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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31 22:45:39
Name	라덱
Subject	[일반] 와이프가 애 데리고 친정에 가서 외로운 혼밥하는 외노자
https://cdn.pgr21.com/freedom/91153 삭게로! 일본에서 지내고 있는 외노자입니다. 여기는 지금이 딱 봄방학 시즌이라서 와이프가 아이를 데리고 친정을 가있습니다. 저는 코로나로 인하여 몇달간 정말 거의 집밖에도 나가지 않는 재택근무 생활중입니다. 아니, 그러면 대체 이 기간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고 허전하겠습니까. 외로움과 쓸쓸함과 허전함을 달래지 못 하고 밥조차 혼자 지어먹어야 하는 이 서러움. 그 마음을 여러분들에게 공유드립니다. 첫째날 저녁은 김치볶음밥에 오뎅탕을 간단히 만들어봤습니다. 김치볶음밥에는 스팸도 잘게 썰어넣고, 오뎅탕에는 대파도 시원시원하게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매우 외롭지만 먹어야만 버티기에 눈물을 삼키며 꾸역꾸역 집어넣었습니다. 둘째날 저녁은 스팸에 계란후라이, 지난번에 고깃집 갔다가 서비스로 받아놓은 광천김, 김치, 그리고 자사이무침입니다. 국물은 냉장고를 뒤적거렸더니 쇼유라멘 스프가 하나 놀고 있는 것이 있어 파를 송송 썰어넣고 대충 뜨거운 물을 부었습니다. 흰쌀밥에 스팸이라는 환상적인 조합조차도 홀로 쓸쓸히 혼밥을 하는 아재의 마음속을 달래줄 수 없다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셋째날의 저녁입니다. 외로움과 쓸쓸함만으로도 힘들지만, 혼밥 이후의 설거지만큼이나 가슴시린 허전함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부엌 가스렌지앞에 서서 대충 볶은 제육볶음과 그 위에 태워버린 계란후라이, 밥솥에서 바로 후라이팬에 투척한 밥, 이 조합이라면 무난하게 배고픔 정도야 이겨낼 수 있으며, 설거지의 양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 역시나 쓸쓸한 가슴 부여잡고 죽지 않고 살기 위해 영양분을 섭취했습니다. 넷째날의 저녁입니다. 일본에서는 우버이츠라는 배달어플로 배달음식을 주문합니다. 배달비가 만만치 않기에 자주 이용하지는 못 하지만, 이 쓸쓸함 하나 이겨내기 위해서 한번쯤은 시킬 수 도 있지 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음식은 제가 미친듯이 좋아하는 아부라소바 라는 일종의 볶음면입니다. 나중에 코로나 끝나고 일본여행 오실 일 있으시면 꼭 한번 드셔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여러 가게가 있지만 東京油組総本店이라는 가게가 아주 맛있습니다. 체인이니까 도쿄내에서는 여러 곳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사치를 부리고는 있지만 외로움과 쓸쓸함을 이겨낼 길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섯째 날, 오늘 저녁입니다. 그래도 다시 정신차리고 차려먹어야지 라고 마음을 먹게 됩니다. 냉동실을 보니 와이프가 얼마전에 장봐오면서 싸게 나왔다고 몇팩을 쟁겨두었던 호주산 소고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간장과 매실, 그리고 적당한 조미료들과 양파, 마늘을 잘게 썰어넣고 몇시간 재운뒤에 김치와 계란후라이라는 어디에도 안 어울릴 수 없는 친구들과 매칭시켜 불고기라는 느낌으로 한번 만들어 먹어봤습니다. 계란은 저래뵈도 2개입니다. 맛소금을 살짝 뿌렸지요. 그래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혼자 먹는 이 공허함은 포만감으로 이겨낼 수 없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가 될 뿐입니다. 앞으로 3일후면 와이프와 아이가 돌아옵니다. 어서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리도 시간은 안 가는지 정말 순간순간 눈물이 나도록 마음이 아픕니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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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해시 아이콘

21/03/31 22:46

입에 가린 손 치워보세요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2:52

맞아요 요즘 사랑니 난 쪽이 아파서 자꾸 입쪽에 손을 가져가게 되는걸 어떻게 아셨는지요, 혼자 있는 것도 모자라 이런 아픔까지...어흑흑

휀 라디언트

해시 아이콘

21/03/31 22:47

카메라를 들어올리면 키보드와 모니터가 있겠죠.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2:53

우마무스메라던가 뭐라던가 폰게임..같은 것이 있나보더라구요, 그냥 잠깐 어디서 주워들었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해시 아이콘

21/03/31 22:49

어허...입가의 웃음부터...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2:54

사람이 실성하면 웃음이 나올 때도 있곤 하지요.. 아마도 제가 그 상태인 걸까요...

