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나라의 방위 산업 수출이 처음으로 수입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pgr에도 올라 왔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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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념으로 방산 무기 수출 현황에 대해서 한 번 간단히 짚어 볼까 하네요.
1. 천궁2 (M-SAM block 2)
UAE로 4조 정도 수출이 확정적인 것으로 보도 되며 이번 5조 수출건의 1등 공신입니다. 옛날 걸프전 때 패트리어트 미사일 처럼 적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입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 되었습니다.
사실 우여곡절이 많은데, 현 정부 초기 개발이 완료 되어 막 양산이 진행 되려 할 때 해군 출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양산을 취소 시키려 했습니다. 이유는 당시 북한의 신형 탄도탄 발표 등으로 기존에 개발한 천궁2로는 충분한 효과를 보기 힘들다 보고 이지스함에 신규 미사일을 배치하거나 추후 개발 될 L-SAM의 개발을 서두르는 식으로 정책을 변경하려 한거죠.
그런데 이 때 UAE에서 "이거 마음에 드는데. 우리가 이 물건 살게" 하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냅니다. 송영무 장관이 급거 UAE 출장 가서 UAE 측의 구매 의사가 강함을 확인 후 다시 양산 배치로 방향을 틀었다는 강력한 카더라가 있습니다.
사실상 UAE가 살린 물건이 되겠습니다.
UAE가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UAE가 예맨 내전에 참여 하면서 후티 반군과 엮이게 되는데 후티 반군이 말이 반군이지 구형 스커드 탄도 미사일도 보유할 정도의 세력이어서, 석유 정제 시설 등에 대한 탄도 미사일 공격이 실제적인 위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산 패트리어트 등의 솔루션도 있습니다만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단거죠. 이 요격 미사일 체계가 의외로 비싼 물건이라 지금 제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발당 10-20억 정도 하던가 할 겁니다. 아무리 돈이 넘쳐나는 산유국이라 하더라도 대량 배치하기가 부담 스러운 가격이죠. 반면 한국산은 대략 반값 정도 하는가 봅니다.
둘째로 미국이나 유럽산 무기는 정치적 이유로 중동 지역에 수출 금지 먹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아마 당시 패트리어트 구매를 추진하던 UAE 쪽에 정치적 이유로 뭔가 제동이 걸렸던걸로 압니다.
그런고로 고민하던 UAE가 마침 한국에서 이런 체계가 개발 되었단 사실을 알고 한국에 제안을 넣은거죠.
한국 입장에서도 개발비가 아깝긴 하지만 양산 비용이 상당해서 취소 시키려던 체제였는데 UAE라는 새로운 물주가 나타남으로서 덕분에 양산을 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아까 초반에 성능 부족이라고 말씀 드려서 돈 낭비 아니냐 하실 분도 있지만 미사일 방어 체계가 초고고도, 고고도, 저고도 하는 식으로 다층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거라서 가성비가 문제지 방어 단계가 추가 되면 확실히 더 좋긴 좋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UAE 수출 확정 아니냐 했는데 실제로 계약서에 도장 찍기에는 4년이나 걸렸죠. 자세한 뒷배경은 모르겠습니다만 UAE에서는 공식 절차대로 경쟁 입찰을 시켰고 성능 평가나 비교에 몇 년 거린 모양입니다. 사실 단독 입찰이 아니라 미국산 패트리어트와 이스라엘제 미사일과 경쟁 입찰이었습니다. 패트리어트는 워낙 비싸서 애당초 경쟁 대상이 아니었다고 하고 성능이나 가격을 봐서는 이스라엘제 미사일과 경쟁 체제였는데, 사실 UAE가 얼마전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슬람 국가가 이스라엘제 무기를 도입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얘기라 사실상 천궁을 내정하고 들러리를 세웠다는 설이 많습니다.
물론 형식적으로라도 경쟁 입찰이 되면서 UAE에서는 천궁 도입 시 더 좋은 조건을 받아 내려 한 것이겠죠.
