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2/02 19:23:38
Name RookieKid
Subject [일반] 똥이 누웠다.
그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어제 저녁 출장에서 돌아와 3개월간 밀려있던 업무들 중 급한 것들만 추려서 해결하는데만 3시간이 걸렸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약 9시 40분.

집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배고픔이 밀려왔다.
그러고보니 저녁도 못 먹고 일만 했구나.
황급히 주변을 뒤져본다.
상할 수 있는 음식들은 다 비우고 간 탓에 아무리 뒤져봐도 라면 두 봉지가 전부.
그래도 이게 어디냐.
불맛나는 짬뽕라면을 들이키고 숨을 돌렸다.

방 안은 말 그대로 개판 5분전.
캐리어와 백팩 2개. 노트북 가방과 쇼핑백까지.
짐정리 할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하다.
내일 출근도 해야하는데....
모르겠다.. 일단 자자..
설거지도.... 내일 하자....

아침 7시반. 참으로 오랜만에 맞는 상쾌한 아침이다.
오랜만에 출근이라 살짝 일찍 일어났군.
느긋하게 씻고 출근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평소처럼 칫솔을 입에 물고 변기에 앉았다.
오. 온다. 그들이 온다. 그들이... 온다....!!
크다! 크다!!!!
잉?
그들은 나오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들이 출구 앞에 가로로 누워 출구를 막아버렸다.
마치 얼마전에 이슈가 되었던 '직장'만화 처럼.

이상했다.
평소 묽었으면 묽었지 이렇게 막혀본적은 없는 나였다.
어제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사실 원인은 중요치 않다.
이건... 이겨내야했다!
왜냐면 그냥 일어서자니 변의가 계속 남아있어 참는 고통과 맞먹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을 주어봐도 출구를 지나지 못하는 그들은
마치 눈길을 지나가지 못하고 헛바퀴 도는 고급세단과도 같았다.
더 힘을 주었다가는... 찢어진다.....

심호흡을 했다.
이 놈과 씨름한게 벌써 10분이다.
이미 느긋한 출근은 글렀다. 아직 샤워도 못했단 말이다!
엉덩이의 감각으로 보아 굉장히 딱딱한 것이 누워있다.
이것은 위기다!
결국, 15분째에 나는 정면돌파를 감행했다.

아. 그것은 참 놀라운 경험이었다.
터질듯한 배출구의 고통과 함께 노폐물이 배출되는 쾌감은 날 전율하게 했다.
잠깐 그 고통과 쾌감 사이에서 정신을 잃었던 나는 뒷처리를 하고
지각할 것 같다는 위기감 따위 잠시 잊은 채 나에게 처음 느껴본 고통을 선사한,  나의 숙적이었던 그것을 내려보냈다.

'별 것도 아닌게....'

이 글을 전국의 변비 환자들과 이보다 더한 고통으로 나를 낳으신 우리 어머니께 바친다.

이것은 오늘 아침 일어난 일이다.


저도 글 재밌게 쓰고 싶은데 어렵군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02/02 23:01
수정 아이콘
열심히 일하고 세금내는 당신이 애국자 입니다.
18/02/03 12:20
수정 아이콘
마지막 자평이 너무 귀여워요
-안군-
18/02/03 16:51
수정 아이콘
똥 싸느라 늦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그래도 화내시던 야속한 팀장님이 문득 떠오르네요.
제가 팀장이 된 이후로는 똥 때문에 지각한 건 봐줍니다. 똥 싸는게 얼마나 위급한 일인데...
pppppppppp
18/02/03 22:00
수정 아이콘
부럽..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684 [일반] [영화] 원더 휠, 우디 앨런, 김빠진 유진 오닐의 희곡 [10] herzog6222 18/02/02 6222 0
75683 [일반] 스마트폰을 이용한 암표 해결 방법 아이디어 [61] 홍승식11732 18/02/02 11732 0
75682 [일반] 군대가기직전 이틀동안 인터넷에서 고민상담해 준 이야기 [14] VrynsProgidy7844 18/02/02 7844 14
75679 [일반] 10년전 딸아이 출산 기억 [73] 영혼의공원9642 18/02/01 9642 13
75678 [일반]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시사회 후기 [48] CastorPollux11886 18/02/02 11886 3
75677 [일반] [뉴스 모음] '국민의 생명'보다 '박근혜씨의 7시간'이 중요했던 정부 외 [22] The xian16063 18/02/02 16063 66
75676 [일반] 월급이 올랐습니다. [34] finesse10335 18/02/02 10335 24
75675 [일반] 배우 조덕제씨가 여배우로부터 추가 고소를 당했습니다. [49] 아유14879 18/02/01 14879 0
75674 [일반] 제가 그동안 썼던 볼펜들.jpg [83] 김치찌개20870 18/02/01 20870 7
75673 [일반] 0130 김어준의 뉴스공장 - 유시민이 말하는 가상화폐(46:39) [154] SwordMan.KT_T15184 18/02/01 15184 4
75671 [일반] [단상] 대한민국의 통일담론은 제국주의적인가? [126] aurelius10212 18/02/01 10212 40
75669 [일반] 빗썸이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하고있네요 [53] 밀개서다14605 18/02/01 14605 0
75668 [일반] 통일 관련 우리의 태도 중 이상한 것 [217] 파니타14693 18/02/01 14693 12
75667 [일반] 자게 운영위원 모집 결과입니다. [18] OrBef9328 18/02/01 9328 9
75666 [일반] [음악/영상] OneRepublic 내한기념 앨범별 추천곡 (스크롤) [9] Cookie7373 18/02/01 7373 1
75663 [일반] [짤평] <염력> - 초능력이 있으면 뭐하나... [64] 마스터충달13502 18/02/01 13502 14
75662 [일반] 동중국해 이란발 침몰 유조선 해양오염 2월말 제주를 비롯 우리나라 해안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 하네요 [29] BetterThanYesterday10416 18/02/01 10416 2
75661 [일반] 세상의 끝, 남극으로 떠나는 여정.01 [데이터 주의] [41] 로각좁8452 18/01/31 8452 44
75660 [일반] 서지현 검사의 수기를 보고.... [28] 무가당11475 18/01/31 11475 20
75659 [일반] 정부의 힘겨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 홍보 [41] 아유10155 18/01/31 10155 4
75658 [일반] 문준희선수를 위해서 울어줬던 그 옛날 엠겜 국장님 [33] i_terran16732 18/01/31 16732 19
75657 [일반]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소회및 팁 약간 [42] 마지막천사12292 18/01/31 12292 16
75655 [일반] 국민의당 전대취소, 전당원투표로 대체 [92] 순수한사랑13080 18/01/31 13080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