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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14 22:31:29
Name 아루에
Subject [정치] [미디어] 언론에 대한 반감은 언제나 좋은 재료입니다 (수정됨)
독일의 정치학자 노엘레 노이만(Elizabeth Noelle Neumann)은 모든 사람들이 유사 통계학적 감각(quasi statistical sense)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사람들은 무엇이 평균적인 여론, 의견, 선호, 취향인지를 기민하게 감지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에 부화뇌동합니다.

여론조사 전문가이기도 했던 노엘레 노이만은 독일 총선거를 분석하다가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합니다. 당시 독일 총선거는 기민당 연합과 사회당 연합이 각축했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에서 기민당이 앞서면, 기민당이 앞선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기민당의 지지율이 좀 더 상승하고, 기민당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사회당에 우호적인 이들은 자기의 지지 성향을 감추는 듯한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승자 편승(bandwagon)  현상이라고 하는 잘 알려진 현상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또는 종종 이 유사 통계학적 감각이 실패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자신의 진의를 감추고 다른 사람들의 '평균적인' 의견이 어떠한가  관찰만 하다가 실제 사람들의 평균적인 의견과는 동떨어진 의견이 평균인 것처럼, 마치 여론인 것처럼 둔갑하는 일이 있게 됩니다. 이를 허위 합의(false consensus)라고 하기도 합니다. 

어떤 정치학자들이 거시적인 수준에서 사회 전체의 여론 동향을 관찰하며 이런 현상들을 발견하는 동안, 어떤 심리학자들은 똑 같은 현상을 조그만 대학교 강의실에서 벌어지는 소집단 실험에서 발견했습니다. 꽤나 유명한 사례는 이것입니다. 사람들을 열 명 정도 모아 놓고, 길이가 똑 같은 두 개의 막대 그림을 보여 준 다음, 두 막대 중 어느 것이 더 긴 지를 묻습니다. 아무리 쳐다 보아도 두 막대 그림의 길이는 동일합니다. 그리고 1번 참가자에게 물어 봅니다. 1번 참가자는 왼쪽 막대가 더 길다고 답합니다. 틀림 없다고 까지 덧붙입니다. 이제 2번 참가자는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경우 2번 참가자는 1번 참가자에게 부화뇌동하여, 왼쪽 막대가 더 길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3번 참가자는 멘붕에 빠집니다. 이런 식으로 10명 모두가 왼쪽 막대의 길이가 더 길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동조(conformity)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정보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퍼져 나가는 것을 information cascade라고 하기도 합니다. 사실 1번 참가자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연구 조교였습니다. 

작은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사회에서도 벌어집니다. 모든 사회는 여러 가지 거짓 합의(false consensus)들에 사로잡혀 있게 됩니다. 누군가가 이 거짓 합의에서 빠져 나오기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심리학자 페스팅어(Leon Festinger)는 어느 사이비 종파 집단을 참여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이 종파는 종말론적 믿음으로 단결해 있었는데, 그것은 지구가 그 해 모 월 모 일 모 시에 멸망할 것이고, 같은 날 외계인이 UFO를 타고 강림하여 자기들만 구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페스팅어는 그 해 모 월 모 일 모 시에 지구 종말이 오지 않아 그들의 믿음이 철저히 거짓인 것으로 반증되었을 때, 과연 이 집단이 어떻게 될 지가 너무 너무 궁금해서 이 집단에 잠입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모 월 모 일 모 시, UFO도 오지 않았고, 외계인도 오지 않았고, 지구는 멀쩡했습니다. 신도들은 몇 초 간 충격에 빠집니다. 지구의 종말이 아니라 이 사이비 종파의 종말이 뚜렷해 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교주가 허공에 손짓을 합니다. 외계인의 계시를 받은 것입니다. 교주는 외계인의 계시를 전달합니다. 너희의 믿음이 갸륵하여 지구 종말을 유예하였으니 [이 기쁜 소식] [이 복음][땅 끝까지] 전파하여라. 그리고 이 사이비 종파 집단은 한 동안 결속력을 유지하며 오히려 교세를 확장하기까지 합니다. 