아무튼 우여 곡절 끝에 천궁2 도입이 확정 되면서 사람 죽이는 무기에 이런 표현을 쓰기가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아무튼 우리나라도 기존 무기 체계 보다 한 단계 더 고사양의 무기 체계를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더 고층 방어를 책임지는 L-SAM이 개발 중인데 미사일 방어 체계는 다층 방어 체계이고 앞서 말씀드린 이유들로 인해 UAE가 L-SAM 역시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하네요.
2. 필리핀 초계함 사업 2척 수주
필리핀은 수빅만 미군 기지가 철수 하면서 중국의 군사력 팽창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국가입니다. 실효 지배하던 스프래틀리 군도 등을 저항 한 번 못해보고 뺏겼죠.
사실 우리나라로부터 FA-50을 도입하기 전까지 초음속 전투기 한 대 없던 나라가 필리핀이고 예전에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부터 공여 받은 2차 대전 때 쓰던 기어링급 구축함을 금이야 옥이야하며 끝까지 굴려야 했던 상황이 대략 최근까지의 필리핀 해군의 상황이었죠.
사실 제법 큰 섬나라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해양 영역을 생각해 본다면 해,공군의 수준은 그야말로 안습었습니다.
그러던 필리핀이 중국의 압박을 피부로 느끼면서 없는 예산을 짜내어 국방력 강화에 나섰는데, 여러 이유로 우리나라가 제1 파트너 역할이 되었다 보시면 됩니다. 필리핀이 예산이 넉넉한 게 아니니 무기의 가성비와 사후 지원이 대단히 중요한데 이게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가장 강점이 있는 분야죠.
그러다 보니 공군도 우리 FA-50을 사갔고 해군도 호세 리잘급이라는 대구급을 개량한 호위함을 2척 구매해 갔습니다. 사실 이 호세 리잘함을 구매해 갈 때만 해도 필리핀 밀덕들은 한국을 그렇게 좋게 보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필리핀에는 흔히 맥디(Max Defense)라 불리는 유명 밀리 블로거(?)가 있는데 유럽산 시스템과 비교해 가며 한국산을 열심히 깠던 걸로 압니다. 그게 그렇게 된 이유는 한 현역 필리핀 해군 장성이 한국산이 유럽산보다 훨씬 열등하다며 방산 비리라는 식으로 인터뷰 등을 열심히 해 댔어요. 그래서 맥디도 열심히 성능 떨어지는 한국산 샀다며 디스하고 여론도 안 좋고 그랬나 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해군 장성이 유럽 업체 등에서 돈을 받아 언론전을 한 것으로 판명이 났고, 필리핀 군 수뇌부 등도 국회에서 열심히 해명하고 했죠.
결국 나중에 정확히 알려진 바로 필리핀 해군이 워낙 없는 돈에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1단계 사업은 VLS(미사일 수직 발사대)나 CIWS(미사일 근접 방어 체계)도 없는 깡통 배를 사는 거였고 그래도 기본적으로 현대식 체계를 갖춘 호위함 2척을 건조하는데 4000억원도 안 되는 예산을 배정한거라….. 이 가격에 그래도 괜찮은 배를 건조 해 줄 곳은 우리 나라 밖에 없는 걸로 다들 납득한 분위기가 되죠.
그 이후로는 맥디도 친한파 되고 지난번 KF-21 시제기 나왔을 때 우리의 꿈의 전투기 어쩌구 하면서 SNS도 올리고 그랬죠. 아무튼 필리핀은 이렇게 깡통 호위함 2척을 구매하고(나중에 언젠가는 업글을 하긴 한답니다.), 2 단계 사업으로 1단계 사업의 호위함 보다는 좀 작지만 무기 체계를 제대로 장비한 초계함 2척을 발주하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역시 국제 경쟁 입찰이긴 했지만 현대중공업이 1단계 호세리잘함(2800톤급) 보다 작은 초계함을 구매하는 사업임에도 도리어 3100톤에 달하는 체계를 제안하면서 이번에 약 6000억이 좀 안 되는 가격에 2척을 낙찰 받았습니다.
