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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17 20:25:28
Name 나주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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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2016년 롤드컵 4강전,맨해튼에서 있던 국뽕의 추억 (수정됨)




2016년,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당시 같은 반에 배정된 학생들은 중국인, 프랑스인, 일본인, 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인 등으로 꽤 다양했더랬죠.
그런데 어느날 같이 수업을 듣던 중국인 학생이 저에게 이러는 겁니다.

["너 롤 티어 몇이니?"]

아니 다짜고짜 님 티어가 어디? 를 시전하다니,
전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스타2를 챙겨보고 있었고
리그 오브 레전드는 간간히 보기는 해도 그냥 뭐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하는 편이고
그 중에서 페이커가 잘한다더라 그정도만 알고 있던 롤알못이었거든요.
(뭐 그래도 탑, 미드, 정글, 바텀이 있고, 정글은 백정이고 탑은 일대일 승부에 목숨거는 곳이라는 건
그때도 알았습니다.)

"나는 롤 안하는데? 왜 물어보는 거야?"

"한국인인데 롤을 안해? 그래도 보기는 하지?"

"보기는 하는데..... 안할 수도 있지, 임마, 난 한국인인데 김치도 잘 안먹어"

"아무튼, 이번에 뉴욕에서 롤드컵 경기를 하는데 SKT랑 Rox랑 붙는대, 너도 같이 갈래?"

음, 살면서 E-sports 경기를 직접 보러갔던건 GSL에서 스테파노가 날뛰고 나니와가 날빌날렸다가 빡종했던 시절인데....
(다시 생각해보니 나니와의 사과문은 사과문의 정석이라고 할만큼 깔끔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살면서 내가 미국에서 한국팀간의 롤드컵 4강전을 언제 또 보겠어? 싶어서 간다고 했습죠.

짧게 후기를 이야기 하자면 ,
사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 가는 날 당일에도 시큰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까지 흥분하지도 않았었는데
마지막에 찍은 사진을 보니 제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목에 핏줄까지 보이더라고요.
경기 끝나고 나서는 팝업스토어에 가서 포로 인형이랑 나르 인형도 사왔습니다.

일단 당시 4강전이 열린 메디슨 스퀘어 가든 규모도 생각보다 크다는데 놀랬고, 그걸 4강전에 쓴다는데 또 놀랬습니다.
사람도 엄청 많고 미국인 관중들 함성 지르는거나 리액션도 같이 보고 있으면 더 흥분되게 만들고요.

(아 그리고 미국 관객들 엄청 웃긴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사회자가 나와서 분위기를 좀 달구려고
"여러분!!!! 세계 최고의 팀은 어디입니까!!!!!" 이랬더니

["TSM!TSM!TSM!TSM!TSM!TSM!TSM!TSM!TSM!"]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같이 간 중국인 친구들이랑 다 같이 빵터졌죠)


게다가 그날 있었던 경기가 2020년까지도 롤드컵 명경기 하면 손꼽히는 5세트 풀접전이었으니 흐흐흐.

경기력도 역대급에, 현장에서 느낄수 있었던 페이커의 위엄, 피넛과 페이커를 연호하는 만명의 관중사이에서
혈관에 국뽕을 직접 주입하는 그 느낌. (2002년 월드컵 이후로 가장 강하게 국뽕을 느꼈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중에 중국인 학생과의 대화도 기억에 남네요.

"한국인 선수들은 어떻게 그렇게 롤을 잘하는 거야?"

"일단 PC방이 있어서 실력좋은 학생들이 많고, 옛날부터 한국은 게임 프로 선수를 키우는 시스템이 발달해서 그런거 같은데."

"우리도 PC방 있고, 시스템도 있을걸? 별로 다른게 없는거 같은데"

"그럼 몇 년만 기다려보면 되겠네, 너네 나라 롤 하는 사람이 몇억 아니냐? 중국 사람들 만만디 좋아하잖아, 몇년 있으면 너희도 잘하겠네.
그래도 페이커 롤드컵 우승 5번은 할때쯤일듯? 크크크"

