 오버해서 섬겼을 뿐인데 하나님께서 갑자기 별다른 설명도 없이 전투에서 도와주지 않으시니 여호수아가 단단히 삐져서 하나님 앞에 울분을 토하는 상황이 나온겁니다.


배 째라고 따지는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 음성으로 말씀하십니다.
[니가 억울할게 뭐있냐? 이스라엘 백성 중 한명이 나에게 바친 물건을 도적질해서 자기가 가졌다. 그걸 다시 돌려놓기 전까지 난 너희를 돕지 않을거다!! (매우 화나셨음) 범인은 제비뽑기로 찾아서 죽여라!!]


이 말을 들은 여호수아는 잠시 고민을 합니다.
“뭔가 느낌상 하나님께서 요 몇일 뭔가 기분이 언짢으신것 같았는데, 진짜로 엄청 화나셨네?”
만약 하나님께서 진짜 화가 나셨다면 이건 <전투에서 36명이 죽은 작은 패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큰 문제입니다.

여기서 여호수아의 심리를 좀 더 생각해봅시다.
사실 우리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겪는 문제인데, [과연 그 누가 여호와 하나님의 음성을 100% 확신해서 들을 수 있을까요?]

세상에 많은 신앙인들이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라고 하면서 무모한 신앙적인 행동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길 죽음을 무릅쓰고 아프가니스탄에 선교하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길 남편이 반대하더라도 집안의 모든 재산을 헌금으로 바치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길 A양과 결혼하라고 하셨습니다. A양! 저와 결혼해주세요!!

모두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면서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그 말씀이 진실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근데 참 곤란한게 [또 그 말이 거짓이라는 증거 역시 없습니다.]
이게 공식적으로 여호와 하나님 방송국이 있어서 여기서 선포되는 오피셜 발언은 100% 하나님의 뜻임 = 이런 쉬운 방법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런 방법은 없으며, 모든 사람들이 주장하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는 그 말은 결국 개인의 [추상적인 느낌]일 뿐입니다.


여호수아는 분명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이스라엘 백성 중 누군가가 하나님께 바친 물건을 도적질 했고, 그로인해 하나님께서 진노하셨고, 때문에 제비뽑기로 범인을 찾아서 죽이라고 말씀하셨다] 라고 <느꼈습니다>.
그 느낌이 하나님의 진정한 뜻이라는 100% 증거는 없습니다.
저 느낌은 단지 여호수아의 개인적인 착각 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호수아가 자신의 이런 느낌만 의지해서
1. 아직 누가 물건을 훔쳤다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는데?
2. 그런데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다짜고짜 200만 백성에서 1명을 제비뽑기로 찾는다? 그리고 그 뽑힌 1명을 이번 전투의 패배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사형시킨다?
3. 제비뽑기로 1명을 뽑는다는건 완전 운빨로 1명 뽑는다는건데, 만약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만약 뽑힌 그 1명이 억울한 누명을 쓴 거라면?


위에 적었듯이 아이성 전투의 패배는 사실 거의 패배라고 볼수도 없는 작은 사건이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으면 되는 별거 아닌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호수아가 오버해서 제비 뽑기를 해서 패배의 원흉을 지목했는데 그가 만약 범인이 아니라면?
이러면 상황은 심각한거고 오히려 지도자인 여호수아 자기가 잘못 판단해서 전투에서 패배해놓고서 엄한 사람을 희생양 삼으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자기가 도리어 백성들에게 돌맞아 죽을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진짜로 진노하신 거라면?
아이성의 작은 패배도 분명 심각한 상황이며, 이 상황을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고,
하나님께서 능력을 발휘하셔서 제비뽑기로 범인을 지목해 주실겁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진노하신게 아니고 이 모든 하나님의 음성이 여호수아의 착각이라면?
그렇다면 여호수아는 그냥 현 상태를 유지하며 백성들에게는 위의 일반 지도자처럼 [**1] (위에 표시했던 링크) 행동하면 별 일 아닌 상황입니다.
괜히 여호수아 자기 목숨을 내놓고 모험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호수아는 밤새 이 음성이 정말 하나님의 음성이었을까? 아니었을까? 고민을 합니다.
아이성 1차 전투의 패배를 별거 아닌걸로 대충 수습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목숨을 걸고 패배의 원인을 찾는 모험을 할것인가?
그리고 여호수아는 아침 새벽에 일찍 일어나 ([새벽기도 싫어!!유.유]) 백성들을 모읍니다.

