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그중에서도 셀 애니메이션이나 셀 애니메이션 방식을 근간으로 하는 2D애니메이션 기준입니다. 쪼대로 적는 거라 중간 중간 오류 있을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영상예술이자 노동집약산업입니다. 건축과 비슷하죠. 다양한 형태의 분업과 하청으로 이루어진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고요.
기획단계 다 넘어가고 보면, 애니메이션에서 작화 부분은 각본 콘티(스토리보드) (레이아웃) 원화 동화 채색 단계를 거치고, 배경미술 부분은 콘티 레이아웃 이후 작화와는 별개로 레이아웃 이후 배경을 그립니다. 채색까지 된 그림은 배경과 합쳐져 촬영을 거쳐서 영상으로 완성되고, 이것이 소리와 합쳐져 완성품이 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콘티란 설계도이자 시방서입니다. 그냥 밑그림 같은 게 아닙니다. 갓 컷의 화면 구도와 시점 움직임, 화면 캐릭터의 몸짓이 어떻게 되는가와 갓 컷이 몇 초의 시간을 가지는가, 경우에 따라 갓 컷이 몇 장의 그림으로 이루어지나 까지 세심하게 표기되어 만들어집니다.
콘티가 완성되면 레이아웃이 그려집니다. 레이아웃이란 배경과 더불어 각 컷이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담은 한 장의 그림입니다.
레이아웃은 따로 담당하는 애니메이터가 있는 경우도 있고, 원화맨들이 자기 맡은 컷을 그냥 그리는 식으로 원화 과정에 통합된 경우도 있고,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회사나 제작환경에 따라 다릅니다.
레이아웃이 완성되고 나면 배경담당 회사는 이를 토대로 배경을 그리고, 원화맨은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원화, 키 애니메이션을 그립니다.
원화, 혹은 키 애니메이션은 해당 애니메이션의 가장 핵심입니다. 원화맨은 화면 속에서 대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그려내며 한 컷 한 컷 완성해 갑니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타이밍차트와 타임시트를 통해 자신이 그리는 컷에 동화가 어떤 식으로 들어갈지를 지시하죠.
작화감독은 원화를 체크해 좀 못 그린 부분이나 움직임을 수정하거나 처음부터 원화맨 보고 어떻게 그리라고 지시를 하거나 러프스케치 수준으로 가이드를 잡아 주거나 하면서 자신이 맡은 부분의 원화를 완성해 냅니다.
원화가 완성되면 동화맨은 원화를 받아서 원화를 바탕으로 동화(INBETWEEN)를 그려 채워넣습니다.
이 부분은 좀 부연을 해야겠군요. 애초 애니메이션은 원화와 동화 구별 없이 해당 컷 혹은 캐릭터를 담당한 애니메이터가 모든 그림을 다 그렸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들죠. 그러다 ‘혼자 전부 다 그리느니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중요 부분만 애니메이터가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보조하는 사람이 베껴 그려서 채워 넣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오고, 그걸 실행에 옮기면서 원화와 동화가 분화되게 됩니다.
24장 정도로 사람이 공을 던지는 장면을 그린다 치면, 원화맨은 이중 한 10장이나 12장 정도로 공을 던지는 동작을 그리면서 타이밍차트와 타임시트를 통해 중간 중간 동화가 어느 정도 어떻게 들어갈지를 표기합니다. 동화맨은 원화를 베껴 그리면서 약간식 변형해 중간 중간에 들어갈 동화를 그리고, 이렇게 그린 원화와 동화를 합쳐 한 장면아 만들어지는 거죠.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건 원화입니다. 동화는 그걸 보조하는 거고요.
동화까지 그려지고 나면 채색을 합니다.
이렇게 작화 쪽이 만들어지는 동안, 배경은 미술감독의 총지휘 하에 그려집니다. 미술감독은 직접 레이아웃을 그리거나 레아이웃을 바탕으로 어떻게 배경이 그려져야 좋을지 등을 궁리하고, 배경을 맡은 회사에 지시합니다. 그러면 배경맨들은 이걸 토대로 배경을 그리고, 회사의 배경감독들은 이를 검수하고 미술감독이 전체적인 체크를 합니다.
채색까지 된 그림들과 배경은 합쳐져 촬영을 하고, 이러고 나면 애니메이션 영상 부분은 완성이 되죠.
애니메이션은 못해도 수천 장의 그림으로 이루어지고, 그 만큼 사람이 필요하고 인건비가 듭니다. 인건비가 들다 보면 비용 절감을 위한 하청 단계가 만들어지죠.
동화와 채색이 하청으로 분화되어 나갑니다. 동화는 원화를 베껴 가며 그리는 거다 보니 그림 실력이 덜 필요하고, 채색은 육체노동이니까요.
처음엔 일본 내에서 하청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다 한국 방송사 TBC가 만화영화부를 만들고 일본 애니메이터들의 교육을 받아 동화 채색을 해내면서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을 맡기 시작하고, 70년대에 대원동화를 비롯해 동화 작업을 담당하는 여러 동화 회사가 만들어지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동화 채색은 한국 회사들이 거의 맡게 되기에 이릅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게,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원화까지 그리고 나면, 바리바리 모인 원화들은 특송으로 하네다에서 김포(아니면 김해)로 날아가고, 한국 회사들의 제작진행들은 김포에서 원화를 받아 자기들 회사로 실어가서 나누어 주고, 한국인 동화맨들이 동화를 그리고, 채색 담당이 채색을 하고, 채색까지 완성된 셀화들은 다시 김포에서 하네다로 날아가고, 하네다에 도착한 셀화들은 배경과 함께 촬영소로 옮겨져 촬영이 되고. 하는 과정입니다.
제작 과정도, 애니메이션 하청 변천도, 적을 건 많지만 일단 최대한 간단히 적는 거라 생략합니다.
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적고 디지털로 바뀌면서 변화한 점 적고 해야 하는데, 간단히 적는 거라 일단 넘어갑니다.
원화는 아직 항공으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채색 이후의 그림은 이제 FTP로 전송합니다.
2000년대 이후 중국 회사들이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을 맡는 비중은 점점 커졌고 지금은 중국 회사들 비중이 더 클 겁니다. 그래도 아직 평균 동화 단가는 일본>>한국>중국 순이라더군요.
배경 역시 실제작 부분은 한국 회사에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 회사도 많고, 일본 회사도 있고 외주가 아니라 회사 내부 아니면 자회사로 배경맨들을 두고 있는 일본 회사들도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배경미술 좋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외주가 아닌 경우가 많더군요.
카미무라 사치코가 쓴 기초지식 애니메이션 대백과사전 추천합니다. 한국어판 나와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이나 혹은 적을지 모르는 글 읽느니 저 책 보는 게 훨씬 낫습니다. 애니메이터 서바이벌 키트까지 읽으면 금상청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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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그린다는 게 애니메이션 제작 기초 과정이기도 해서 아예 안 한 거하고 비교하면 기술력 향상에 도움 되는 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의 결과물들 보면 하청으로 쌓은 기술력이 창작 실력과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보면 하청으로 쌓은 능력으로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서 성과 보는 업체들도 분명 있습니다. 요근래 어린이들한테 인기 있는 터닝메카드도 보면 일본 쪽 제작진들이 참여하고 있긴 하나 주 제작사는 한국의 희원엔터테인먼트거든요. 희원은 하청업체로 시작한 곳이고 지금도 하청 부분 병행하고 있는 회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