페스팅어는 이 현상을 인지 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으로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인지와 행동이 불일치하게 될 때 강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자신의 기존의 인지에 따른 기존의 행동과 모순되는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 사람들은 강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결국 자신의 인식을 바꾸거나, 아니면 자신의 행동을 바꾸어야 합니다. 사이비 종파 집단의 구성원들은 지구가 종말할 것이라는 인식에 따라 일련의 행동들을 해 왔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재산을 버리고, 인맥을 버리고, 지위를 버리고, 사이비 종파를 위해 봉사하며 행동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구가 종말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새로운 사실 앞에서 그들의 기존의 인식은 깨졌습니다. 그들의 모든 행동은 헛된 것이 되었습니다. 교주는 그런 이들에게 그들의 기존의 인식과 조화롭고, 그들의 기존의 행동과도 조화로운, 그것들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 않는, 새로운 인식을 제공합니다. [지구는 종말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구의 종말은 유예되었습니다.] 인지 부조화는 해소되었고, 사이비 신도들은 계속 사이비 신도로서 행동하며 살아가면 됩니다.

인지 부조화 효과가 이렇게나 강력하기 때문에, 허위 합의에서 탈출하는 일은 배로 어려워 집니다. 특히 허위 합의에 의해 구축된 인식에 따라 누군가가 남들보다 더 많은 행동을 했었다면, 더 많은 희생과 투자를 했었다면, 그동안의 행동 대장 노릇이 아까워서라도 자신의 인식을 좀처럼 포기하지 못합니다. 단지 인지 부조화 현상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인지 부조화 현상 때문에라도, 허위 합의는 명백한 반증 앞에서도 견고히 존속합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필연적으로 하락한다는 관찰이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정권 초기에 최정점을 찍고 그 이후로는 계속 내리막길이라는 것이지요.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이 이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지금까지 소개한 개념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든 대선 당선자는최고의 지지율과 함께 시작합니다. 정권 초기는 언제나 버프를 받습니다. 당선자에 대한 반감이 뚜렷한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사 통계학적 직관(quasi statistical sense)을 발휘하여, 이 새로운 승자에게 편승(bandwagon)하며 동조(conform)합니다. 그리고 이 정권이 이전의 정권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이전의 정권의 실정을 반복하지 않으며, 선정을 베풀 것이라는 강력한 허위 합의(false consensus)가 형성됩니다. 어떤 이들은 이 새로운 정권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아 갑니다. 직업 정당인이나 정치 관계자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참여하는 시민, 행동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는 댓글을 달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글도 썼을 것이고, 누군가는 후원금도 냈을 것이고, 누군가는 별풍선도 쐈을 것이며, 누군가는 대자보도 붙였을 것이고, 누군가는 명절 식탁에서 가족 친지들을 상대로 언성도 높였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성을 차거나 이성에게 차였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침 출근 시간에도 저녁 퇴근 시간에도 팟캐스트를 들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행동들이 뒷받침하던 나의 인식이 오류였고, 내가 고수하던 신념이 신기루였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우리는 강력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겪습니다. 옵션은 두 가지입니다. 내 인식을 바꾸거나, 내 행동을 바꿔야 합니다. 행동대장이 아니었던 사람들, 딱히 정치적 신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스윙 보터(swing voter)들은 아주 쉽게 인식을 바꿉니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더라도 행동대장이었던 사람들입니다. 가족을 바치고 재산을 바치고 인맥을 바치고 시간을 바치고 돈을 바치고 뇌까지 바쳤던 이 행동대장들은 인지부조화를 해소해 줄 새로운 신념이 필요합니다. 나의 깨질 듯한, 또는 이미 깨져 있을 머리를 봉합해 줄 새로운 설명이 필요합니다. 지구가 종말한다는 나의 인식을 정정할 필요가 없게끔 새로운 설명이 필요합니다.