여호수아는 자신의 느낌을 믿었고 모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백성들을 모아 설명하길
누군가가 하나님께 바친 여리고성의 전리품을 훔쳤으며,
현 패배의 원인이 단 1명의 도적에게 있음을 공표하고,
앞으로 제비뽑기를 통해 그 범인을 찾을 것 이라고 합니다.

FmmAwki.jpg

당시 물리적으로 200만명의 쪽지를 만들어서 200만명이 모두 뽑을수는 없음으로..
1차적으로 이스라엘 12지파 중 1지파를 뽑고,
그 뽑힌 지파에 있는 여러 족장들 중 한명을 뽑고,
그 뽑힌 족장들 중에서 세대주를 뽑고,
그 뽑인 세대주의 가족 중에서 1명을 최종적으로 뽑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하나님 입장에서는 이런 제비뽑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하나님께서는 범인을 이미 알고 계셨고, 그냥 범인을 직접 죽이던가 or 여호수아에게 바로 일러주면 끝날 일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런 4번의 제비뽑기를 한 것은, 계속 제비뽑기 범위가 줄어들고 있을 때 범인이 알아서 자수하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결국 마지막까지 자수하지 않았고 제비뽑기 결과
유다 지파 -> 세라 족속 -> 삽디의 손자 -> 갈미의 아들 - 아간이 뽑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호수아가 이때 아간을 보고 말하길
[내 아들아] 청하노니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 영광을 돌려 그 앞에 자복하고 네가 행한 일을 내게 알게 하라 그 일을 내게 숨기지 말라” 라고 합니다.

먼저 여호수아가 아간을 [내 아들아]라고 부른 것이 참 인상 깊습니다.
성경에서 [내 아들아]라고 표현하는 것은 90% 이상이 정말로 부자관계인 상황이고, 매우 특수한 몇 건만이 [부자 관계와 비슷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일 때] 사용합니다.
그런데 여호수아가 아간을 [내 아들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걸로 생각해볼 때 아마 아간은 여호수아의 최측근 핵심 관계자였을 듯 합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아간은 여리고 전투때 하나님께 바쳐진 물건을 훔쳤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물건을 하나님께 바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바쳐진 물건을 훔친 것입니다.

여호수아가 하나님께 바쳐진 물건을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할까요?
많은 경비원이 그 물건들을 지키고 있었을 것이며, 금은보화 같은 것은 아마 금고 같은 것에 자물쇠 같은 잠금장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금은보화는 분명 여호수아가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 지키게 했을 것입니다.

아간이 그 물건들을 지키고 있었던 사람인지는 성경에 확실히 나와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 철통같은 보안을 뚫고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 + 여호수아가 [내 아들아]라고 부른 것을 보았을 때 그는 분명 여호수아가 가장 믿는 사람 중 한명 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위를 이용해 몰래 물건을 훔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아간의 반응이 또 재밌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아직 증거가 나오지 않았으니 죄를 부인하거나 or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간은 말하길 [그래! 내가 죄를 지었다. 내가 made in 바벨론 명품 외투 1벌과 은 200세겔 = 2.28kg, 그리고 금 50세겔 = 0.57kg를 훔쳤다. 지금 내 장막 밑에 땅을 파보면 그게 다 있을거다]

NJG6lke.jpg

은 200세겔은 = 2.28kg는 당시 은 1세겔이 노동자 4일치 임금이었으니, 현 시세로 따지면 약 8천만원입니다.
금 50세겔 = 0.57kg는 당시 은 15세겔 = 금 1세겔이었기 때문에, 현 시세로 따지면 약 3억원입니다.
시날산의 외투 = 바벨론 명품 외투는 사실상 지금 샤넬 or 에르메스 외투? 뭐 대충 1억정도 잡으면 되겠죠?

즉 아간이 훔친 물건의 가치는 약 5억원입니다.
목숨을 걸기엔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적은 것도 아닌 애매한 돈입니다.

그런데 아간은 죄를 순순히 고백하는데 용서를 구하지를 않습니다.
늬앙스로 보면 마치 여호수아에게 이게 뭐가 그렇게 큰 잘못이냐며 따지듯이 얘기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여호수아는 심히 괴로워 합니다.