방구차야

해시 아이콘

21/03/31 22:53

허망한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요리에 몰두하시는 모습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평소 드시고 싶었던것 마음껏 드시고 다시 가족이 하나될 시간까지 최대한 시간을 아껴쓰시며 잘 버티시길 바랍니다.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2:55

진솔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시간을 아껴써야...으응??

발적화

해시 아이콘

21/03/31 22:54

술은 왜 안찍으셨나요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2:55

민간인 사찰 중이십니까??

풀잎

해시 아이콘

21/03/31 22:54

뭔가 전체적으로 자취요리느낌이 물씬 나네요 흐흐 제가 자주하는 요리들이라서 더 와닿네요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2:56

쓸쓸한 남자들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크크

딸기콩

해시 아이콘

21/03/31 22:56

아내분 연락처좀...
매우 힘들어 하신다고, 빨리 오시라고 전해드릴게요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2:57

위로를 해달라 말입니다 어흑흑

시진

해시 아이콘

21/03/31 22:57

고독한 미식가.....그러나 위장에겐 상냥하신 분.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2:58

위장에겐 상냥하다는 그 표현 너무 마음에 드네요, 나중에 꼭 써먹겠습니다. 크크.

피잘모모

해시 아이콘

21/03/31 22:59

으으 지방 살다가 서울 올라와서 있는 것도 외로운데 다른 나라는 오죽할까요... 맛난거 많이 드시고 기운 내셔요!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02

위로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타향살이 하는 우리 모두 화이팅!!

나주꿀

해시 아이콘

21/03/31 23:00

겁나 잘드시는뎁쇼 크크크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죠, 즐기세요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03

이렇게...이렇게라도 먹지 않으면...!! 크크크

김홍기

해시 아이콘

21/03/31 23:00

근데 진지빨자면 정말로 와이프가 친정에 가면 저렇습니다첫날이야 자유롭고즐거울지모르지만 이틀째부터는 애들도보고싶고그야말로 말씀대로 눈물이앞을가리죠그래서저는저희아내도친정에안갔으면합니다
참으로 동감하는 글 잘 읽었읍니다...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04

이틀째부터는....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당최......아하하하하하하, 우리 유부남들 화이팅해요! :)

여긴어디난누구

해시 아이콘

21/03/31 23:39

아내분이 뒤에서 보고계신거라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아, 댓글에선 안되나?

재간둥이

해시 아이콘

21/04/01 00:51

뒤에서 살기를 느낀 부분은 띄어쓰기를...

깃털달린뱀

해시 아이콘

21/03/31 23:05

사모님께 이 글을 보여드려 남편분께서 얼마나 힘들어 하시고 가족을 그리워 하시는지 알려드리고싶군요!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05

하하하, 우리 와이프는 한국어를 모르지요, 안 가르치는 데에는 다 이유가...아하하하하하닙니다.

lovehis

해시 아이콘

21/03/31 23:13

암요 한글은 배우기 어려운 글자죠... 특히 일본인 에게는...

덴드로븀

해시 아이콘

21/03/31 23:20

파파고! 출동!

에욱

해시 아이콘

21/03/31 23:14

아니.....일주일이나 혼자 냅두면 외로워서 어찌합니까!!!!!!!!!!!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39

그니깐 말입니다!!! 정말 말도 안된다는!!! 아하하하핰

맘대로살리

해시 아이콘

21/03/31 23:15

이상 피고인의 변론은 잘 들었습니다.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40

우리집 고양이가 쓴 글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해시 아이콘

21/03/31 23:21

마지막 줄이 ... 필력이 어마어마하네요... 10가지 정도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하아.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40

사스가...이해해주시는 분이 반드시 나타나리라 믿었습니다.