사실 밀덕들 사이에서 필리핀이 평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요. 이유는 KF-21사업을 하면서 자꾸 돈도 안 내고 내더라도 현물로 내겠다하고 하는 인도네시아를 보다 보니 없는 예산에도 그래도 군말없이 따박따박 제대로 돈을 지불하는 필리핀이 선녀로 보이는 효과 때문이죠.
제 개인적으로도 필리핀은 KF-21을 구매해 갈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국가가 아닐까 합니다. 댓수는 아마 몇 대 안 될 것 같긴 하지만요..ㅠㅠ.
아무튼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오래 이어졌으면 하네요.
3. K-9 자주포
대한민국 방산 수출의 대표는 바로 이 K-9 자주포가 아닐까요? 국내 도입분만 해도 1000여대. 해외 수출량이 600여문에 달하는 규모의 경제. 지난 10년간 전세계 자주포 시장의 50% 가까이를 석권한 베스트 셀러…. 사실상 현재로서는 서방세계의 준 표준 자주포에 가까운 위상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K-9의 9은 반드시 90년대 안에 개발 완료해서 실전 배치하겠다는 당시 개발진 및 정책 담당자들의 의지를 담은 숫자입니다. 실제로도 1999년에 첫 양산 배치가 있었을 겁니다. 이 베스트 셀러 자주포는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90년대 기술이죠. 참 뭐랄까.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당시 개발진이나 정책 담당자 분들의 의지가 느껴지고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K-9의 성능은 현존 최고 성능이라 일컬어지는 독일의 pzh-2000에 비해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은 대략 절반으로 가성비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습니다. 절대적인 성능 자체도 pzh-2000을 제외하면 최고이구요.
그러나 pzh-2000이 양산 수량도 아마 200여대 정도에 불과한데 비해 K-9 시리즈는 1600여대에 달해 확실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pzh 2000은 비싼 가격과 독일의 군축으로 인해 별다른 개량이 없었던데 비해 K-9 시리즈는 끊임없이 개량되고 있고 앞으로의 로드맵도 확실합니다.
우선 초기 K-9에 이어 현재 생산, 개조되는 버전은 K-9A1입니다. 여긴 사실 큰 개선은 없구요. 2028년 정도를 목표로 K-9A2가 개발 되고 있습니다. A2 버전에서는 사거리가 연장(현 40km -> 6,70km) 되고 사격 속도가 빨라지며 자동 장전장치를 완벽히 개선해서 운용 인원이 5명에서 2명으로 줄어듭니다. 마지막으로 2030년대를 목표로 하는 A3 버전은 완전 무인화 버전으로 100km 정도의 사거리를 가지며 1대의 유인 자주포가 3대의 무인 자주포를 컨트롤 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현재의 상황으로나 앞으로의 로드맵으로나 K-9 자주포는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키플레이어 역할을 놓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현재 개발 중인 미국이나 유럽의 신형 자주포가 강력한 경쟁자가 되겠지만 K-9은 기존에 구축해 놓은 생태계가 있으니까요.
올해도 호주 수출로 메인 스트림 선진국 시장의 외곽을 뚫었다고 볼 수 있겠죠.
더욱 기대 되는 것은 세계 최초의 탱크 개발국인 영국 시장인데요. 여길 뚫는다면 그야말로 메인 스트림 중의 메인 스트림 시장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죠. 여긴 현재 개발중인 A2 버전으로 도전 중입니다. 성능상으로는 pzh-2000이 동등하긴 한데 앞서 말씀 드린대로 규모의 경제나 후속 개량 등에서 K-9 비교 우위에 있습니다. 다른 경쟁상대들은 하나같이 궤도형이 아니라 차륜형 자주포여서 성능상 좀 떨어진다고 봐야죠. 그런데 가격이 싸지도 않습니다. 조심스럽게 K-9이 가장 유망하다고 볼 수도 있겠죠. 게다가 한 3-4년전만 해도 영국이 한국 무기를 산다고 하면 영국측에서 좀 뜨악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워낙 잘 나가다 보니 그런 문제도 없구요.
