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이 올라간 이후 3편이 바로 이어서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성원에 감사드리며,
[2편: 근육의 과학, 살아서 근육]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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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의 과학 - 살아서 근육
동물과 식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 다양한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근육의 유무이다. 심어져 있는(심을 식, 植) 식물(植物)과 달리 움직이는 것(움직일 동, 動)이 동물(動物)이며, 움직임은 바로 이 근육에서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맛있는 부위이자 고급스러운 부위이며, 요리사들에 의해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부분이 바로 이 근육이다. ‘기껏 동물을 잡아 껍데기 밑, 뼈 위로 몇 cm 남짓만 먹고 나머지는 버린다.’10)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근육, 즉 고기가 미식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
(1) 근육의 구조
요즘에야 지놈 분석부터 의뢰하고 본다지만, 전통적으로 생물에 대한 탐구는 해부를 통해 몸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었다. 우리도 전통을 살려 근육의 해부학적 구조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수축과 이완을 통해 실제로 힘을 내는 것이 근섬유이다. 이들은 주로 액틴과 미오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오신이 액틴을 잡아당겨 수축하는 것이 기본 작동 원리이다. 그리고 이러한 근섬유들을 감싸고 서로 이어 주며, 때로는 뼈와 근육 사이를 연결하는 인대를 이루기도 하는 것이 바로 연결 조직이다. 이들은 콜라겐, 엘라스틴 등의 단단한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복잡하게 설명하려면 끝도 없지만, 요리를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이름만 기억하면 된다. 비교적 부드러운 근섬유를 이루는 액틴과 미오신, 그리고 근섬유를 둘러싸고 연결하는 질긴 연결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이 그것이다. 연한 고기를 조리할 때는 미오신을, 질긴 고기를 조리할 때는 콜라겐을 주로 공략하게 된다는 것 정도만 기억하고 넘어가자.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몸의 약 2/3가 물로 이루어져 있고, 근육의 약 70% 정도는 물로 가득 차 있다. 이 수분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바로 구이의 핵심이 된다.
<그림 1. 근섬유의 구조>11)
(2) 근육의 종류 #1 - 색깔
기왕 색깔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틀린 속설을 먼저 바로잡고 가자. 고기의 색은 ‘핏물이 덜 빠져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12) 피가 붉은 것은 헤모글로빈이라는 산소와 결합하는 단백질 덕분이고, 고기가 붉은 것은 미오글로빈이라는 산소와 결합하는 단백질 덕분이다. 물론 둘은 친척 관계이고, 산소가 없을 때는 보라색을, 산소와 결합하였을 때는 붉은색을 띤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어떤 근육은 짙은 보라색에 가까운 붉은 색을 띠기도 하고, 어떤 근육은 허여멀건한 색을 띠기도 한다. 이건 대체 왜 그런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언급한 미오글로빈 때문이다. 미오글로빈이 많을수록 소고기처럼 붉은색을 띠고, 미오글로빈이 적을수록 닭가슴살처럼 흰색에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미오글로빈 함량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자, 소나 닭을 떠올리기 전에 운동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자. 어차피 근육이 하는 일이 운동이니, 주로 하는 운동에 맞춰 발달했을 것이 아닌가? 운동은 크게 무산소운동과 유산소운동으로 나뉜다. 누구나 한 번은 가봤을 헬스클럽을 떠올려 보자 (가 봤다고 했지 자주 다닌다고는 안 했다). 근육을 키우고 싶으면 기구를 들어야 한다. 이 경우, 힘을 쥐어짜서 짧은 시간 동안 더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살을 빼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거나 러닝머신을 뛰어줘야 한다. 앞서와는 달리 짧게 하고 그만두면 효과가 없다. 순간적으로 큰 힘을 쓰지는 않지만, 30분 이상 오랜 시간 움직여야 지방을 태워 살이 빠지게 된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표 1.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의 비교>
이제 근육을 보자. 무산소운동에 특화된 것이 흰색 근섬유다. 어르신들이라면 빠른 근육, 즉 ‘속근 (fast twitching fiber)’이라고 배운 것이 바로 이 녀석이다. 지구력은 없지만 큰 힘을 낸다. 무산소운동이라 했으니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으며, 따라서 산소를 공급해 줄 미오글로빈이 없어 흰색이 난다. 지구력이 필요없으니 연결조직도 적고, 따라서 비교적 부드럽다. 또한 오래 운동하지 않으니 지방을 태우지 않으므로, 근육에 지방이 끼어있을 이유가 없어 비교적 퍽퍽하다. 대표적으로 닭가슴살을 떠올리면 된다.
