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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04 20:24:40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410년 로마의 약탈

410년, 800년 동안 한 번도 외국의 침공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제국의 수도 로마가 함락되고 약탈당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조금 알아보니까, 정말 충격적이더군요.

훌륭한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암울한 분위기와 광기 저리가라 수준.

약탈 전야의 상황이 특히 그러했습니다.

서고트족과의 싸움이 한창이던 때 로마에는 이미 서고트족 노예와 서고트족 용병들의 아내와 자식들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었는데

로마가 공격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민중은 공포와 광기에 휩싸여 서고트족 여인와 아이들 수천 명 가량을 학살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로마의 고트족 용병 3만명은 복수를 위해 바로 서고트족의 왕 알라릭 휘하로 들어갑니다) 

그 이전에 제국을 위해 훌륭한 전과를 쌓고 있었던 명장 스틸리코조차 고트족과 내통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처형당했죠.(스틸리코가 고트족 출신이어서....) 

800년 동안 공격 받은 적이 없었던 도시 코 앞에 적이 다가오자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여 광기에 빠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나중에 스틸리코의 미망인 세레나도 적과 내통한다는 의심을 받아 로마 원로원에 의해 사형에 처해집니다. 

그리고 자급자족이 불가능했던 도시 로마는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했었는데 도시가 포위당하자 배급제를 실시하고 이마저 중단되어 많은 수가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식량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굶어죽을 정도면 도시에 같은 시민들 간의 약탈, 강도, 살인 등이 빈번해져 정말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소설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나오는 그런 무법지대의 혼돈을 연상케하죠. 

그런데 놀라운건 동족의 복수를 위해 로마를 침공했던 고트족은 결국 로마에 입성하자 꽤 신사적으로 행동했다는거. (물론 당대 기준으로...)

엄청난 약탈은 있었지만, 의외로 건물은 거의 파괴하지 않고 사람들도 별로 죽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기독교(비록 아리안파이긴 하지만)를 믿었던 고트족 수장 알라릭은 바울성당과 베드로성당을 피난처로 지정하고 그곳에 대피한 일반인은 일체 건드리지 않았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아우구스티노의 <신국론>이 더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신국론>에서 그는 로마가 약탈당한 것은 기독교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기독교 때문에 많은 로마 시민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약탈도 비교적 자비로왔다고 주장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신국론>에서 그는 로마가 과거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악행들을 스스럼없이 저질러왔고 (로마인이 로마 역사를 디스....심지어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가 형제를 죽이고 나라를 세웠다고 디스..국부조차 까임의 대상... 그리고 로마인들이 사비나의 여인들을 납치한 것도 굉장한 야만이었다면서 로마인들이 야만인 탓을 할 것없다고 디스....우리나라였으면 종북좌빨...)

다른 민족에 대해 무자비한 지배를 실시했다고 말하고 아울러 과거 로마가 제우스(유피테르)나 아테나(미네르바)를 믿었을 떄도 무수히 많은 패배와 약탈이 존재했고 같은 신을 믿었던 트로이도 멸망당했다는 것을 일깨워주면서 기독교와 로마의 쇠망은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믿기 때문에 국가가 흥하고 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흥하고 망하는 사이클 자체가 하느님의 뜻이며 인간은 이에 순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진정한 영원의 나라는 하느님을 제대로 알고 믿고 실천하는 것에 있다고 말합니다. 

혼돈의 카오스인 상황에서 이러한 그의 설교는 꽤 매력적이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민족이 수도를 침공한 것에 대해 황제건 귀족이건 공격을 막아내기는 커녕 도시의 기본 질서도 유지하지 못하고 식량도 제공하지 못하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목숨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기존의 권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이 빈틈을 치고 들어온 것이 기독교 교회.

이들은 피난처를 제공했고, 음식을 나누어 주었으며 아픈이들을 돌보면서 기초적인 질서를 제공해줄 수 있었기 때문에 권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로마의 약탈과 신국론을 읽어보니까

로마 말기 기독교가 왜 확산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더군요. 

 


그리고 로마의 약탈이 끝난 후 동시대 어떤이는 <모든 곳을 정복하던 도시가 정복당했다>고 평하고 


동로마제국의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는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3일간의 애도기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410년 로마의 약탈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영화로 만들면 꽤 재미있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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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dColour
17/11/04 20:31
수정 아이콘
오 제대로 영화화하면 정말 괜찮겠네요
Mr.Doctor
17/11/04 20:44
수정 아이콘
영화화하면 혼란 와중에 딸을 납치 당한 전직 로마군 최정예 특수부대 지휘관이 딸을 되찾으러 가는 스토리... "Non so chi sei...(I don't know who you are...)"
17/11/04 20:51
수정 아이콘
본문 내용의 로마라는 국가와 기독교의 관계는 아래글의 김어준같은 케이스이군요
기성언론들이 권력에 기생하거나 혹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려하지않고 무너지면서
그나마 권력에 저항하는 기초적인 논리를 제공하는 김어준이 그들을 능가하는 권위를 얻었지만
결국 언론이라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하게 된다면 김어준류가 그런 권위를 가질 능력도 이유도 없게 되는 거죠..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7/11/04 22:00
수정 아이콘
근데 막상 '언론이라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한 적이 있나?'를 생각하면... 언론 뿐만아니라, 시스템이란게 어쩔 수 없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틈은 커지는지라 그 틈을 파고드는 세력의 등장은 필연이라고 봅니다.
17/11/05 05: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럼 국가라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한 적이 있나? 라는 질문은 어떤가요..
시스템이라는 게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걸 고쳐나가야지 그렇다고 종교가 그 역할을 할 수는 없다는거죠..
어니닷
17/11/05 00: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 비아냥입니다(벌점 4점)
17/11/05 05:1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정상적으로 동작한 사례로 PD수첩 황우석 건을 들어들이면 될까요?
물론 당시에도 전체적으로는 황빠가 넘쳐흘렀으니 역사적으로 정상적으로 동작한 적이 없다고 본다고 해도
이명박근혜시절은 정상적이 아닌 수준이 아니라 그마저도 붕괴되었으니.. 로마의 붕괴에 비유 한것이지요..

그리고 코미디는 궁금하다면서 당연히 준비되지 않았을거라는 작태야말로 코미디인거라..
강미나
17/11/04 20:53
수정 아이콘
오 이게 영화가 없어요? 의외네요.
고갈비
17/11/04 21:01
수정 아이콘
예수가 신임을 부인하는 아리우스파와 예수가 신이라 주장하는 로마의 대충돌.
일시 로마가 지긴 했으나 최종적으론 로마가 이겼죠.
웃기는게 뭐냐면 예수가 신이아니면 예수를 왜 믿어요.
역시 좆보다 머리죠. 로마가 마냥 놀고 있던거는 아닙니다.
겨울삼각형
17/11/04 21:30
수정 아이콘
영화 성공 후,

후속작으로 사코 디 로마가 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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