물론 K-9A2는 개발 완료 된 버전이 아니고 개발 중이라는 큰 문제가 있어서 앞으로 어찌 될진 두고 봐야 합니다만 좋은 소식이 있으면 좋겠네요.
4. AS-21 레드백
호주에서 무려 5조를 들여 진행하는 차세대 보병 장갑차 사업입니다.
독일 라인 메탈의 KF-41이라는 차세대 장갑차와 경쟁중입니다. 워낙 사업 규모가 크다보니 일단 최종 후보 2기종이 선정 되기 전에 세계의 내노라하는 차세대 장갑차들은 모두 입찰했는데요. 역사적으로 기갑 무기 체계로는 알아주는 독일 제품과 함께 최종 후보로 선정 되었다는 것 부터가 사실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죠.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독일제를 이기기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요. 성능도 성능이지만 이 호주의 보병 장갑차 사업은 2단계로 진행 되는데 1단계 사업인 차륜형 장갑차 사업을 이미 라인메탈이 수주 했었기에 호주에 생산 시설이 갖춰진 상황이었거든요. 따라서 초기 투자 비용에서 차이가 크게 나게 되죠. 게다가 호주이 무기 도입사업은 언제나 미제 아니면 유럽제 였기에 이런 대규모 사업에 우리나라 무기가 도입 되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말부터 해서 올 해 까지 레드백과 KF-41의 실차량 테스트가 진행 되었는데요. 여러 희망적 뉴스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듯이 보입니다.
물론 요즘 국뽕 유튜브들은 이런 사실 가지고 레드백이 사실상 확정인 듯 컨텐츠를 뽑아 내던데 그 정도는 아니구요. 그래도 마치 셜록 홈즈가 추리를 하듯 언뜻 언뜻 비춰지는 상황이 희망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1단계 차륜형 장갑차 사업을 수주한 라인메탈의 차륜형 장갑차 사업에서 문제가 있다는 호주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대략 장갑차의 포탑 관련 여러 기술적 문제가 발견 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포탑이 KF-41도 사용하는 포탑입니다. 거기다 이 포탑은 특정 독일 회사의 기관총 탄약만 사용 가능한데 이 탄약이 비쌀 뿐더러 유사시 대량으로 확보 가능한 미군이나 나토 표준 탄약과 호환성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는 거죠. 이 보도에 대해 라인메탈은 즉각 부인하는 성명을 냈고 호주군은 아무 코멘트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테스트가 진행 되면서 언뜻 언뜻 기사가 나왔는데 확실한 것은 공격력, 방호력 등은 대동 소이한데 차체의 소음, 진동 등에서 레드백이 확실히 앞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레드백은 한화 디펜스가 한국군에 납품한 KS-21을 개량한 시스템인데 AS-21로 가면서 한화는 차체와 전체 시스템 통합만 담당하고 많은 부분은 세계 각처에 외주를 줬습니다. 기관포는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미제, 포탑은 호주제, 능동 방어 장치와 외부 투시 장치는 이스라엘제.. 그리고 특기할 점으로 세계 최초로 캐나다 소시사의 고무형 무한 궤도를 장착했습니다.
반면 KF-41은 모든 것이 라인메탈 아니면 관련사 제품입니다. 혹자는 이 점을 가지고 레드백을 깎아 내리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후발 주자인데다가 호주 산업 기여도가 굉장히 중시 되는 평가 방식 상 대단히 현명한 방식이었다고 봅니다.
그 중 아무래도 이 기존 금속 무한 궤도를 대체하는 고무 궤도가 상당히 물건인 것 같습니다. 진동과 소음, 승차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보병을 수송하는 차량인 만큼 승차감이나 진동, 소음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장거리 이동 후 보병이 전개 되었을 때 이미 피로도에서 차이가 꽤 날 수 있으니까요.
