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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25 23:16:44
Name 아스라이
File #1 a.jpg (1.53 MB), Download : 72
File #2 b.jpg (414.9 KB), Download : 14
Subject [일반] 취미 활동의 산물과 그 관련 이야기 (수정됨)




  한동안 맹렬하게 탐닉했던 미니어처 하우스 조립입니다 .
대략 10개 정도 만들었고 , 사진 속 물건은 처음으로 제작한 복층집 입니다 .
사진빨이 제일 괜찮아서 이걸로 골랐네요 .  

크기 - 약 25 x 20 x 15 . 미니어처 하우스 제품군 기준 중형 사이즈 .
제작 시간 - 약 40시간 소요 .

해당 제품의 키트 가격은 2만 5천원 정도 합니다 .
오픈 마켓 구매 후기에 다들 어렵다는 곡소리 , 중도하차 했다는 토로가 넘쳐났어도
어렸을 때 형들 도움없이  고무 동력기 만들던 가락을 믿고 질렀습니다 . 그땐 몰랐죠 .
이게 이토록 흉악한 물건일지.  택배 받고 뚜껑 따본 이후에야 뜨악했습니다 .

1 . 130개를 넘는 부품들 . 걔중 태반은 손톱보다 작은 엄청나게 미세한 사이즈 .
2 . 완성품 예시에 보이는 거의 모든 걸 하나하나 직접 조립해서 만들어야 하는 기나긴 난관 .

두어달 방치하다 명절에 룸펜짓하면서 + 그 뒤로 몇일 더 짬날 때 마다 시간 투자해서
완성의 결실을 봤었습니다 .


처음엔 도무지 답이 안나와서 헛웃음이 실실 나왔는데 , 막상 하다보니 이게 성격에
맞아서 그런가 뭔가 몰입도 되고 점점 꼴을 갖춰가는 각종 소품들이 완성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주더라구요 . 다만 , 조립에 꽤 익숙해진 지금 생각해봐도 완성
난이도가 상당한 물건이긴 합니다 . 이게 왜 어려운지 예시와 함께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두꺼운 종이를 mm 단위의 엄격한 규격에 맞춰잘라 실리콘 접착제에 의지해서 육면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 덧대는 부위없이 오로지 모서리 끼리 너무 적지도 , 많지도 않게
도포된 접착제에 의해서만 맞대어 붙여야하고요. 각 모서리의 접착제가 어느 정도 응고될
때까지 핀셋과 손을 이용해 약 1분여간 고정 시켜줍니다. 이 때 손을 떨거나 하면 이격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대한 움직임이 없어야 합니다 . 또 이렇게 완성된 육면체의 꼭지점에
45도 각도로 철사 안테나를 접착제에 의해 고정시켜 줍니다 .
참고로 이 육면체의 사이즈는 성인 새끼손톱 정도입니다 .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오브제를 만드는 데에 빠르면 20분 , 길면 2시간 이상 소요됩니다 .
완성까지 만들어야할 오브제들은 수십 개에 달하구요 . 예비 부품이 없기 때문에 혹여나
망칠라 매 순간 적당한 긴장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 맨 아래 사진이 설명서의 한 페이지 인데 ,
저런 게 십수 페이지 정도 있습니다. 한 페이지 넘어가는 데 대략 서너시간 걸리구요 .

사진 속 소파의 경우 어처구니 없게도 조립과정이 실제의 소파 제작과 거의 동일합니다 .  

1 . 주어진 여러개의 작은 나무판자들을 접착제로 붙여 프레임을 만든다 .
2 . 압축솜을 재단하고 겉면에 천을 덧대어 쿠션을 만든다 .
3 . 쿠션을 프레임에 붙인다 .
4 . 천을 이용해 레이스를 만들어 붙인다 .

말이 조립이지 사실상의 제작입니다 . 크크 .  

각 LED의 전선 배선을 세심히 해주고 한데모아 피복 벗긴 후 전원 장치에 연결해주는 것도 스스로
수행해야할 영역입니다 . 오르골이 동봉되어 있어서 조립 후 뒷판에 달린 나사를 돌려주면 천공의
성 라퓨타 삽입곡이 플레이됩니다 .