자 그런데, 과연 하나님의 헌물 = 헌금을 훔친 사람의 죄의 형벌은 어떨까요?
구약의 레위기&신명기를 통해 율법 및 형벌을 보면, 흔히들 너무 엄격한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자세히보면 꽤나 현실적인 부분도 많습니다.

헌금 훔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위기 22장 14~16절을 보면
“만약 실수로 하나님께 바쳐진 성물을 먹으면 20%를 더해서 제사장에게 바쳐야 할것이고, [만약 고의적으로 그 성물을 먹었다면 형벌을 내려야 한다]

다른 율법은 보면 이러이러한 죄에는 예를 들어 죽여라 or 어느정도 갚아라 or 다른 곳으로 쫓아내라 등등 구체적인 대처방안이 있습니다.
그런데 성물을 먹는 = 성물을 훔치는 상황에는 [추상적으로 그냥 형벌을 내리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구약의 엄격하신 하나님을 생각해보면 성물을 훔치는 죄는 당연히 죽어 마땅한 죄인 것 같은데, 생각 외로 그때 그때 상황봐서 형벌을 조정해서 내리라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는 겁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연약함을 아시고, 이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유혹 중 하나가 교회 재산에 손대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죽이기 보다는 좀 더 전후 사정을 살펴보라는 뜻인 듯 합니다.

예를 들어 훈련소 군인들이
2개씩 받아야 할 초코파이를 잔꾀를 부려 4개를 가져간다거나
세례를 이미 받아서 선물세트를 받았는데도, 다음주에 다른 이름으로 또 세례를 받아서 추가 선물세트를 받는다거나 하는
이런 생활형 범죄도 분명 하나님의 재산에 손을 대는 것이지만 이런거는 상황을 봐서 형벌을 조절하라는 뜻입니다.

그럼 아간의 죄는 생활형 범죄일까요?
아간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생각해 봤습니다.

40년간 저희는 단 한번도 금은보화를 만져본 적 없습니다.
40년간 저희는 이미 전멸한 광야 1세대 선조들과는 달리 정말 충실히 하나님을 섬겨 요단강도 건넜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여리고성을 점령하고 뭔가 좀 취할려고 하는데.. 왜 굳이 이걸 100% 다 가져가셔야 하나요?
아니 저희가 하나님께 헌금 안한다고 했나요?
하나님께서는 처음것 or 10% 십일조만 바쳐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10%도 부족하시다면, 차라리 이번에만 예외로 50%만 바치고, 나머지 50%를 마음대로 가지라고만 했어도 저희는 충분히 만족했을 겁니다.
왜 100%를 다 바쳐야 하는건데요?
잉? 하나님께서는 그렇게까지 명령하신 적이 없다고요?
아... 그럼 여호수아 당신이 혼자 잘난척하고 경건한척하며 우리한테 강제로 100% 바치라고 시킨거네요?
아 그래요..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여리고성을 단 7일만에 성을 무너뜨려줬으니 그 여리고의 전리품을 다 바치는 것 정도는 아깝지 않다고요?
맞아요. 어차피 몇 년간 장기전 갔으면 여리고성 내의 그 전리품은 다 없어지고, 우리는 어차피 취할게 아무것도 없었겠죠.
위대한 여호수아여! 당신 말이 다 맞습니다.
저희가 당신께 뭐라 할 말이 없네요.
당신 정말 신앙 좋고 잘났네요. 당신이 옳습니다. 옳아요.
(아놔 저 융통성 없는놈.. 대충 90%만 바치고 10%라도 우리한테 주면 우리 기분도 좋고 사기도 올라갈텐데... 그걸 기어코 100% 다 바쳐??? 도데체 왜??)


여러분은 누구의 입장에 더 공감이 가시나요?
원리 원칙 철저한 신앙의 여호수아?
아니면 어느정도 현실과 타협하는 아간?


아마 아간의 심정에 좀더 공감이 가는 사람도 꽤 있을겁니다.
당장 저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호수아 역시 아간의 그 마음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아간은 여호수아가 꽤나 아꼈던 사람입니다.
때문에 여호수아는 괴로웠습니다.
마치 아간이 현재 범죄를 저지른 이유가 자신의 너무 올곧은 신앙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도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아간을 죽이라고 명령하십니다.
단순히 성물을 훔쳤기 때문이 아닙니다.