언론에 대한 반감은 언제나 좋은 재료입니다.

언론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반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언론 적대 정서는 정치 성향이 뚜렷한 사람들에게서 더 잘 발견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이를 적대적 미디어 인식(hostile media perception)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특정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언론을 더 적대적으로 인식하는데,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확고한 사람일 수록 언론을 더 적대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언론이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 세력에게 악의적이고, 적대적이고, 편파적이라는 믿음을 굳힌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다양한 설명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 이런 설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치 성향이 확고할 수록, 그만큼 정보가 더 많아 집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다르거나 반대되는 입장과의 차이에 더 민감해집니다. 그러니 어떤 메시지가 자신의 입장과 조금만이라도 논조가 다르거나, 어떤 메시지가 전하는 사실관계가 자기가 아는 바와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그것을 '허위'로 인식하고, '고의'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치에 몰입하지 않은 독자가 보기에는 기자의 '부주의'에서 비롯한 사소한 '오류'일 수 있는 내용도 정치에 과몰입한 이들에게는 나의 정권을 무너트리려는 '악의'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기레기의 작전으로 인식 됩니다.

이 현상을 용의주도하게 잘 이용하던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그에 대한 미디어의 비판을 피해가는 방법은 일관됩니다. 뭐가 됐건 그것은 "진보 미디어(Liberal media)의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것입니다. 진보 미디어가 도널드 트럼프의 무슨 실언을 지적해도, 그것은 진보 미디어의 가짜 뉴스입니다. 진보 미디어가 도널드 트럼프의 무슨 스캔들을 폭로해도, 그것은 진보 미디어의 가짜 뉴스입니다. 진보 미디어가 도널드 트럼프의 무슨 실정을 비판해도, 그것은 진보 미디어의 가짜 뉴스입니다. 심지어 폭스 뉴스까지도 때때로 가짜 뉴스에 동참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는 퇴임하고 나면 자기가 스스로 공정한 뉴 미디어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주변에 밝혔다고도 합니다. 

사실은 필연이 아닐 수도 있는데 어쩐지 숙명적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 정권이 말기에 다해 갈 때, 그 정권에 대한 신념이 허위 합의인 것으로 밝혀질 때, 인지 부조화를 견디지 못하고, 정권에 대한 신념을 철회하며, 허위 합의에서 이탈하려는 이들을 붙잡기 위해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 신념은 바로 이 것입니다. [언론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내 믿음에 반하는 모든 뉴스는 언론의 가짜 뉴스라는 것입니다.] 정권의 실언, 실수, 실정, 실책, 실망, 실추, ... 로 보이는 이 모든 것은 정권의 실패를 간절히 고사 지내는 기득권 언론이 만들어 유포하는 가짜 뉴스라는 것입니다. 이 신념을 넘어선 신앙을 받아들이고 나면, 자신의 기존의 인식과 반대되는 그 어떤 새로운 사실도 가볍게 물리치고 허위 합의 속에서 인지 부조화 없이 안식할 수 있습니다. "아 그거 조선일보 기사네." "아 그거 중앙일보 기사네." "아 그거 동아일보 기사네." "아 그거 JTBC 기사네. 중앙 미디어 그룹의 본색을 드러 내네." "아 그거 한경오 기사네. 진보자연해도 마침내 적폐 기득권 언론의 본색을 드러내네." "아 그거 KBS 기사네. 사장부터 임원까지 모두 새 정권 하에서 교체된 KBS여도 KBS 안에 아직 적폐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뉴스 공장? 주 기자? 그 사람들 윤석열 패밀리라던데? 믿고 거릅니다.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거르고 봅니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에서 진 대도 안 믿습니다." 정확히 동일한 현상이 정권을 번갈아, 진영만 바꾸어가며, 방향만 바꾸어가며, 되풀이 됩니다. "아 그거 한겨레잖아. 종북신문." "아 그거 경향이잖아. 페미신문." "아 KBS, MBS? 거기 강성 노조가 다 장악했지." "아 JTBC? 태블릿 조작? "아 조선일보? 진작에 좌파 신문 다 됐지. 부정 투표도 부정이라고 말을 못하는 걔넬 어떻게 믿어?" 이러한 끝없는 언론 적대감의 귀결은 무엇입니까? "언론을 믿지 마 차라리 일베를 믿어."  