결정적으로 작년말에 모든 테스트가 끝났는데 난데 없이 KF-41이 자기들도 이 고무궤도 장착해서 테스트 해 봤더니 문제 없더라 자기들도 고무 궤도 장착 가능하다 뭐 이런 기사가 났단 말이죠. 콧대 높은 독일 메이커가 테스트 다 끝나고 굳이 이런 일을 했다는 건 이 부분에 있어서 그만큼 차이가 확연했다 봐야죠.
참고로 K-1, K-2 전차나 K-21 보병 전투차 등 한국군 기갑 장비들은 고무 궤도가 아니어도 원래 승차감이 좀 좋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산악 지대의 특성상 전차포의 부양이나 하방각을 늘리기 위해 강제 제어가 가능한 유압식 서스펜션을 채택하고 있거든요. 이 유압식 서스펜션 자체가 기존의 평범한 서스펜션 보다는 훨씬 앞선 기술이어서 승차감도 좋은 걸로 알아요. 거기에 고무식 궤도까지 더해졌으니 승차감이나 진동은 아마 차이가 많이 났을겁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성능 평가에서 레드백이 근소 우위를 차지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보입니다. 어차피 두 차량 다 굉장히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났을리는 없구요.
문제는 이런 성능 평가 외에도 호주 산업 기여도나 정치적 이유 역시 굉장히 중요한 평가 기준이란거죠. 그런데 원래는 기존 생산 시설을 확보한 라인메탈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 말씀 드렸었죠.
그런데 최근 이것도 상황이 변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호주가 K-9 자주포를 도입하기로 한거죠. K-9과 AS-21은 같은 한화 디펜스 제품이고 AS-21의 차대는 K-9의 차대를 개량한거라 보심 됩니다. 엔진도 같은 거 쓰고요. 그래서 K-9을 생산하는 현지 공장이 호주의 질롱 지역에 세워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 질롱 지역의 정치적 입지인데요. 원래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포드 자동차의 현지 생산 공장, 즉 호주 최초의 자동차 공장이 있던 산업 지역이었습니다. 문제는 10년전이던가 포드가 여기서 공장을 철수 했다는거죠. 그러니 이 지역이 현재 일자리나 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래서 K-9의 생산 공장은 정치적 이유로 질롱으로 결정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문제가 있는데 고작 3-40여대의 K-9 생산 대수 가지고는 이 지역 공장을 몇 년 못 돌린다는 겁니다. 반면 이 차기 장갑차 사업은 5조짜리고 상당한 물량이 있습니다. 그런데 라인메탈 생산 공장이 있는 지역은 기존 1차 사업 물량만 해도 꽤 됩니다. 따라서 내심 우리 쪽에서는 K-9의 호주 수출 결정과 함께 레드백 선정이 상당히 유리해 졌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레드백 선정 가능성이 한 6-70% 되지 않나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물론 순수 아마추어적 예측이라 별로 신빙성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호주 사업이 중요한 것이 물량도 클 뿐만 아니라 호주군이 요구 수준을 굉장히 높게 설정했기 때문에 이 사업의 승자는 차기 보병 장갑차 시장의 선두 주자로 올라선다는거죠.
거기다 더 중요한 점은 바로 미군이 브래들리를 대체하는 차기 보병 장갑차 사업을 진행 중이란겁니다. 미군의 주력 장갑차라… 감이 오시죠? 이 시장은 호주 사업 저리가라 할 정도의 규모 되시겠습니다. 현재 내노라하는 미국 및 세계 유수의 방산 없체들이 다 달라 붙었다 보시면 됩니다. 당연히 우리 레드백과 KF-41 역시 유력 후보입니다. 물론 미국 시장인데 해외 업체가 단독으로 입찰하는 것은 아니구요. 미국의 유수 업체의 파트너로 참여 하고 있습니다.
한화 디펜스는 오시코시 팀에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서 차체를 맡는다고 합니다. 오시코시라고 하면 처음 들어 보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현재 미군이 험비를 대체하고 있는데 이 차세대 기동 차량의 제작사가 바로 이 오시코시입니다. 따라서 상당히 메이저 플레이어라 볼 수 있죠.