만약 아간이 여리고성을 약탈하며 전리품을 획득했을 때 [이게 너무 아깝고 가지고 싶어서] 애초에 하나님께 바치지 않았다면?
만약 그랬다면 이 사람은 아직 하나님보다 재물을 더 우선시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믿음이 약한 사람입니다.
때문에 비록 고의로 죄를 지었을 지언정 위의 레위기 율법에 있듯이 좀더 전후 상황을 보고 형벌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마 200만 백성이 전부 100% 하나님께 전리품을 바쳤을까요? 제가 아는 이스라엘 백성이라면 그럴 확률을 매우 적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아간은 다릅니다.
그는 머릿속으로는 이 전리품을 하나님께 100% 바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신앙이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때문에 전리품을 100% 헌물로 드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경건한척 헌물을 드렸지만 속으로는 재물을 더 소중히 여겨 하나님과 사람들 몰래 뒤로 재물을 챙긴 악독한 죄입니다.
전리품을 100% 바치지 않는 백성은 있었을수도 있지만, 전리품을 바친 후에 그것을 몰래 훔친 사람은 아간 1명 뿐이었습니다.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아간에게 진노하신 것입니다.
또한 같은 이유로 훗날 예수님께서는 다른 죄인들은 다 가엽게 여기시는데 유독 [바리새인 & 사두개인]만 죽어라 욕하신 것입니다.

S0VomNs.jpg

즉 이것들은 다 알고 신앙이 있는 놈들이 뒤에서 남들 모르게 죄를 짓고, 그 죄를 지적하는 예수님한테는 오히려 더 큰소리 치니...
마치 여호수아에게 큰소리 치는 아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죄를 회개하지 않는 아간은 결국 아골 골짜기에서 돌에 맞아 죽는 처형을 당합니다.
아골 골짜기의 아골은 = 괴롭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uEBIwIL.png

여호수아는 이번 사건을 돌아보며 정말 괴로웠습니다.
여호수아는 자기만 올바르게 본을 보이며 신앙생활을 하면 아래 백성들은 당연히 그에 따를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아래 사람 신경 안쓰고 너무 원칙대로만 움직이니 아간 같은 사람까지 챙기질 못했습니다.
아간의 죄는 아간 자신의 문제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여호수아는 그 조직의 리더니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여호수아는 변하기로 결심합니다.
이전까지 그는 백성들 위에서 단순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모세는 단 한번도 전쟁에 직접 참가한 적이 없고, 매번 지시만 내렸습니다.
(당시 모세 밑에서 새빠지게 전쟁 했던 사람이 여호수아입니다.)
그리고 여호수아도 자신이 지도자가 되자 요단강 건널 때, 여리고성 전투, 아이성 1차 전투 때 자기가 앞장서지 않고 뒤에서 지시만 내렸습니다.

하지만 여호수아는 이제부터는 백성들 곁에서 같이 숨쉬며 그들의 마음을 바로 옆에서 들어볼려고 노력합니다.
바로 다음 전투인 아이성 2차 전투부터 그는 최고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전투에 나서 백성들과 호흡하며 나아갑니다.
이때 그의 나이는 대략 90살 ~ 100살의 다 죽어가는 노인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백성들을 위해서 늙은 몸을 이끌고 전쟁에 참여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아이성 2차 전투를 살펴보겠습니다.


추신 1. 저는 성경 속의 이런 비 주인공 = 악역들에 감정 공감이 많이 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글도 매우 길어지네요..
공감이 많이 되는 이유는 사실 성경속의 영웅들은 우리랑 너무 동떨어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반대로 악역들은 정말 지금의 우리들처럼 나약한 것이 정말 많이 닮았습니다.
그렇다고 그 악역들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앞으로도 그동안 조명 받지 못한 이런 악역들을 깊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추신 2. 어떤 분께서 여호수아의 이름의 어원이 여호와와 같다고 하셨는데
여호수아 = 여호와 = 호세아 = 예수 모두 어원이 같습니다.
특히 여호수아는 예수님을 많이 상징한다고도 말합니다.

실제로 여호수아는 아간 사건을 계기로
아간 사건 전 = 위에서 경건하게 지시만 내리는 구약의 여호와 하나님과 매우 비슷하고
(공통점 - 왜 자기처럼 거룩하지 못하냐고 뭐라합니다.)