독일의 정치학자 노엘레 노이만(Elizabeth Noelle Neumann)은 모든 사람들이 유사 통계학적 감각(quasi statistical sense)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사람들은 무엇이 평균적인 여론, 의견, 선호, 취향인지를 기민하게 감지한다는 것입니다. 노엘레 노이만은 틀렸습니다. 광범위한 불신의 시대에 사람들은 그들의 불신에 잡아 먹혀 유사 통계학적 감각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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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낮바다
20/12/1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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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루에
20/12/14 22:3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김홍기
20/12/14 22:48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방송은 kbs구요. 그나마 균형있고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Mbc는 옛날폼 찾을려면 아직 멀었고, sbs는 예전 "끝까지판다" 같은 건 아주 좋긴했지만 전반적으로 좀 별로에요. 특히 북한관련 뉴스는 신뢰하지 않습니다.
Jtbc는 잘안봐서 모르겠고 채널a 같은 경우는 다소 편향되게 방송한다고 생각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0/12/14 23:24
수정 아이콘
KBS 편향이 장난아니던데 쩝. 요새는 언론이 전부다 자기 진영논리에 빠져있는 거 같아요.
20/12/14 23:28
수정 아이콘
요즘은 mbn이 제일 괜찮더군요
메인 8시뉴스 앵커가 조금 논란이 있긴하지만 그것 제외 뉴스와이드나 아침앤매일경제같은건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뉴스프로그램같아요
아루에
20/12/15 00:45
수정 아이콘
저는 요새 CBS 김현정의 뉴스 쇼만 듣습니다 허허
김홍기
20/12/15 12:49
수정 아이콘
저도 김현정 뉴스쇼 좋아합니다
세상의빛
20/12/14 22:49
수정 아이콘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2/14 23:39
수정 아이콘
많이 배웠습니다.
가갸거겨
20/12/15 00:04
수정 아이콘
많이 배웠습니다(3)
어촌대게
20/12/15 00:05
수정 아이콘
너무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히려 정치이야기일까봐(맞긴하지만 흐흐) 사람들이 많이 안읽을꺼같아서 아쉽네요.
아루에
20/12/15 00:4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슬쩍 일반 카테고리 달았다가 많은 분들께 꾸중 들었어서요
댄디팬
20/12/15 00:29
수정 아이콘
1.대통령 임기 초반의 높은 지지율은 허위합의에 기인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허위합의라는 건 집단사고에서처럼 의사표시를 하기보다 침묵하기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인데 임기초반의 높은 지지율은 이보다는 잘해줬으면 하는 기대에 기반한 것이라고 봅니다.(기대감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보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는 점을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다만 득표율이 45% 30%이렇게 갈렸음에도 취임 이후 지지도 80%로 전환되는 것응 30%이 45%에 동조한 것이라고 보기보다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품는 것으로 설명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싶어서요)(애초에 동조라는 건 삼인성호처럼 다수에 동조하는 것이지 유사선호집단이 존재하는데도 팍 굽히고 이런 건 아닌 걸로 알고 있고요)

