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0/28 11:43:18
Name Hammuzzi
Subject [일반] [일상글] 공부만 파던 모태솔로가 예쁜사람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 (수정됨)
설거지론 이야기와 함께 모태솔로도 함께 이야기가 되는데요.

전직 모태솔로로서 제 연애사나 한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사실, 남편도 모태솔로여서, 두 모태솔로가 결혼하는 이야기이도 하지요.



1.
바야흐로 풋풋했던 20대의 이야기죠.

연애에 대해 조금의 환상을 가지고 있던 저는 대학시절 내내 연애는 커녕 대쉬조차 받아본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나누면 제 친구들은 외쳤죠.

" 바보야! 치마 좀 입어!"

네.
사실 그게 제일 문제였어요.

저는 야구모자 + 오버핏 야상 매니아 였거든요.
아.. 야상 너무 편해요. 바람도 막아주고, 가벼운 빗방울도 막아주고.
야작할때는 이불로도 쓸수있고요. 급할때는 우산대용으로 쓰기도 하고요.
한여름 빼고는 항상 야상을 입고 다녔지요.
게다가 머리카락도 불편해서 항상 뒤로 질끈 묶고 다니고, 안경까지 썼어요.

흔히 상상되는 이미지일거에요.

일단 대학 내내 대쉬하는 남자가 없었던건, 아마 야구모자+묶은머리+안경+야상+청바지 패션은 그다지 여친으로서 매력적이지 않았던듯 해요.


2.
저는 대학은 고비용의 고평과된 교육기관이라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취업을 위해 대학은 어쩔수 없이 진학했지만 최대한 뽑아먹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부모님께 손벌리기 싫다는 좀 치기어린 생각도 있었지요.

그래서 비싼 수업 최대로 듣자해서 매학기마다 24학점씩 꽉꽉 눌러담고
4년 동안 성적 장학금을 타고 대학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식사를 해결하고 용돈을 보태썼습니다.

아침 6시에 가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영화시청도 하고, 8시에 학생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1시간 하고, 9시 수업을 듣고, 11시~1시에 다시 학생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식사를 해결하고 1시부터 6시까지 수업을 들었지요.

그리고 대학 1-2학년때는 유치원에 다니던 어린동생이 있는지라 수업이 끝나자마자 동생을 픽업해서 밥을 먹이고 과제와 공부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쉬운 부분도 없지않아 있지만,
성적표에 A+가 뜨면 좀 쾌감이 있어요. 그래서 그 재미에 그만 공부를 멈출수가 없었다는...
이걸 성적자존감이라 하던가요.. (재미없는 농담해서 죄송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그렇게 살았어야 했나도 싶습니다.
부모님께 손벌리고 아르바이트라도 좀 안했으면 나았을까도 싶어요.
이건 사실 변명입니다.
제가 연애를 못했던 이유라고 굳이 미리 하는 변명이에요.


3.
대학을 다니면서 치마를 입어본적은 있습니다.
애초부터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화장품이나 예쁜것에 관심도 없고.

그래도 주변에서 워낙 권유들하다보면 한두번은 안경도 벗고, 화장도하고 치마도 입고 힐도 신게됩니다.

..
일단 학과 복도에서 사람들이 절 잘 못알아보더라고요.

복학생 선배중 한명은 지다가다가 갑자기 절 불러세우더니 못알아봤다며 제발 평소에도 그렇게 입고 다니라고 조언(?)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날은 너무 불편했습니다.

가만튀 (가슴만지고 튀는 사람)을 한 9번정도 당했던것 같아요.
야상입을 뗀 일주일에 1번만 당하는데 그날은 아주....

제가 컴플렉스까진 아니고 그렇다고 자랑스럽지도 않지만 가슴사이즈가 큰편이라 어떤 옷을 입어도 쉽게 안어울리고 쓸데없이 야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듯합니다.

가만튀는 매우 기분나쁘고요.  
특히 팔꿈치로 찌르면 너무 아파요. 힘조절도 안하고 정말 너무 아픕니다.
불알을 만지고 튀는 사람은 없겠지만 무릎으로 불알을 찍는다 생각해보세요...

여튼 그래서 다시 한동안 치마를 안입었습니다.