원체 집중하면서 해야하는 작업이라 유튜브 시청이나 동영상은 꿈도 못꾸고 팟캐스트에
많이 의지했습니다. 정치분야는 신경쓰이고 혈압올라서 안되고 역사나 영화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테마 위주로다가 들었습니다. 암튼 , 공들여 만들고 나니 생각보다 꽤
이쁘고 보기 좋아서리 상당한 보람을 느꼈네요 .


<장점>
1 . 완성품이 꽤 볼만하다 .
2 . 만들다 보면 나름 몰입의 희열이 있고 , 육체의 끊임없는 미세운동과 대비되는
    마음의 평안이 찾아 온다 .
3 . 돌발상황(ex.부품 망실&파손 , 규격 오차)에 대한 임기응변능력이 향상 된다. 부품이
    없거나 부러지면 어떻게든 자체조달 하게 된다 . 궁하면 통한다고 , 그동안 해놓은 게
    아까워서라도 .
4 . 설명서 대로만 해선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 많아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며 작업을 하게
    되는고로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 된다 .


<단점>
1 . 제작 과정이 어렵고 힘들다 . 장시간 작업하면 삭신이 쑤시고 눈이 침침해지는게 느껴
    지며 이따금씩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
2 . 성격에 안맞거나 섬세함이 부족한 사람은 완성을 보기 어렵고 , 어찌어찌 대충 만든다
    쳐도 완성도가 처참한 게 확 티가 난다 . 목공용풀 대충 도포해서 벽지가 울거나 부품
    접착 부분 벌어저서 보기 흉하거나 등등 .
3 .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맛들이면 자꾸 다른 제품도 만들고 싶어진다 .