2.인지부조화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언론사의 기사는 분명 언론사의 시각을 대변하기에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는 있지만 비판적 독해가 아니라 맘에 드냐 안드냐를 기준으로 비난적 취사선택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개탄스럽습니다. 정부 코로나 방역에 대한 전문가의 비판을 중앙일보가 실었다고 중앙일보 욕하는 댓글이 달렸을때는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아루에
20/12/15 00:49
수정 아이콘
예 1.에서 댄디팬 님 말씀하신 부분 타당합니다 초기의 높은 지지율을 오롯이 허위 합의라고 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지요 글을 재밌게 쓰자고 견강부회를 했는데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2에 깊이 공감합니다 언론의 비판적 독해를 위한 개념들이 진영 논리와 불통을 정당화하기 위해 오용되어 씁쓸합니다 호평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20/12/15 09:40
수정 아이콘
근데 '글을 재밌게 쓰자고 견강부회'를 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정치글 쓰면 안되지 않나요? 모르고 쓰는 분들이야 알게되면 안 할 가능성도 있는데 님은 그저 재밌게 쓰자고 견강부회를 그냥 마음대로 하셨다는거 아닙니까?
아루에
20/12/15 10:26
수정 아이콘
참 이렇게 남의 글을 선해해 주시기보다 악의부터 추정하시니 답답합니다. 어떤 현상에는 여러 측면이 있고, 단지 한 가지 개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관측되는 정권 초기의 높은 지지율에는 [허위 합의]가 설명하는 측면도 있고, 댄디팬님 말씀 주신 것처럼 실제로 [높은 기대감]이 설명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많은 이들이 지지하기 때문에 그에 묻어 가는 사람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숨기는 사람들로 인해 실제보다 합의의 정도가 과대 평가되는 허위 합의가 생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실제로 정권에 대해 기대를 갖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지지율이 높은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단지 이 둘 뿐이겠습니까?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요. 저는 그 중에 허위 합의가 만들어지는 측면에 주목하며 강조했습니다. 댄디팬님 말씀 주신 부분도 충분히 타당하다고 보아 제가 쓴 부분이 전부가 아님을 수긍하며 견강부회라고 낮춰 평했구요. 이것을 제가 무슨 [그저 재밌게 쓰자고 견강부회를 그냥 마음대로 했다]는 식으로 곡해하시면 섭섭합니다.

아래 튜브 님이 첨언해주신 부분도 마찬가지로 제 글과 양립가능합니다. 저 역시 언론의 오보도 실제로 심각한 문제이고, 악의적으로 오보를 일삼는 정파적인 동기를 가진 언론도 적잖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나쁜 언론도 많지요. 그렇기 때문에 언론 불신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언론 불신이라는 현상은 두 가지 이상의 요인이 설명할 것입니다. 얼마간은 실제로 언론이 못 믿을 존재라는 점, 얼마간은 사람들이 언론을 지나치게 못 믿는다는 점, 그리고 이외의 다른 요인들도 결합되어 우리 사회 언론 불신의 내용을 이룰 것입니다. 튜브 님 고견에도 감사드립니다.
20/12/15 10: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님의 글에 대해 가타부타 평가한게 없습니다. 다만 님이 쓴 댓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요.
본인이 쓴 댓글에 대한 질문인데 악의부터 추정한다는 댓글을 다는 것으로 보아 더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아루에
20/12/15 10:36
수정 아이콘
허허
댄디팬
20/12/15 12:59
수정 아이콘
어음... 아루에님이 제 논리의 타당성에 긍정하시면서 본인의 글을 견강부회라고 쓰신 건 겸손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논리가 맞다고 생각하지만 아루에님이 그러한 기대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고 하실 수도 있거니와 기대에 더해 허위합의가 이뤄졌다고 평하실 수도 있는데 제 생각의 가능성을 인정히신거라서요.