이런 구성으로 볼 때 호주 사업을 따 낸다면 미군 차기 장갑차의 차체가 한국산 베이스가 되는게 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4. K2 전차 수출 현황
K2 전차는 어찌 보면 좀 비운의 전차입니다. 소위 3세대 전차로 불리는 M1Ax 시리즈나 르끌레르, 레오파드2A7 같은 전차중에 가장 나중에 개발 되었기 때문에 상당한 스펙과 성능을 가진 전차입니다. 반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잘 나가는 한화 디펜스의 K-9에 비해 현대 로템의 K-2는 수출은 커녕 파워팩 문제 아파치 도입 등 여러 사정으로 국내 생산 마저도 250여대로 반토막이 난 실정이죠.
제작사인 현대 로템은 파워팩 국산화 업체는 ADD가 선정해 놓고 그로 인한 책임을 덤터기 써서 막대한 손해 배상금을 뜯겼구요. (물론 소송가서 좀 깎이긴 했다고 합니다.). 한화 디펜스는 그룹의 주력사로 잘 나가는데 반해 현대 로템은 그룹의 주력사가 아니라 열차 차량 부분의 적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그룹의 골치 덩이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현대 로템이 좀 짠해요. 그래서 K-2 전차가 좀 잘 팔렸으면 싶기도 하네요.
일단 K-2 전차가 수출 실적이 아예 없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애매한 게 기술 수출이라서 그렇습니다. 바로 터키의 알타이 전차죠. 알타이 전차는 K-2를 기반으로 터키에서 개발한 전차입니다. 물론 이때 기술을 우리가 돈 받고 판거죠. 터키의 자주포도 K-9 기반으로 같은 식으로 개발 되었는데 이것도 K-9 수출로 치니까 K-2 수출이라면 수출이긴 한데…. 아무튼 완제품 수출은 한 대도 없습니다.
완제품 양산이 된지는 한 참 되었는데 파워팩 국산화 문제로 일정도 계속 딜레이 되고 양산 수량도 계속 줄었고 그러다보니 수출도 언감 생심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부터 계속 입질은 있었어요. 그것도 꽤 큰 것 포함해서죠.
먼저 폴란드의 차기 전차 사업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럽의 독일이나 프랑스는 국방력이 약화된지 꽤 되었구요. 반면 나토에 가입된 폴란드는 이제 러시아에 맞서는 최일선이 되었죠. 역사적으로 러시아에서 여러 끔찍한 일을 겪은 폴란드는 국방력 강화에 진심인데요. 특히 국토가 평야 지대라 전차 병력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폴란드는 수백대의 전차가 있지만 다 연식이 있는 상황인데, 문제는 몇 년 전 부터 러시아 T-14 아르마타라는 스펙상 최강 전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는거죠. 이렇게 되면서 폴란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요. 그런데 폴란드도 전차 같은 무기 생산 기반이 아예 없진 않아요. 그래서 현지 생산 하면서 기술 이전도 좀 해 줄만한 전차를 찾게 되었는데 어쨌든 최신 전차인 K-2가 눈에 들어온거죠.
르끌레르 같은 전차는 개발 된지도 생산 중단 된지도 좀 되었고 M1 시리즈는 가격이나 가스터빈 엔진의 유지비 등등의 문제가 있구요. 그러다보니 세계 각국의 최신 전차 시장의 양대 경쟁 상대가 K-2와 독일 레오파드2의 최신 버전인 레오파드2A7이 되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이 레오파드2 전차 시리즈는 불세출의 베스트 셀러이긴한데 좀 약점이 있습니다. 독일제답게 성능이야 확실하지만 비싸기도 하구요. A7이라는 넘버링이 보여주듯 원판 자체가 오래 되었어요. 오래된 원판을 계속해서 개량을 한 거라서 원판이 최신형인 K-2와는 비교 열위가 좀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K-2가 다 씹어 먹어야 할 것 같은데 K-2도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수출 실적이 없구요. 아직은 생소한 한국산입니다. 그리고 좀 더 큰 문제가 있는데 방호력이 좀 약해요.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일단 우리는 주적이 북한인데 솔직히 북한의 기갑전력이 워낙 처참한 수준이라 K-2가 오버 스펙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통일 후 중국까지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지지만요. 게다가 한국의 지형은 크고 작은 하천이 많고 소규모 교량도 많아요. 그래서 무게가 너무 무거우면 지나갈 수 없는 교량도 많죠. 그래서 육군이 전차 무게에 좀 제한을 두는 편이에요.
