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 잔 마시고 주절주절 적어봅니다. 아, 우선 사전에 소모적인,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언급을 해둡니다. “나가라 조국,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사법개혁이라면 이 나라는 아직 개혁할 자격이 없다.”

최근 조국 장관 후보자의 자녀와 관련된 일련의 논란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이 정확한 표현일진 모르겠지만 upper-middle class, 한국화를 한다면 예컨대 대출에 있어 정부의 금리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정도의 계층(보금자리론 맞벌이 신혼부부 기준 85백만원)부턴 사실 많이 어색한 광경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표현이 있다면 술자리에선 농담 식으로 마켓 컬리 초창기 이용층이라고도 얘기하곤 하고요.

얼마 전 목동파크자이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1심에서 패소한 기사가 나오며 논란이 되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8살 때에도 이미 부모들의 치열한 일종의 구별 짓기가 존재합니다. 혁신초라서, 전자파 위험이 걱정되어서는 변죽일 뿐이고,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새터민,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많은 초등학교에 보내기 싫다는 것입니다. 평당 삼사천에 육박하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소 어퍼 미들 클래스의 아이들과 같이 교육을 받고, 아이를 매개로 부모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거든요.

이 계층에선 사는 집, 직업 등 몇몇 조건에서 교집합을 찾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자녀의 입시, 취업까지 강력한 협력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획득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룰 안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법을 고민하고 공유하죠.

그런데 이러한 사적 네트워크 영향력이 어떤 특정한 제도의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뭐 가령 고입, 대입을 무조건 학력고사, 수능 형식으로 바꾸더라도 그 네트워크의 힘은 여전히 발휘됩니다. 소위 전국 1타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열심히 시청한다고 한들 오프라인 고액 소규모 강의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선 반론이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최소한 제 경험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자가 더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효과적입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평등하게 주어지는데 그 시간을 쓰는 효율에서 이미 차이가 나는 것이죠. 네트워크가 공고하게 형성된 그 계층에서는 제도가 바뀌면 그 제도에 맞는 최고의 수단을 지옥에 가서라도 찾아 가져옵니다.

더불어 이미 언급했지만 보통 룰에 벗어나지 않게 한다는 점 또한 중요하고요. 예컨대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밸런스 조정 실패나 일종의 버그로 인해 특정 방법이 다른 방법들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통하는 경우가 있죠. 그 계층은 이걸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으로 빠르게 파악하고 먼저 실행하여 승리를 쟁취합니다. 물론 룰을 어긴 것도 아니고 보통의 유저에게도 이 허점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는 똑같이 열려있습니다. 그러나 그들보다 빨리 찾을 순 없죠. 그들이 가진 능력이 보통의 유저에겐 없으니깐요.

이렇게 네트워크를 통해 알게 모르게 계급은 지속적으로 재생산이 됩니다. 예전의 사회지도층처럼 대놓고 수많은 규칙을 입맛대로 바꾸거나 어기진 않지만 정해진 규칙 안에서 더욱 세밀하게 파고들어 행해지죠. 그러나 룰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순 없는 게 그 룰을 만든 취지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이겠죠. 명시적인 룰을 위반한 건 아닌데 그 취지에 비추어 봤을 땐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바로 이 점이 이번 조국 후보자의 검증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감정선을 건드린 본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뭐 해결 방법은 있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 보수-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평등’에 대해 한계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알 수 있었던 것 같고, 앞으로 기회의 평등을 넘어 과정의 평등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터놓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의 평등 아래 계급의 재생산이 알게 모르게 행해지고 있었다는 걸 최소한 이제는 누구나 알게 되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