요컨대 이 부분은 겸손의 수사이지 견강부회 그 자체로 직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선의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의 무게중심은 그 겸손한 기술이 이루어진 파트보다는 그 뒤에 가있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 부분에 제가 상당부분 동의하고 재밌게 읽었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20/12/15 13:08
수정 아이콘
음 뭐랄까 제가 좀 오버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댓글 내용은 겸손으로 봐야하냐는 부분에서 좀 의문부호가 들긴 합니다. 근데 제가 악의적으로 추정한다고 하시면 뭐라고 할 말이 없긴 하지요. 저는 댓글에 대한 의문제기였지 본문글에 대한 의문제기가 아니었으니까요.
댄디팬
20/12/15 13:22
수정 아이콘
겸손이 아니라면 아루에님이 굳이 본인의 글을 폄하하는 말이 될 수 있는 '견강부회'라는 말을 쓰실 이유가 없다고 보아서요. 제가 실증적인 근거를 들어서 논리적으로 몰아세운거도 아니고ㅠ 분수님께서 의문을 가지실 수 있지만 그래도 넉넉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RainbowChaser
20/12/15 00:41
수정 아이콘
저에게 인지부조화를 가져다주지 않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 누르고 싶네요.
암스테르담
20/12/15 01:02
수정 아이콘
다만 CNN도 트럼프가 페이크 뉴스라고 계속 놀리니 흑화해서 헛발질 할 때도 있죠.
트럼프 지지자에게도 다른 잣대를 들이대다가 거하게 돈을 물어줬던 일도 있고요.
CNN뿐 아니라 정론지들도 부들부들하게 만든 트럼프가 대단하기도 하고
거기에 죽창 찌르고 싶어서 무리하다 넘어지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폭스뉴스를 진라면 순한맛 취급하고 유튜브로 가서 불닭볶음면을 먹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차라리 폭스뉴스를 보라고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큐어넌은 아니잖아!
아루에
20/12/15 10:28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하게 보고 있습니다. 하다 못해 폭스가 상대적으로 순한 맛이 될 지경입니다.
NoGainNoPain
20/12/15 08:26
수정 아이콘
변창흠이 대통령한테 44제곱미터 13평입니다라는 발언을 했는데도 이건 지적 안하고 13평으로 적은 언론탓만 하는게 좋은 예라고 봅니다.
아루에
20/12/15 10:35
수정 아이콘
저도 이 현상 재밌게 봤습니다. 공직자들 입장에선 충분히 억울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언론의 이 정도 트집 잡기야 정권이 관용해도 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 정권 초기 높은 지지율이었다면 이런 트집 보도 쯤 가볍게 무시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정권이 언론을 관용해야 한다는 당위를 떠나서, 그냥 이 이슈를 자꾸 부각해 보아야 정권이 유리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른바 정정을 하면 할 수록, 부동산 이슈로 등 돌린 사람들의 반감은 더 심해지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도 자꾸 정정을 하면서 언론이 왜곡 보도하고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것은, 어쩐지
metaljet
20/12/15 08:41
수정 아이콘
conformity 관련해서 재미있는 영상이 있죠. https://www.youtube.com/watch?v=fbyIYXEu-nQ&ab_channel=Vsauce 사회적 압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같은 동양권에서는 이런 현상이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나겠죠?
아루에
20/12/15 10:29
수정 아이콘
저도 동양 문화권에서 동조 현상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사실 K 방역의 성공의 내용을 이룬 높은 마스크 착용도 그 동조 현상의 결과인 측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20/12/15 09:16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아루에님처럼 깊은 고찰은 없지만 대충 모든 언론의 중간지점이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라 생각하는 사람인데 제 안에도 어느정도의 적대적 미디어 인식이 있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다만 언론에 의해 실제 피해를 입은 - 사소한 오류를 인용하고 그 뉴스가 퍼져나간 후에 정정보도도 없어 고통받은 - 사람들이 적대적 미디어 인식이 생겨버린 케이스도 좀 봐서 부주의에 의한 오류를 가벼이 보긴 어렵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댄디팬