제가 책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데 치마는 백팩이랑은 좀.. 안맞아요.
그땐 그놈의 성적이 뭐라고 좀 미쳐있어서...


4.
성적이 좋다보니 주변에서 유학을 권하더라고요.
교수님들은 자꾸 랩실로 부르고요.

집에 돈이 풍족한 편은 아니니 비싼돈내고 유학을 가느니 그냥 내 힘으로 외국에 취직을 하겠다! 라고 생각을 했고, 실제로 직장생활하다가 해외에 취직도 해서 3여년 살다가 돌아왔습니다.

해외에서도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여행 잘하고 잘먹고, 로맨스는 없었습니다.
다니던 회사는 파산하고 1여년 밀렸던 월급 떼먹히고 외국인 노동자의 서러움을 안고 들어왔지요.

해외에서 돌아오니 나이가 28이 되더라고요.
여자나이로는 이제 좀 많은 편이기도 했지요.


5.
여자도 모솔을 좀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
여자나이 28이 됬는데 아직도 모솔이면 그건 좀 부끄러운거 아니냐, 섹스의 즐거움을 모르니 안타깝다.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다가 저는 드디어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아, 치마를 입어야 겠구나.

한국에 돌아오고 저는 각종 모임과 소개팅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줬고요.

그리고 화장+치마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매우 불편하긴 했지만, 연락을 주고받는 남자들이 많아졌으니까요. 근데 제가 좀 찐따 성격이 있어서인가 사람만나는게 너무 귀찮기도 하고 사람 많이 만나는게 피곤하더라고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도 한번 자보자는 미친놈은 있어도 사귀자는 사람은 한명도 없더라고요. 뭐 예전글에서도 다루었지만, 지금의 남편과 만났던 시점도 이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던와중 제 친구A가 조용히 물었지요.
" 넌 사귈때 보는게 뭐야?"
" 어.. 일단 고백하면 사귈건데. 안맞으면 헤어지면되지."

실제로 제 기분은 모솔만 일단 탈출하자 였기때문에 그 누가 고백해도 일단 고백만 하면 사귀려고 했으니까요.

그말을 한 다음날 남편이 갑자기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전 받아들였지요.

모솔탈출 끝/

고백을 받고나서 남편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좀 잘생긴것도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자세히 보니 매우 잘생긴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씌인 콩깍지는 아직도 빠지질 않았답니다...



6.
나중에 알고보니 여러 비하인드 이야기가 있기는 했습니다.

제 친구A가 속해있는 동호회에 솔로 남자들이 꽤 있었고 그 동호회에도 몇번 어울리기도 했는데요.
그 동호회의 남자들끼리 함께 의논해서 특정 사람을 저와 밀어주기로 했었던 모양입니다. 뭐, 그 사람도 좋은 사람같이 보였으니 고백했다면 사귀었을거에요.
그래서 친구 A에게 부탁해서 이것저것 알아봤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친구가 저한테 물어보고 난 그 주말에 제게 고백할 예정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친구A는 지금의 제 남편과 같은 와우길드에 있기도 했지요.
남편에게 제 연락처를 알려줬고요.
그래서 의리상 그냥 한번 던져본 모양입니다.

" 님, 쟤 지금 데쉬 안하면 딴사람이 채간다?"

그리고 말을 들을 남편은 갑자기 다짜고짜 퇴근후 절 찾아오더니 고백했고요.

남편도 모솔탈출 끝/



7. 뒷 썰이지만 사실 남편이나 저나 그동안 사람을 못사귄게 좀 눈치가 없어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7-1.
저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제가 너무 흔한 인상이 아닌가 고민했습니다.

가끔 처음보는 사람이 "우리 어디서 한번 본적없냐" 하더라고요.
제것도 아닌 물건을 내꺼 아니냐고 가져다주고요.
대체 누구랑 그렇게 헷깔리는 걸까... 고민도 해왔지요.
그러기엔 너무 교집합이 없어서
그래서 그동안 제가 진짜 좀 헷깔리게 생겼다보다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범죄자 해도 되겠다. 너무 흔히 보는 얼굴인가보다 했는데 이 썰을 들은 친구들이 탁자를 치며 바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7-2.
남편도 썰이 많습니다.
뭐 본인 말로는 대학다닐때 자기 팬클럽도 있었다 하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런데 남편은 게임에 바뻐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고 합니다.
렙업할 시간도 부족한데 연락하고 그런거 너무 귀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남편의 썰중 하나는

어느날 서울에서 같이 게임하던 여자사람이 찾아왔다고도 하더라고요 (남편은 지방에서 살고요)
그러더니 자기가 여기까지 왔으니 술을 사달라고 해서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술을 먹었다고 합니다.
(...)