아간 사건 이후 = 백성들과 같이 생활하며 호흡하는 신약의 예수님과 매우 비슷합니다.
(공통점 - 백성들을 위해 자기가 고통 받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민서은서애비
22/01/29 02:55
수정 아이콘
종교인은 아니지만 시리즈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2/01/29 11:56
수정 아이콘
매번 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2/01/29 15:53
수정 아이콘
잙 읽고 있습니다. 구약의 신은 그 당시 사람도 지금 이 긁을 읽는 저도, 이해할 수 없는 신 같습니다.
22/01/30 09:19
수정 아이콘
하나님 마음을 헤아리기가 참 힘들죠 크크
재밌게 잘 보고있음다
HA클러스터
22/01/31 11:43
수정 아이콘
사실 현대인의 합리성으로 보면 구약은 도저히 하느님에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많...
제 경우 욥기에서 저게 왜... 만 연발했었고, 사실 성서입장에서 보면 신성모독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이 문구가 현대에 와서 오히려 미담처럼 쓰이고 기독교인들조차 이걸 모르고 조각해서 자기집이나 사무실 벽에 걸어 놓는 사람들이 많은 걸 봐도 구약과 현대인의 괴리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926 [일반] [성경이야기]아이성 전투와 그 패배의 원인 [5] BK_Zju14543 22/01/29 14543 20
94925 [일반] 무슨 생각인지 모를 AMD의 중저가 신제품 유출(상세 소식 펌) [27] SAS Tony Parker 12367 22/01/29 12367 2
94924 [일반] 열심히 살아도 안 되는 건 있네요. [120] 헤이즐넛커피21713 22/01/29 21713 92
94923 [일반] 소소한 새해목표 이야기 - 다이어트 [6] giants5447 22/01/28 5447 8
94922 [일반] 글 잘 쓰는 법 [23] 구텐베르크7776 22/01/28 7776 30
94921 [일반] [중드 추천] 운색과농, 아적린거장부대 : 내 이웃은 꼬맹이 리뷰(스포 최소화) [14] 마음속의빛7869 22/01/28 7869 0
94920 [일반] [끄적끄적] 3살 아이는 티라노를 좋아한다. [34] 구준표보다홍준표8126 22/01/28 8126 48
94919 [일반] 디즈니+)[스포?]설연휴 조기퇴근 30분 전 작성시작한 미드 리뷰 [4] 타카이8468 22/01/28 8468 0
94918 [일반] 오자크 시즌4 파트1 감상 [9] 그때가언제라도7954 22/01/28 7954 0
94917 [일반] [코로나방역] 여왕의심복님께 올리는 응원글 [89] ace_creat16418 22/01/27 16418 129
94916 [일반] 윈도우용 사운드 보정 프로그램 FxSound. (영구무료전환) [7] insane12796 22/01/27 12796 6
94915 [일반] 저와 회사 사수님의 3차 모더나 부스터샷 후기 [43] 김유라12501 22/01/27 12501 4
94914 [일반] 신임 주한 미국대사 내정 소식 등 [31] 아롱이다롱이11691 22/01/27 11691 5
94913 [일반] 코로나 위중증환자 가족으로 진행중인 이야기 [78] 하드코어13118 22/01/27 13118 95
94912 [일반] '코로나 환자의 가족'으로서 겪은 격리기간 이야기 [63] 바람생산공장13190 22/01/27 13190 109
94910 [일반] 심상치 않은 주식 시장 [176] 뜨거운눈물23892 22/01/27 23892 6
94909 [일반] 금일 진행된 FOMC Powell의 인터뷰 요약 [27] 김유라12230 22/01/27 12230 9
94908 [일반] Nvidia가 ARM 인수를 포기할 것 같네요 [29] 타츠야12663 22/01/26 12663 2
94907 [일반] 이 친구는 저에겐 좀 크네요... [35] 우주전쟁17308 22/01/26 17308 9
94906 [일반] [감상기]Jtbc 찬반토론 방역패스 이대로 좋은가 [192] redsaja20244 22/01/26 20244 28
94904 [일반] [스포] "꽁치의 맛", 술이 달다, 인생이 쓰다. [11] Farce10382 22/01/26 10382 14
94902 [일반] FOMC 앞두고 써보는 개인적 간략한 트레이딩 시나리오 [57] 기다리다10987 22/01/26 10987 11
94901 [일반] 14년 된 제 애마(?)가 떠났습니다... [58] 우주전쟁12503 22/01/26 12503 2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