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새아버지가 대장암 진단을 받으셨다. 담당 교수님께선 다행히 아주 초기에 발견되어서 항암치료도 필요 없다고 했고 보통의 대장암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인 장로(변 주머니)도 필요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아무 걱정 없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중 하나인 병원으로 모셔다 드렸고 그 곳에서 25년 가량 근무중인 누나도 있기에 아무 걱정 없었다.
그런데 수술 후의 예후가 심상치 않았다. 연세가 있다곤 해도 이제 칠십대시고 수술 전 담당 교수님이 처음부터 너무 자신하셨지만 내 눈으로 봐도 일주일 후 퇴원은 말도 안되는 듯 했다. 그 교수님도 매우 당황하셨던 듯 한게 눈에 보였다. 그리곤 지난한 병수발이 시작되었다.
당뇨가 그리 무서운 병인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합병증으로 계속 해서 염증이 각종 장기쪽으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온갖 조사와 금식으로 초주검이 되었을 무렵에 퇴원을 하라고 해서 다 나았는가 보다 하고 퇴원을 했다.
이제 운전을 못하시니 댁인 충주로 내가 모셔다 드리고 기분 좋게 올라 왔다. 그리고 사흘 뒤. 퇴근하고 술을 마시는데 열두시 가까이 되어서 누나가 아저씨 심정지와서 충주 건국대병원으로 왔는데 힘들 듯 하다며 전화가 왔다.
마음의 준비는 하라고 누나는 말했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돌아가셨냐고? 근데 그건 아니라고 했다. 믿을 수가 없었지만 당장 가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술을 조금이지만 마셨기에 아침까지 기다리다 내려갔다.
우리 엄마는 내가 어릴때부터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모든 험한 꼴과 고생을 이겨내며 우리 남매를 키워 온 강한 분이라 여겼는데 날 보더니 끌어 안고 엉엉 울었는데 그게 지금까지의 기억 중 가장 슬프다.
천운인지 아저씨가 심정지가 왔을때 119 구급대원분이 엄마를 진정시키며 CPR을 하라고 하셨지만 어느 누가 그 상황에 가능하겠는가..더구나 낼 모레 칠십인 할머니가. 그 상황을 재빠르게 캐치하고 오분이면 도착하니 그때까지 심장을 때리라고 하셨단다 전화 통화를 계속 하면서..
어쨌든 그렇게 충주 건대 병원에 갔을때까지 살아 있었고 거기서 이틀 정도를 더 보내고 원래 치료 받던 서울 큰 병원으로 이송이 되었다. 이번엔 심장쪽이었다.
거기서 또 일주일 정도 입원과 검사(금식)를 하며 이번엔 심장 내부에 전기파를 제공하는 기계를 삽입하는 시술을 하였다. 나쁜것만 있었던건 아니다 대장암 수술을 해주셨던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와주셔서 아저씨가 많이 위로가 되었기도 했다. 걱정되어서 오셨다고..
그렇게 또 일주일 정도 있다가 이제 되었으니 퇴원하라고 하는데 엄마가 겁이 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시골에서 또 그 상황이 오면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 나으면 나가겠다고 했고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줄 수 있은게 없고 아무 문제 없으니 퇴원하라고 해서 또 내가 모시고 갔다.
그렇게 신장,방광,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8번 정도를 입.퇴원과 수술,시술을 반복한 듯 하다. 그 중 두번은 중환자실까지 갔었다.
옛말에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을 요즘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그제 부모님 집에 갔었다. 여전히 싸늘하고 불안했다. 잘 먹어야 약을 감당하고 그래야 신장에 무리가 없다는데 먹을 순 없고 혈당은 오르고 있다고 엄마는 말했다. 이젠 지친다. 그가 내 친부가 아니여서가 아니다.
엄마가 임계점에 달한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엄마도 약하다. 나랑 누나가 뭐라도 한다곤 했지만 그건 곁가지이고 결국 그 모든 힘듬을 온전히 짊어진건 엄마다.
어제는 아저씨가 아프고나서 거의 처음으로 엄마가 술을 먹자고 하셨다. 원래는 두 분 다 애주가셨다. 아저씨는 계속 누워서 자고 엄마가 처음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했다.
처음에는 무섭기도 하고 이렇게 살다가 죽는게 안쓰럽고 억울해서 화났는데 이젠 돌아가셔도 괜찮겠다. 적어도 본인은 후회는 안남을 만큼 했다고.
그런 말이 어디있어 이 고생하고 돌아가시면 너무 억울하지라고 말하려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난 짐작도 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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