이후 새벽2시쯤 그 여자사람이 피곤하다고 하길래 고속버스정류장가서 가장 빠른 표를 사줘서 보내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락이 끊겼데요.
...
근데 뭐, 크게 신경 안썼다 합니다.

그리고 그런 여자 사람들이 꽤 있었답니다.
같이 밤새서 피시방가거나 뭐 첫차로 보내주거나 등등.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남편이 27살이 되었을때 남편은 그때 그랬으면 안됬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고 합니다..



남편이나 저나 둘다 매우 눈치가 없어 꽤 오랫동안 모솔이었던것 같습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052 [일반] [스포]섬광의 하사웨이 – 샤아의 역습 v2: 어째서 냉전 말의 이야기가 지금 되풀이되는가 [19] esotere10550 21/11/14 10550 10
94051 [정치] 종로 보궐 여론조사, 이준석-원희룡-추미애 순으로 접전 구도 [43] 피잘모모17399 21/11/14 17399 0
94050 [일반] 취미/ 시그마 dp1q/ 하늘 사진/ 영상촬영기 추천 [17] 범이8430 21/11/14 8430 2
94049 [일반] 나의 만성우울증 [92] 파프리카너마저17268 21/11/14 17268 40
94048 [일반] 토막글)미국의 수학 전쟁 [23] kien.16580 21/11/14 16580 4
94047 [일반] 얀센 > 모더나 추가접종 14시간후 후기 [54] Croove17212 21/11/14 17212 5
94046 [정치]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관련 거짓말 [81] 스텔22882 21/11/14 22882 0
94045 [일반] [팝송] 에드 시런 새 앨범 "=" [4] 김치찌개8121 21/11/14 8121 6
94044 [일반] 가슴이 두근거리는 굉장한 활력의 구슬. 찾아라 드래곤볼! [17] 라쇼21754 21/11/13 21754 3
94043 [정치] 그 많던 여권 잠룡들은 어쩌다가 침몰했나 [132] 오곡물티슈23293 21/11/13 23293 0
94042 [정치] 토지공개념 정책. 서울시가 먼저 시동을 걸었습니다 [68] 도방17978 21/11/13 17978 0
94040 [일반] 무술이야기 03 한국의 일본무술 [9] 제3지대10228 21/11/13 10228 15
94039 [일반] 한국에 리메이크, 번안된 일본 가요들 [77] 라쇼25155 21/11/12 25155 11
94038 [일반] 나의 면심(麵心) - 냉면만 두 번째 이야기 [24] singularian14467 21/11/12 14467 13
94037 [정치] 한일 병합이 미국 때문인가 [131] LunaseA23693 21/11/12 23693 0
94036 [일반] [역사] 몽골의 유럽 참교육에 대한 소고 [91] 이븐할둔14977 21/11/12 14977 23
94034 [정치] 윤석열 "남북한 관계, 제자리로 돌려 놓을 것" [178] 이찌미찌22385 21/11/12 22385 0
94032 [일반] 주변국 국가지도자 호감도 대결 [42] 맥스훼인17681 21/11/12 17681 1
94031 [정치]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후보별 득표율 [42] Leeka13581 21/11/12 13581 0
94029 [일반] 안녕하세요 가입인사 드립니다. [22] Nacht10613 21/11/12 10613 9
94028 [정치] ‘백브리핑’ 봉쇄한 이재명에… 윤석열 “대통령이 돼도 하겠다” [39] 미생18296 21/11/12 18296 0
94027 수정잠금 댓글잠금 [정치] "경 1만뷰기념!! 그들의 행보는?? 축" [33] 염천교의_시선19042 21/11/11 19042 0
94026 [정치] "전국민에 암호화폐 지급"···이재명 파격, 통화질서도 흔드나 [140] 박세웅20978 21/11/11 2097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