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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8/30 13:20:35
Name 누구겠소
Subject [일반] 일 하기 싫다
왕을 죽이는 게임이 하나 있었고 나는 사촌 동생과 그 게임을 해 보려고 했는데 그 게임의 세부사항이 기억나지 않아서 곤란했다. 사촌 동생은 초롱초롱 샛별같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고 나는 불현듯 이 게임이 매우 재미가 없는 것이고 해봤자 소용 없다는 식의 설명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게임의 디테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 게임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까지 생각되었다. 왕을 죽여야 하는 게임인데 디테일을 모르면 게임의 성격이 위험해지거나 우스꽝스러워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죽인다고 해봤자 뭘 실제로 죽이는 것은 아니고 단지 게임일 뿐이었으나 어쨌든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디테일은 중요한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동생에게 아 이 게임은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하지 말자고 단도로 찌르듯 단도직입적으로 푹 하고 말하는데 그 순간 동생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어쩐지 서글퍼졌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으나 뭐라고 변명할 말 조차 없었다. 동생은 조용히 있었고 입술을 옴짝 거릴 때마다 나는 뜨끔했는데 그 애가 "불행하다"고 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작 왕을 죽이는 게임을 하려다가 실패해서 실망하다니, 정말 너무한 동심이구만 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생각 속에는 너무 한심한 나에 대한 자책도 섞여 있었음이 사실이다.

그런 자책이 섞여 있었음이 사실일지언정 이 글은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하기는 또 곤란하다. 왕을 죽이는 게임의 디테일이 기억나지 않듯이 사실 그런 게임이 뭔지도 모르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어쩐지 서럽다. 일종의 정신병적 글쓰기를 원하고 있는 내 눈은 샛별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가운데, 이제는 시간을 죽이는 게임은 그만해야 할 때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야 한다.  갑자기 사뭇 슬픈 심정이다. 순간적으로 내 자신이 실망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며 놀란다.

아직도 글을 이어나가고 있다니? 규칙을 모르고 하는 게임이 가능할까? 제정신인 상태에서 비정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사촌 동생과 왕을 죽이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글의 정상성이 소멸 될 수는 없다는 절망을 한다. 그리고 실망함과 동시에 안도하기도 하면서, 이 지경이라면 영원히 계속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이 비어있음에서 오는 허무함이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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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30 13:26
수정 아이콘
그럴 때는 ‘보드게임 따위 하지 말고 진짜 칼싸움을 하자!’ 하고 종이칼 대전을 벌이면 됩니다.
누구겠소
18/08/30 13:34
수정 아이콘
그러네요 오랜만에 칼싸움 하고싶네요
Janzisuka
18/08/30 14:16
수정 아이콘
아방 스트랏슈!!! 는 어릴때...군에서는 찬상용섬! 아돌!
바닷내음
18/08/30 14:57
수정 아이콘
공렬참은 익히셨죠?
쭌쭌아빠
18/08/30 13:28
수정 아이콘
제목과 내용 어투의 삼위일체 콜라보레이션....같은 느낌적인 느낌....
누구겠소
18/08/30 13:34
수정 아이콘
의욕없음입니다 크크
쭌쭌아빠
18/08/30 13:39
수정 아이콘
그렇게 느꼈습니다. 크크크크
18/08/30 13:31
수정 아이콘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시고 동생이랑 잘 놀아주세요.
누구겠소
18/08/30 13:35
수정 아이콘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사실 동생도 없습니다
18/08/30 13:35
수정 아이콘
대박 반전이네요 크크크
18/08/30 13:31
수정 아이콘
왠지 거꾸로 읽어도 글이 읽히네요..
누구겠소
18/08/30 13:35
수정 아이콘
이건 몰랐는데 흥미롭네요
자루스
18/08/30 14:22
수정 아이콘
아니 이럴수가 ......
정복독
18/08/30 13:36
수정 아이콘
일하기 싫습니다 흐흐
누구겠소
18/08/30 13:49
수정 아이콘
에휴입니다
이쥴레이
18/08/30 13:38
수정 아이콘
어제부터 이영도 작가 신작을 읽고 있는데 거기서 주인공이 한번 꼬여서 이야기나 생각을 하면 다른 등장인물이 간결히 사태를 요약및 정리해서 이해하기 쉽게 말하더군요.

본문이 그런 느낌 입니다.
누구겠소
18/08/30 13:50
수정 아이콘
저는 이영도작가님 작품을 아직 못읽어봤습니다.
언젠가 휴가때나 보려고 아끼는 중입니다
문앞의늑대
18/08/30 13:42
수정 아이콘
글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글쓴사람은 무슨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거 같기도 한 그런 글이네요 크크
일은 항상 하기 싫죠
누구겠소
18/08/30 13:51
수정 아이콘
사실 시 쓴겁니다? 크크
페스티
18/08/30 13:52
수정 아이콘
오늘도 정의로운 월급도적질을
누구겠소
18/08/30 17:42
수정 아이콘
정의란 무엇인가...
푸른발가마우지
18/08/30 14:03
수정 아이콘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글 좀 자주 써주세요~
누구겠소
18/08/30 17:4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동기부여되네요
켈로그김
18/08/30 15:00
수정 아이콘
덕분에 숟가락 얹어서 저도 마음의 응어리를 쓸 기회를 가졌습니다. 크크;;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뿅~
누구겠소
18/08/30 17:43
수정 아이콘
아닙니더(찡긋
18/08/30 15:43
수정 아이콘
왕을 죽이는 게임 중에 엄청난 디테일과 판타지에 버금가는 배경을 가진 겜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 장기라고..
누구겠소
18/08/30 17:44
수정 아이콘
오. 초vs한이라는거 외에 다른 디테일이 더 있나요?
18/08/31 07:02
수정 아이콘
ㅣ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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