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1/20 23:04:42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627190379
Subject [일반] <어나더 라운드> - 그래서 술, 그래도 술.(스포)

저는 술을 즐기는 타입의 사람은 아닙니다. 일단 유전적으로 술을 잘 못마시기도 하고, 약간은 강박적으로 취하는 것과 필름이 끊기는 걸 피하려는 사람이기도 해서 그렇게 마셔본 적이 별로 없네요.끽해야 맥주 한 두캔 정도, 마시면 졸려서 더이상 못 마시는 부류의 사람입니다.

<어나더 라운드>는 그런, '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0.05%의 혈중 알콜 농도면(영화 상에서는 백분율이 아니라 천분율로 나옵니다) 인생이 조금은 더 좋아진다는 주장을 실험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상에 등장하는 4명의 중년들은 각기 다른 방식의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무심한 학생들이, 집에서는 자식과 아내들이 무감각해지고 점차 존재감이 옅어지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0.05%의 혈중 알콜 상태는 모든 것이 좋아보입니다. 학생들에게 수업도 잘 되고, 가족 간의 관계도 괜찮아 지는 것 같아 보이죠. 그런 점에서 중후반부의 전개는 술의 위험성을 나타내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술에 대한 찬가로 보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솔직히 말하자면 공감하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이구요.(그래서 제 술에 대한 이야기를 앞에 길게 늘어놨습니다.) 씁쓸할 때나, 혹은 외로울 때, 기쁠 때에도, 술이라는 건 사람을 취하게 하고 사람을 잡아 먹기도 합니다. 결국 삶의 순간들 속에서는 의미가 각기 다르다하더라도 술이 필요한 순간이 있음을 말하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보여주는 엔딩이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의 장례식과 학생들의 졸업 파티가 교차되고, 그 둘 사이의 춤사위는 섞여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진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드디어 마틴이 춤을 추는 것이지요.


애초에 생각해보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시작부터 위태위태한 실험이었음을,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0.05%에서 시작해서 0.1%을 넘는 순간, 그리고 8시를 넘긴 순간부터 모든 것은 다 괜찮아 '보이는 것'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틴을 비롯해서 중년 4인방의 삶도 괜찮아 '보이는 것'들일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마지막은 말 그대로 '어나더 라운드'일 수도 있습니다. 한잔 더 마시는 술일 수도 있고, 혹은 한번 더 맞이하는 라운드일 수도 있는 것이겠죠.(원제는 Druk로 좀 다르긴 합니다.)


p.s. 매즈 미켈슨은 개인적으로 악역 임팩트가 너무 크네요. 흐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샤카르카
22/01/20 23:07
수정 아이콘
아직 안 봤는데 아무 생각없이 볼만한가여? 너무 개연성이 없다는 평도 들어서요.
aDayInTheLife
22/01/20 23:11
수정 아이콘
저는 영화를 좋게좋게 보는 편이라 즐겁긴 했는데, 막 추천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술'을 좋아하고, 술에 담긴 희노애락을 이해한다면 훨씬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술을 즐기는 타입의 사람은 아니라서.... 만약 그런 타입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개연성...은 조금 떨어지긴 합니다.
ioi(아이오아이)
22/01/20 23:50
수정 아이콘
0.05%의 혈중 알콜 농도면 의사도 기분이 좋아지고 쾌활해진다고 말해주는 수준이니 뭐
aDayInTheLife
22/01/20 23:52
수정 아이콘
결국은 자제력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생각해요. 0.05%를 알지만 결코 거기서 멈출 수 없으니.. 크크
아스라이
22/01/21 00:02
수정 아이콘
왠지 대마초 논란이 떠오르네요. 맥락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
aDayInTheLife
22/01/21 00:23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는 술에 관대한 편인지 아닌지 조금은 헷갈리네요. 술 소비량은 적지 않지만, 그로 인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해서요. 음 말씀해주신 대마초 논란도 말씀하신대로 고민해볼만한 지점일거 같네요.
소믈리에
22/01/21 11:08
수정 아이콘
0.05면 음주운전 처벌받아요 여러분
aDayInTheLife
22/01/21 11:43
수정 아이콘
댓글과 닉의 조화가 크크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875 [일반] 일본 밴드 JITTERIN'JINN [4] 도쿄는밤7시7348 22/01/23 7348 2
94874 [일반] [뻘글][원피스/스포있음]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시절 [9] TAEYEON11052 22/01/23 11052 2
94873 [일반] [중드 추천] '변성니적나일천 : 네가 된 그날' & '결애 : 천년의 사랑' [4] 마음속의빛5098 22/01/22 5098 3
94872 [일반] 힐링이 필요할 때 찾아보는 유튜브채널 [10] 진산월(陳山月)11748 22/01/22 11748 1
94871 [일반] 페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feat 진격의 거인) [25] 실제상황입니다14499 22/01/22 14499 18
94870 [일반] [역사] 옛날엔 무슨 책이 유행이었을까? / 베스트셀러의 역사 [14] Fig.113619 22/01/22 13619 14
94867 [일반] 코로나 시국이지만, 오늘 결혼합니다. [83] 맘대로살리11470 22/01/22 11470 58
94865 [일반] 대선주자방송이후 삼프로 레전드 갱신한거 같아요(김규식) [65] noname1121453 22/01/21 21453 18
94864 [일반] [성경이야기]무능력했지만 유능했던 2명의 정탐꾼 [28] BK_Zju13825 22/01/21 13825 35
94863 [일반] <어나더 라운드> - 그래서 술, 그래도 술.(스포) [8] aDayInTheLife6954 22/01/20 6954 0
94862 [일반] 경마 업계를 떠난 말은 어떻게 되는가? [43] 담배상품권16301 22/01/20 16301 28
94861 [일반] [리뷰]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츠히코) [26] 멋진신세계7239 22/01/20 7239 2
94860 [일반] 게임이 청년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줄였다? [49] 데브레첸15442 22/01/20 15442 31
94859 [일반] 이상한게 다있는 중국 (IT관련) [19] 그림속동화14648 22/01/20 14648 2
94858 [일반] 보상 없는 방역 정책은 바뀌어야 [64] 구텐베르크10583 22/01/20 10583 48
94857 [일반]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시작, 우리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가? [92] 여왕의심복21190 22/01/20 21190 111
94856 [일반] 구조 중 찍힌 알몸영상 따로 옮긴 소방대원에 고작 '경고' [62] 로즈마리18620 22/01/20 18620 12
94854 [일반] 배달비 논란에 대한 생각 [289] 삭제됨20004 22/01/20 20004 3
94853 [일반] 2021년 일본 추리소설 랭킹과 코멘트 [31] ESBL10398 22/01/20 10398 11
94852 [일반] 노트북이 든 가방을 지하철에 두고 내렸습니다. [61] ESG13325 22/01/19 13325 76
94851 [일반]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26] 픽킹하리스10468 22/01/19 10468 10
94850 [일반] [성경이야기]여호수아와 요단강 [22] BK_Zju12682 22/01/18 12682 31
94849 [일반] 송도타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링크] [44] 드르딩당당18056 22/01/18 18056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