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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6/19 21:36:05
Name 파츠
Subject [일반] 오래된 그네 냄새 (수정됨)
사과를 자르다가 손을 벴다.
습관적으로 입에 물었더니 문득,
어렸을 적 향수가 느껴졌다.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낡은 그네가 두어 개 놓여있었는데
그네 줄이 쇠사슬로 된 오래된 그네였다.

발이 땅에 닿을 만큼 자란 나는 혼자서도 탈 수 있다는 승리감에 취해
그네를 더 높이 올리곤 했다.

엉덩이를 뒤로 내밀고 폴짝 뛰어 그네에 앉으면 앞으로 붕~하고 나간다.
다시 돌아온 다음 하늘에 닿을 듯 힘차게 발을 구르면 더 멀리 붕~하고 나간다.

귀에 스치우는 바람소리에
내가 얼마나 그네를 잘타는지 우쭐했다.

저 앞에 미끄럼틀 지붕 위가 보이면
절로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스스로가 정말 대견했다.

앞뒤로 수십번 타고 나면
아쉽지만 순번을 기다리는 친구들을 위해 그네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손에서 나던
그 비릿한 쇠 냄새가 참 좋았다.

내일은 더 높이 오를 수 있겠지
저쪽에 있는 정글짐 꼭대기를 볼 수 있겠지 하면서 말이다.

-

사과를 먹고나니
출근시간이 되었다.

손에 생긴 상처가 성가시게 했지만
덕분에 떠올린 어릴 적 향수가
세월에 낡은 내 생채기를 덮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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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35세백영호
18/06/19 21:56
수정 아이콘
예? 무슨 냄새요?
천호동35세백영호
18/06/19 21:58
수정 아이콘
농담입니다. 시적 감성이 풍부하신 것 같아요. 읽는 저도 놀이터 그네 천에 배인 야릇한 냄새 맡던 그 느낌이 떠오르네요.
18/06/19 23:19
수정 아이콘
그..그네..ㅠㅠ
감사합니당
동굴곰
18/06/19 22:02
수정 아이콘
쇠맛이군요.
닭장군
18/06/19 22:05
수정 아이콘
그네냄새 + 쇠맛
Maiev Shadowsong
18/06/19 23:35
수정 아이콘
전 그냄새가 너무싫더라구여 크크
18/06/20 08:20
수정 아이콘
저는 코박했다던..크크크
18/06/20 00:59
수정 아이콘
글 진짜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18/06/20 08:20
수정 아이콘
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짐승
18/06/20 03:06
수정 아이콘
글에서 쇠냄새나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비슷한 추억들을 떠올렸네요.
18/06/20 08:21
수정 아이콘
퇴근하고 뭔가 여유가 생겨
손에 상처를 보다가 문득 떠올라 몇 자 적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메다
18/06/20 12:11
수정 아이콘
그 냄새.. 그 감촉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아재라서 글을 읽자마자 행복이 밀려오네요.
애들이 모두 좋아하는 그네(삐걱삐걱 거리지않고, 적은 힘으로도 잘 나가며, 엉덩이가 깨끗한)일수록 쇠 촉감이 날카롭지만
모두다 기피하는 그네일수록(위와 반대의 성향) 너무나 부드러운 쇠 감촉이라서 저는 그런 것만 탔던 것이 기억나네요.
18/06/20 14:24
수정 아이콘
디테일한 기억이네요~
감사합니다 ^^
18/06/20 14:30
수정 아이콘
처음엔 앉아서 타다가 서서 타는 맛을 한 번 알아버린 후로는 서서만 탔던 기억이...
친구랑 짝을 지어 한 명은 앉고 한 명은 쇠줄 거는 고리에 발을 끼고 같이 타는 위험한 탑승기술을 구사하기도 하고 한껏 구른 상태에서 점프해서 뛰어내리기도 했죠.
지금 제 눈 앞에서 6-10세 어린이가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네요. 크크
잘 읽고 갑니다.
18/06/20 16:56
수정 아이콘
일명 바이킹 그네였네요 크크크
SG원넓이
18/06/20 16:05
수정 아이콘
그네 쇠사슬에 살이 찝혀본사람만 아는 고통이 있는데 흑
18/06/20 16:56
수정 아이콘
아악 바로 생각나네요 크크
크러쉬
18/06/20 18:35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겁나아프죠
18/06/21 10:26
수정 아이콘
제 추억을 고통으로 바꾸시다니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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