덴드로븀

해시 아이콘

21/03/31 23:21

눈물이 절로 나오는 밥상이네요. ㅜㅜ
내일 새벽에라도 당장가족이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41

당장이라뇨...당장이라뇨!!!!

스페인산티아고

해시 아이콘

21/03/31 23:25

친정이 거리측정기로 대략 일만 백사십삼(10,143)키로 떨어져있어서 와이프가 친정 갈 일이 없습니다 부들부들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42

아아...여기 또 위로가 필요하신 분이...

타란티노

해시 아이콘

21/03/31 23:32

하아.(아아이얏호!!!)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43

하아아아아.. 아아아앗!!

Prilliance

해시 아이콘

21/03/31 23:35

그만큼 신나시는 거라면 '무야호~'를 외쳐주세요!!

라덱

해시 아이콘

21/03/31 23:43

무야호오오오오~~ 그만큼 허전하시다는거지~~~~~ 크크크

위키미키

해시 아이콘

21/03/31 23:45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순간순간 눈물이 나도록 마음이 아쉽습니다. 로 읽히는군요 크크크크

라덱

해시 아이콘

21/04/01 00:18

4월1일이 되었습니다아아아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코틴중독

해시 아이콘

21/04/01 01:39

씼고 자려고 했는데 이 게시글을 보고 맥주 한병 깠네요ㅠ

AaronJudge99

해시 아이콘

21/04/01 01:45

ㅋㅋㅋㅋㅋㅋ 씨익 웃고계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ㅎㅎ

덱스터모건

해시 아이콘

21/04/01 02:21

아....나쁜말 하고싶다.... 개부러워요

코왕

해시 아이콘

21/04/01 03:11

추게로

다시마두장

해시 아이콘

21/04/01 07:09

크크크 청춘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밥상 구성이네요.(맛있는거 + 맛있는거!)
저런 밥상에 컴퓨터만 한 대 있으면... 캬~~~

싸구려인간

해시 아이콘

21/04/01 09:27

저녁에 와이프 분이 아이 손을 잡고 문을 열면서 '서프라이즈!'라고 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퀀텀리프

해시 아이콘

21/04/01 09:41

짬밥이 더 쌓이면 즐기게 되요.

김연아

해시 아이콘

21/04/01 10:33

오늘(4/1)에 올리셨어야 될 글 같은데요.

이웃집개발자

해시 아이콘

21/04/01 10:49

선생님 김치 어디서 사시나요..?

kapH

해시 아이콘

21/04/01 11:20

김치볶음밥에 날치알을 넣지 않는 실수를 하시다니 너무 큰 슬픔에 매몰되어 계심이 티가 확확 나는군요 ㅋㅋ

생겼어요

해시 아이콘

21/04/01 11:37

와이프분이 pgr을 하신다면 ㅎ 을 쳐주세요

탄야

해시 아이콘

21/04/01 12:17

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tTakesTwo

해시 아이콘

21/04/01 12:30

글에서 주체할 수 없는 행복함이 묻어나네요.

설레발

해시 아이콘

21/04/01 12:53

3일 뒤에 글 하나만 다시 써주십시오 선생님..

BitSae

해시 아이콘

21/04/01 13:26

하루만 늦게 올리시짘ㅋㅋㅋㅋ

-안군-

해시 아이콘

21/04/01 14:16

행간이 읽힌다는게 이런거구낰ㅋㅋㅋㅋㅋ

동경외노자

해시 아이콘

21/04/01 14:22

화내는게 아주 습관적인 분이시군요!

https://cdn.pgr21.com/freedom/62260?sn1=on&divpage=18&sn=on&keyword=%EB%9D%BC%EB%8D%B1

이글과 함께 읽으시면 더 재밌습니다(?)

Cafe_Seokguram

해시 아이콘

21/04/01 14:36

너무 슬픈 글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tayAway

해시 아이콘

21/04/01 17:33

글쓴이의 온기가 남아있는 글입니다.

여우별

해시 아이콘

21/04/01 22:04

크크크크 제 남친도 결혼하게 되면 이럴까요..?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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