이런 상황으로 K-2는 같은 최신 전차 계열에 비해 한 10톤 정도 가볍습니다. 그래서 방호력은 전면부에 몰빵해 놓고 측면 방호력이 사알짝 약합니다. 그런데 폴란드는 우리 같은 산악 지대가 아니고 평야 지대입니다. 그리고 상대해야할 전차는 러시아의 최신예 전차인 T-14 아르마타란 말이죠. 그래서 K-2의 현재 방호력으론 안 되고 무게를 좀 늘려서 장갑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대 로템은 K-2PL이란 이름으로 보기륜을 6개에서 7개로 늘리고 무게를 10톤 늘린 전차를 폴란드용으로 설계 합니다. 네 설계만요. 이걸 실제로 개발하려면 한 400억 정도 돈이 드는데 현대 로템은 한 해 이익이 800억에 불과한 회사라(그나마 적자일 때도 많음) 이 정도 돈을 투자 할 여력이 없죠. 반면 한화 디펜스는 자기 돈으로 K-21에서 AS-21 레드백으로 개발해서 잘 나가고 있구요.
아무튼 이 방호력 증가 K-2는 K-2의 거의 모든 잠재적 수출 시장에 해당 되는 얘기인데요. 대부분의 해당 국가가 우리나라 같은 산악 지대가 아니고 평야 아니면 사막 지대여서 방호력이 중요하단 말이죠. 게다가 상대하는 전차도 북한 보다는 훨씬 강하구요.
아무튼 폴란드 전차 프로젝트는 500대던가 800대던가하는 무지막지한 물량이고 총액이 10조 얘기가 나오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폴란드가 미국 M1A2를 200여대던가 긴급 도입합니다. 그래서 국내 밀리계에서는 K-2는 완전히 물건너 간거냐며 실망하는 얘기가 많았었는데요. 현재까지 들리는 얘기로는 그동안 개발중 각종 문제로 양산이 지연되던 러시아의 T-14 아르마타가 얼마전 드디어 양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여기에 화들짝 놀란 폴란드 국방 당국이 급하게 일단 M1A2를 어느 정도 물량을 들여 온거라고 하네요. 기존에 진행 되던 주력 전차의 국내 생산 프로젝트는 이와 별도라고 합니다.
따라서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중이긴 하지만 M1A2 도입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규모는 최소 3-40% 정도는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이 외에도 오만, 노르웨이 등에서 역시 레오파드2A7과 경쟁 중이구요. 사실 한 때 오만에서도 꽤 유력하다는 소식이 들렸었죠. 들리는 카더라로는 모래 사구에 빠져서 제대로 빠져나온 전차가 K-2 뿐이라는 (K-9에서 말씀 드린 유기압 현수장치 기억하시죠?)……
이렇게 여기 저기 입질은 많은데 막상 실적은 하나도 없는 K-2 전차입니다. 어디 한군데 수출 실적이 생기면 줄줄이 될 것 같기도 한데 한군데 뚫기가 참 힘드네요.