이러면서 화기애애했었는데, 뭐 지금은 연락처도 까먹었구, 생각보다 중국팀이 치고 올라오는건 빨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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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7 20:27
수정 아이콘
악 글이 깨졌어요
나주꿀
20/12/17 20:56
수정 아이콘
놀라셨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무슨 스타크래프트 립버젼 다운로드 치면 나오는 그거 인줄 알았어요
해태고향만두
20/12/17 20:37
수정 아이콘
저는 19년에 롤드컵 4강 T1 vs G2 보러 갔다가 정반대의 경험을 하고왔네요
나주꿀
20/12/17 20:57
수정 아이콘
이때부터 G2와의 악연이.... 입터는 것도 참 보기 싫었어요
20/12/17 20:43
수정 아이콘
2002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 직관만큼이나 부럽습니다.
나주꿀
20/12/17 20:58
수정 아이콘
이탈리아전때 가족들이 다 같이 거리응원 나갔었는데 막판에 아버지께서 '야, 졌다 차막히기 전에 집에 얼른 가자'
해서 집에 왔더니 연장전이 치뤄지고 있었죠. 그래도 마지막 골든골은 안 놓친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20/12/17 21:08
수정 아이콘
골든골만 놓치지 않았으면 된 거죠! 아 그리고 프레이의 전설적인 애쉬궁 때 현장 분위기가 얼마나 열광적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헿
나주꿀
20/12/17 21: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프레이 애쉬궁이요? 그때 저 포함해서 몇몇 사람들 일어나서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디아블로 3 발표할때 소리지르는 것처럼요
valewalker
20/12/17 20:43
수정 아이콘
메디슨 스퀘어가든 명성은 많이 들었었는데(제일 처음 이름 들은건 98년도 고질라가 알 깐 장면-_-) 미국해외 여행 가면 한번 방문해보고싶네요. 평소에는 볼거리 많나요?
나주꿀
20/12/17 21:00
수정 아이콘
일단 경기장 규모는 엄청 큽니다. 근데 제가 미국 농구나 하키를 좋아하진 않아서 그런쪽은 잘 모르겠네요.
들어가기 전에 무슨 현수막이 달려있는데 마이클 잭슨이나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거기서 공연했던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valewalker
20/12/17 21:05
수정 아이콘
저는 미국 인기종목 스포츠들은 문외한이라 공연 같은걸 노려봐야겠네요 크크
공항아저씨
20/12/17 20:54
수정 아이콘
와.. 부럽습니다. 아마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을 하신 것 같네요. 처음에 별 기대를 안했던 만큼 더 진한 경험으로 남았을 것 같은데 그런 경험 하신게 부럽습니다 흑흑..
나주꿀
20/12/17 21:01
수정 아이콘
말해주신대로 기대 크게 안하고 갔다가 국뽕을 치사량 수준으로 맞아버렸죠.
롤 만렙 아이디도 없는 제가 '당신이 페이커의 나라에서 왔습니까?' 분위기를 맛보니
아, 이래서 국뽕에 사람이 중독되는구나 싶더라고요
고기반찬
20/12/17 20:59
수정 아이콘
TSM!! TSM!! TSM!! TSM!! TSM!!
나주꿀
20/12/17 21:02
수정 아이콘
미국애들 특유의 USA! 부르는 리듬으로 TSM 연호하던데 얼마나 웃기던지 크크크
중국, 유럽리그의 시대는 한번씩 왔었는데 미국리그는 대체 언제쯤.....
20/12/17 21:02
수정 아이콘
TSM에서 빵 터졌네요 크크크
나주꿀
20/12/17 21:10
수정 아이콘
미국 애들만의 국뽕 코드가 따로 있나봅니다 크크
아츠푸
20/12/17 21:42
수정 아이콘
역대 롤드컵 통틀어도 no.1 다전제죠 크크
나주꿀
20/12/17 22:21
수정 아이콘
약간의 부작용이라고 해야 되나, 엄청난 명경기로 입문을 해버렸습니다
미국인
20/12/17 21:43
수정 아이콘
오 크크 저도 그 날 여기 있었습니다.
나주꿀
20/12/17 22:22
수정 아이콘
엄청나게 신뢰가 가는 아이디...! 반갑습니다
대학생이잘못하면
20/12/18 00:36
수정 아이콘
전 저때 말고 15년 4강뽕이 거의 월드컵 카잔급이었습니다
경기도 경기인데 동준좌가 국뽕을 링겔에다 꽂아버려서...
아키캐드
20/12/18 02:11
수정 아이콘
롤드컵 시작 전 예매할때 금요일과 토요일 중에 고르다가 토요일을 골랐던지라, 4강전 다른 경기인 삼성과 H2K 경기를 직관했었죠. 경기는 일방적이었어도 현장열기가 뜨거워서 좋았는데, 유일하게 아쉬웠던것은 전날의 ROX선수들이 경기 끝나고 맨해튼 한인타운 설렁탕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는 것을 사진보고 알았을때....! 바로 알았으면 찾아가서 음료라도 보내면서 사인 한 장 슬쩍 부탁해볼 수 있었을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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