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5/03 17:29:03
Name 현직백수
Subject [일반] 해후
헤어진지 3년이 좀 넘었다.

만나던 시간은 3년이 좀 안됐다.


자주 싸우는 편이었다.

2014년 질문게시판 어디엔가 싸운뒤 서로 잘잘못을 가려보자며 올린 질문글도 있었다.


환경이 만든 감정적인 태도와 오해 등의 이유로

헤어짐이 썩 좋지 않았다. 나쁘게 헤어졌다.

원망도 하고 하소연도 하고 욕도 해봤다.

난 억울할 뿐이고 피해자라고 생각했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문득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왔다.

얘기를 하다보니 잊었던 기억과 추억이 되살아났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했고

생각보다 난 좋은 사람이 아니었고

생각보다 그 사람은 많은 것을 내주었다.



3년만에 사과를 했다.

그냥 사과가 하고싶었다. 모진말도 미안했다.


그 친구는 마치 어제 연락하던 사람처럼

하나도 변함없이 답장을 했고

자기도 미안한게 많았다며 사과를 했다.


우리는 남한 땅덩어리 끝과 끝에 살고있었지만

우연찮게 연락한 다음날 그 친구는 내가 사는곳 인근에서 약속이있었다.


잠깐 짬을 내서 카페에서 만났다 .

3년만에 해후했다.


난 그 친구덕에 좋아하게된 자몽에이드를 마셨고

내가 돈이 없을 시기에 나를 만났던 그 사람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케이크도 시켰으니 비싼건 못시키겠다는 말을 나중에 했다. 내가 사주는거니까



둘다 여전했지만 나이를 몇 살 먹었다고

삶도 생각도 말도 아주 조금씩 달라졌다.

달랐지만 그래도 같았던 것 같다.



근황을 묻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미안함을 얘기하고

억울함을 설명했다.


지하철역에서 악수를 하며 헤어졌다.

이제 원망과 억울함과 미안함은 묻기로 하자.



그 사람은 장시간 집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울었다.

고 말했다.

나는 울지말라고 다 털어버리자고 답장을 보내며

하늘 한 번 땅 한번 쳐다보았다.


내가 가끔 쓰는 글을 잘보고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자기 얘기도 한 번 써달라고 했다.



일기장을 들킨 기분이라 짜증을 냈지만

지금 이렇게 쓰고있다.

소원 한 번 제대로 못들어줬는데

이것쯤이야.


잘 살아라.

잘 살거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05/03 17:5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현직백수
18/05/03 19:19
수정 아이콘
제가 더감사합니다
콩탕망탕
18/05/03 18:13
수정 아이콘
좋네요. 이해할것 같습니다. 상황을.
현직백수
18/05/03 19:1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니나니나니고릴라
18/05/03 18:14
수정 아이콘
역시 글이 참 좋네요. 3년이 짧은 것 같아도 참 길더군요. 그 여자분도 아마 충분히 님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했기에 다시 만날 용기를 내지 않았을까 싶네요. 무튼 저도 자몽에이드 참 좋아하는데요...
현직백수
18/05/03 19:50
수정 아이콘
그러면 다행이고요 하하하
나중에 자몽에이드 한잔
혜우-惠雨
18/05/03 19:14
수정 아이콘
그분도 글을 보고계신다면.. 두분 모두 진심으로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현직백수
18/05/03 19:20
수정 아이콘
댓글보니 본 것같네요..하하..... 혜우님도 행복하세요!
18/05/03 21:09
수정 아이콘
잘 살아라
잘 살거다.
저도 이 이야기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네요.
잘 살면 좋겠어요.
현직백수
18/05/04 00:24
수정 아이콘
thenn님이 조금더 잘살았으면 합니다만
리니시아
18/05/04 09:04
수정 아이콘
흠 왠지 그림으로 그리시려다가 글로 풀어내신 느낌이 드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DavidVilla
18/05/04 10:30
수정 아이콘
큰 위기 없이 결혼한 지라 공감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나 정말 멋진 두 분이시네요. 그것만은 딱 알겠어요.
그러니 앞으로도 당연히 ‘다 잘 되실 겁니다.’
(배우 박정민 씨가 이 말 자주 쓰더라고요. 좋아서 저도 한번 드려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6967 [일반] Daily song - On my own of Ai Ninomiya [1] 틈새시장6826 18/05/14 6826 0
76966 [일반] 의인이다 의인! 의인! 의인! [25] style10712 18/05/14 10712 4
76965 [일반] (스포)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싶어 극장판 감상 후기 [6] 생선맛있네요8138 18/05/14 8138 0
76964 [일반] [실화/스압/답답주의] 5월..가정 대신 신도림을 오르다(친구폰 기변기) [30] 천둥9590 18/05/14 9590 12
76963 [일반] 무한한 원숭이가 무한한 시간 동안 타자기를 치면 [87] 글곰19389 18/05/14 19389 32
76962 [일반] [이벤트 종료][책나눔] "아빠표 어린이 게임 코딩" 이번에 ... [184] sigrace8903 18/05/14 8903 7
76961 [일반] 배우자와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 [98] 제니20771 18/05/14 20771 7
76960 [일반] 국내 외식업체 2017년 실적순위 [51] 인간흑인대머리남캐16273 18/05/14 16273 1
76959 [일반] 회사 부적응 [11] 흰둥9320 18/05/14 9320 6
76958 [일반] 우주멸망 세가지 시나리오 [94] imemyminmdsad14101 18/05/14 14101 1
76957 댓글잠금 [일반] 피해자 보호 청원 30만명 돌파 [146] kurt19386 18/05/14 19386 6
76956 [일반] 윤도현&하현우 이타카로 가는길 (데이터 주의) [7] 성동구6642 18/05/14 6642 3
76955 [일반] 못된 새끼 [25] 현직백수10070 18/05/14 10070 31
76954 [일반]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해보는 게 제갈량이네. 우리 같은 사람은 그리 못 하지." [67] 신불해25426 18/05/14 25426 59
76953 [일반] [걸그룹 영상 제작노트] #001 팬들만 즐기기엔 너무 아까운 것들 [4] 탐이푸르다9227 18/05/13 9227 7
76952 [일반] 호구론 [25] 마스터충달9576 18/05/13 9576 11
76951 [일반] [팝송] 앤 마리 새 앨범 "Speak Your Mind" 김치찌개8028 18/05/13 8028 1
76950 [일반] Daily song - 요즘 내 모습 of 윤도현,타블로,케이윌 [1] 틈새시장5365 18/05/13 5365 4
76948 [일반] 스시잔마이, 유라쿠초 [11] 헥스밤9290 18/05/13 9290 19
76947 [일반]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라는 배우를 아시나요? [21] 삭제됨10610 18/05/13 10610 5
76946 [일반] 다이어트에 쉼표를 찍습니다. [41] 영혼12255 18/05/13 12255 7
76945 [일반] 페미니스트의 두서없는 토막글 [215] zoroaster20245 18/05/13 20245 3
76944 [일반] 소소한 양판소 나눔합니다~ -종료- [23] 네오크로우8011 18/05/13 801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