그런데 얼마전에 여러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든 빅뉴스가 터지는데요. 바로 생각지도 못한 이집트죠. 이집트가 K-9 도입을 확정하면서 K-2 역시 도입을 얘기 중이라는 뉴스가 뜹니다. 저도 잘 몰랐는데 이집트가 알고 보니 엄청난 전차 강국에 미국 M1 시리즈와 러시아제 T-90 시리즈를 같이 운영 중이고…. 최근 군사 정부다 보니 미국과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터키와 리비아 문제로 갈등이 심해지는 와중에 최신전차에 기술 이전도 좀 해준다는 한국이 눈에 들어온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가 얼마전에 본 기사에는 막상 현대 로템이 오만에 장사를 해본 경험으로는 이 놈의 이슬람권의 인샬라 정서는 답답해서 못 해 먹겠다.. 이집트는 별로 기대 안 한다. 차라리 FM 대로 하는 선진국이 훨 낫다. 노르웨이 시장 개척이 1순위… 뭐 이런 거였는데요.
더 최근 기사는 지금 방사청에서 이집트 날아가서 K-2 수출 조율중이라네요.
혹시나 싶긴 한데 개인적으로 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5. FA-50 말레이시아 수출
처음 생각보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ㅠㅠ.
이건 정말 간단히 쓰겠습니다.
말레이시아가 훈련기 겸 경 공격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동남아 국가들은 말하자면 제3 세계로 오랜 기간 러시아제 무기들을 많이 썼었는데요. 소련 연방 해체 후 공통적으로 나타난 러시아제 무기들의 문제가 개판 5분전인 사후 지원과 유지비 문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남아 및 제 3세계에서 러시아제 무기들이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구요. 거기다 미국이 터키 때문에 러시아제 무기를 구매하는 경우 제제하는 법안을 만들면서 더욱더 러시아제 무기들이 선택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코로나 등의 문제로 한동안 T-50/FA-50 계열을 수출하지 못 한 KAI 입장에서 말레이시아 경 공격기 사업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객관적으로 보면 FA-50이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에요. 스펙만 보면 FA-50이 상대가 안 되거든요. 상대 기체들은 어쨌든 스펙상 F-16C/D 급인데 비해 FA-50은 말 그대로 경공격기(전투기가 아님)이거든요. 특히나 BVR 공대공(가시거리 외 공대공) 능력이 없다는 게 큰 문제죠.
그런데 이렇게 보면 FA-50이 어떻게 명함을 내미나 싶은데….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게 경쟁 기종의 스펙이나 신뢰성을 마냥 믿을 수가 없거든요. 유력 경쟁 기종이 인도의 테자스나 파키스탄 & 중국의 JF-17……
죄송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아시는 분들은 대충 이 기종이 어떤 것들인지 아실거에요. 그럼에도 JF-17이 워낙 적극적이어서 유력하다 했는데…. 막상 본 입찰에 참가 안 합니다. 후일담으로는 말레이시아와 중국이 방공 구역 관련 충돌이 있었고 중국 쪽에서 수출 의사를 접은 것 같다는데…. 중국은 성향상 주변국 전부와 마찰이 없는 나라가 없다시피 하고 사실 자국의 가장 큰 방산 수출 시장을 날려 먹고 있죠.
현재는 테자스와 FA-50의 2파전입니다.
스펙과 믿기 힘든 브랜드라는 약점의 테자스와 실적과 신뢰성(동남아를 장악했죠), 그러나 달리는 스펙의 FA-50의 대결입니다.
KAI는 BVR을 강화한 FA-50 block20을 제안 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 문제도 좀 복잡한데 공군은 FA-50의 공대공 능력 강화를 원하기는 커녕 반대한다고 해요. 국회에서 예산 등에서 KF-21이 영향 받을까봐요.
KAI가 자체적으로 개조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실 KAI도 그렇게 영업 이익이 많이 남고 그런 회사가 아니라 어찌 할 셈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FA-50은 현재 대지 공격력 강화 버전인 block10이 계획 중인걸로 알아서 block20은 좀 먼 얘기 같기도 하고…
그외 몇 가지 얘기가 있지만 여기서는 줄이고….
아무튼 KAI는 말레이시아 수주 가능성이 50% 살짝 넘는다고 본다네요. 역시 잘 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