20/12/15 13:06
수정 아이콘
글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언론에 대한 적대감 부분은 동양의 '후견지명' 특징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하는 아이디어도 떠오르더라구요. 나중에 인식했음에도 "내 그럴 줄 알았다"는게 후견지명인데, 저는 이게 현상을 자기 인식의 영역으로 포섭하는 거라고 보거든요.(현상을 근거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면에서 후견지명적 특성이 언론사의 성향(이 부분은 사실 실재하기도 하고요) 차이와 결합하여 "역시 적폐언론이었네~"라는 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심리학적 고찰이 정치 분석에 주는 영감을 볼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위에서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재미있는 이유가 이것 같네요!)
아루에
20/12/15 13:37
수정 아이콘
후견지명 정말 좋은 표현이네요! 흔히 말하는 사후 합리화 보다도 더 간결하고 핵심을 잘 짚는 표현 같습니다
호평해주시고 생각도 발전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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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327 [정치] 박근혜 시절 탄소배출목표량을 말장난으로 바꾼 문재인 정부 [18] 나디아 연대기10742 20/12/16 10742 0
89319 [정치] 추미애, 사의표명…문대통령 "결단 높이 평가" [359] 피쟐러19890 20/12/16 19890 0
89317 [정치] 경기대학교 기숙사의 코로나 강제동원...!? [129] Gottfried13666 20/12/16 13666 0
89314 [정치] 국가별 백신 확보 현황 [86] 데브레첸15023 20/12/16 15023 0
89304 [정치] [시사] 금태섭, 문재인 대통령 작심 비판 [95] aurelius13929 20/12/16 13929 0
89303 [정치] '윤석열 정직 2개월'…'판사 사찰' 등 4가지 혐의 인정 [144] 죽력고15737 20/12/16 15737 0
89300 [정치] 세금으로 자영업자의 임대료를 지원해야 합니다 [152] VictoryFood14720 20/12/15 14720 0
89291 [정치] 돈 아깝다고 백신 확보 안한 자랑스러운 K-방역 [149] 수부왘17060 20/12/15 17060 0
89289 [정치] 한국은 FDA 승인 없이 식약처 인증으로 백신 접종 나서네요 [155] 엑시움15461 20/12/15 15461 0
89286 [정치] 2030과 기회의 평등 - 진보와 보수, 인국공과 지방할당제 [200] 토루15050 20/12/15 15050 0
89282 [정치] 아닌밤님 발제글에 대한 반론, "법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하여" [125] aurelius16795 20/12/15 16795 0
89280 [정치] aurelius님의 "문빠의 종교적 팬덤정치"론에 대한 의견 [203] 아닌밤23402 20/12/15 23402 0
89279 [정치] 이번 정부의 정책들은, 집값을 어떻게 위로 올렸나? [109] Leeka14646 20/12/14 14646 0
89278 [정치] [미디어] 언론에 대한 반감은 언제나 좋은 재료입니다 [31] 아루에8890 20/12/14 8890 0
89277 [정치] 조국 흑서를 읽어보았습니다. [13] 삭제됨9211 20/12/14 9211 0
89275 [정치] "이 당은 답 알려줘도 모른다" 前의원이 때린 국민의힘 현실 [81] 나디아 연대기15135 20/12/14 15135 0
89273 [정치] 저출산 시대의 준비 - 난임지원 예산 삭감 [66] 사업드래군12716 20/12/14 12716 0
89258 [정치] 코로나 치료제의 현실 [67] 맥스훼인12660 20/12/13 12660 0
89251 [정치] 궁금해서 찾아 본 국회 보건복지부 회의록 [93] 암스테르담14577 20/12/13 14577 0
89249 [정치] 프랑스의 락다운 조치와 신규 감염자수 변화 [78] 탈탄산황12611 20/12/13 12611 0
89248 [정치] K-방역을 돌아보다 [196] 삭제됨15772 20/12/13 15772 0
89246 [정치] 생일 당사자도 없는 생일파티를 벌이는 국회의원이 있다? [210] 판을흔들어라17591 20/12/13 17591 0
89239 [정치] 요새 커뮤니티를 보면 자꾸 생각나는 칼럼 / 소셜미디어와 조롱의 시대 [35] Alan_Baxter9259 20/12/12 925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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