이 경험을 통해 공임비와 수공업의 가치에 대해 재고하게 됐습니다 .
고작 키트 조립도 범인에겐 이토록 버거운 일일진데 , 제작품이 집한채 가격하는 스위스 시계
장인의 노동이란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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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5 23:30
수정 아이콘
작품도 사진도 정말 멋지네요. 저도 한때 프라모델 디오라마 제작에 열을 올렸던 적이 있는데, 이 미니어처라는게 참 묘한 매력이 있죠. 좋은 취미와 좋은 손재주를 동시에 갖고 계셔서 부럽네요.
아스라이
21/03/25 23:32
수정 아이콘
좋은 손재주라뇨 , 당치도 않습니다 . 디오라마 제작을 하셨다니 , 제가 한 키트조립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겠네요. 재료 조달과 설계구상을 온전히 스스로 수행하셨을테니 말입니다 .
21/03/25 23:34
수정 아이콘
우와 대단합니다. 미니어처 좋아해서 프라모델은 많이 만들었었는데 종이 모형은 손가락이 섬세하지 못해 전 힘들거 같네요
아스라이
21/03/25 23:36
수정 아이콘
어렸을 적 기타 배우다 때려친 , 곰손인 저도 만들었습니다. 의지만 받쳐준다면야 누구든 완성은 가능합니다 . 비록 퀄리티는 갈리겠지만요 .
유자농원
21/03/25 23:36
수정 아이콘
종이만있는게 아니고 나무재질이면 나무고 베개커버는 천조각이고 그렇습니다 원단만 주는 수준이라 다 잘라서 꼬매서 네.. 그런거.. 흑흑
유자농원
21/03/25 23:35
수정 아이콘
아디코 시리즈 했었는데 무슨 화분 이파리 하나하나 잘라서 만들줄은 꿈에도 모르고 시작했었던 생각이 나네요 빡셈 매우빡셈
아스라이
21/03/25 23:40
수정 아이콘
아디코쪽 제품도 몇 개 만들었습니다. 설명서가 상세해서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
하루사리
21/03/25 23:38
수정 아이콘
으어 너~무 이쁘네요. 대단합니다. 짝짝 .
전 굉장히 산만해서 이런거 전혀 못하는데 부럽네요.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아스라이
21/03/25 23: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말씀 감사합니다 . 요런식으로 만들어 놓은게 10개 정도 됩니다. 이게 하면할수록 건강에 악영향 주는 게 체감이 되서리 더 이상은 안하려구요 . 크크 .
21/03/25 23:55
수정 아이콘
저도 6개 만들었는데 부품 망실이나 손상은 항상 있더군요. 동일한 제품인데 가격이 좀 싸다 싶은 것은 십중팔구 아크릴 케이스와 오르골 빼놓고 파는 것이고. 만드신 제품이 저도 만들어보고 싶었던건데 (블루 타임스였던가..) 베개와 쿠션, 소파 같은 어려운 부분이 굉장히 깔끔하게 만들어졌네요. 한편으론 샤워실의 접착제 자국과 문 손잡이, 샤워기 같은 금속 부품이 흉하게 휘는건 아무리 잘해도 정말 어쩔 수 없는 악몽같은 부분입니다.
아스라이
21/03/26 00: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유경험자셔서 확실히 평의 깊이가 남다르시네요. 크크 . 진짜 그놈의 금속부품이 문제이긴 합니다. 구부리는 것 자체도 어렵고 한 번 잘못 구부리면 그걸로 땡이니까요 . 경험자시니 추천하고픈 제품이 있는데 , 미니어처 액자입니다 . 이게 조립 난이도는 낮은데 반해 완성품의 효용성은 정말 좋거든요 . 어디에둬도 찰떡같이 잘 어울립니다 . 인테리어 소품으로써 매우 좋아요 .
21/03/26 00:08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 다른 완성품들도 보고 싶네요.
아스라이
21/03/26 00:10
수정 아이콘
고려해 보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
21/03/26 06:59
수정 아이콘
저는 프라모델도 힘들었는데 대단하세요 크크크
아스라이
21/03/26 07:38
수정 아이콘
프라모델도 숙련될수록 극한의 디테일에 천착하게 되어 사람 잡는 중노동이란 얘길 많이 들었네요 . 특히 도색!
다이어트
21/03/26 07:18
수정 아이콘
와이프가 1개 만들어보고 재미있다고 또 3개나 질렀는데 마침 생일이라고 처제가 선물로 3개를 보내줘서
반년 내내 6개 추가 조립하면서 다시는 이거 하나봐라 입에 달고 살았었죠....
아스라이
21/03/26 07:36
수정 아이콘
지극히 공감되는 테크네요! 저도 이젠 징글징글합니다 . 크크 .
톨기스
21/03/26 09:03
수정 아이콘
건프라 만들고 싶은데 애가 이제 19개월이라...... 한정판 5개 질러놓고 박스째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크크크크...
아스라이
21/03/26 09:50
수정 아이콘
유유자적한 활동은 꿈도 못꿀 시기시군요 . 힘내시길!
무더니
21/03/26 09:25
수정 아이콘
수전증이 있어서 손도 못대겠군요 크크
아스라이
21/03/26 09:51
수정 아이콘
안타깝지만 수전증있으신 분들은 아무래도 좀 무리다 싶긴 합니다 .
21/03/26 11:02
수정 아이콘
엄청나네요.
아스라이
21/03/26 12:32
수정 아이콘
하하... 과찬이십니다. 프로가 만든 물건들의 퀄리티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라서요 . 크크 .
-안군-
21/03/26 16:30
수정 아이콘
디테일보소.. 덜덜덜;;;
저는 이제 미니어처 종류는 손도 못 대겠더라고요.;;
아스라이
21/03/26 18:04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젠 손 못대겠습니다. 건강에 지장 주는게 느껴져서리... 크크
답이머얌
21/03/26 17:23
수정 아이콘
마루 밑 아리에띠 현대판이군요.
아스라이
21/03/26 18:06
수정 아이콘
말씀 감사합니다. 약간 관련 있는 사담입니다만 , 어렸을 때 본 톰과 제리에서 제리가 사는 쥐구멍 속 집이 너무 아늑해 보였습니다. 그 뒤로 미니어처에 대한 로망을 좀 갖게 됐죠 .
21/03/26 22:07
수정 아이콘
전 이렇게 손재주 있는 분들 항상 부럽더라고요. 제가 하면 시작부터 폐허 끝도 폐허일 듯..
아스라이
21/03/26 22:29
수정 아이콘
저도 뭐 거의 곰손입니다. 그냥 하다보니 맛들려서 끝을 봤을 뿐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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