반대로 유산소운동에 특화된 것이 붉은 근섬유다. 어르신들이라면 느린 근육, 즉 ‘지근 (slow twitching fiber)’이라고 배운 것이 바로 이 녀석이다. 힘은 좀 딸리지만 지구력이 좋다. 유산소운동이니 산소가 필요하고, 따라서 산소를 공급해 줄 미오글로빈이 많아 붉은색이 난다. 지구력을 담당하니 연결조직이 잘 발달되어 있고, 따라서 비교적 질기다. 또한 오래 운동하여 지방을 태우므로, 근육에 에너지원으로 지방이 끼어 있어 속칭 ‘마블링’이 발달해 있다. 딱 봐도 소 등심이 떠오르지 않는가?
<표 2. 흰색 근섬유와 붉은 근섬유의 비교>
물론 근육은 한 가지 근섬유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종류의 섬유가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비율은 동물에 따라, 한 동물 내에서도 근육이 하는 일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돼지는 흰색 근섬유의 비율이 소보다 높아서 고기가 전반적으로 핑크색을 띤다. 그리고 같은 닭에서 나온 고기지만, 가끔 푸드덕거리는 데에만 쓰이는 닭가슴살은 희고, 몸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다릿살은 붉다. 반면 장거리를 날아야 하는 진짜 ‘새’들의 가슴살은 지구력을 담당하는 붉은 근섬유가 많이 분포되어, ‘날지 못하는 새’인 닭과는 달리 붉은빛을 띤다.
(3) 근육의 종류 #2 - 단단함
이건 쉽다. 국거리와 구이용 고기의 차이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국거리는 하나같이 질긴 부위들이다. 왜 질기냐고? 다리, 엉덩이 등 큰 힘을 (소의 무게를 떠올려 보라) 하루종일 받치고 있어야 하는 부위들이니, 근섬유 다발 자체의 크기도 더 발달한 데다, 결정적으로 콜라겐으로 이루어진 연결 조직이 탄탄하게 여러 근섬유들을 엮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콜라겐은 열에 의해 분해되기는 하지만, 콜라겐을 분해하는 데에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숯불에 올려놓고 열을 가해 콜라겐을 분해하려고 했다가는 콜라겐이 분해되기 전에 고기가 숯이 되고도 남으니, 이 녀석들을 구워 먹을 도리가 없다. 대신 뭉근하게 장시간 끓여 콜라겐을 분해하면 부드럽고 쫀득하게 씹히는 수육과 진하고 깊은 맛을 내는 국물을 얻을 수 있으니, 이런 부위가 국거리로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반면 구이용 고기는 부드러운 부위를 쓴다. 짧은 시간의 가열만으로는 콜라겐을 분해할 수 없지만, 액틴을 붙잡고 있는 미오신을 떼어낼 수는 있다. 그래서 연결 조직이 적은 부드러운 근육은 짧은 조리만으로도 부드러운 스테이크가 될 수 있다. 이런 부위들은 딱히 큰 힘이 걸리지 않는 부위들이며, 등짐 지는 소가 아니고서야 큰 힘이 걸리지 않는 등심과 정말로 하는 일이 거의 없는 안심이 스테이크의 대표주자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기는 결에 수직으로 썰어야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고기의 결을 이루는 것은 근섬유이며, 근섬유를 짧게 끊어 줘야 씹기 편하다. 결대로 자르거나 찢으면 요리할 때 편할지는 몰라도, 식사 시간에 당신의 이가 고생하게 될 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요리는 소화기관이 하는 일을 아웃소싱하는 일이다. 잘 드는 칼을 놔두고 왜 무딘 이를 고생시키는가? 내가 그러려고 진화했나 자괴감이 들 일이 아니던가?
(4) 핵심요약
* 근육은 액틴-미오신으로 이루어진 근섬유와, 이를 단단히 감싸는 콜라겐으로 이루어진 연결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 흰색 근육은 콜라겐이 적어 부드럽지만, 지방이 없어 퍽퍽하다. (ex 닭가슴살)
붉은 근육은 콜라겐이 많아 질기지만, 지방이 많아 고소하다. (ex 닭다리살, 소 등심)
* 운동을 많이 하고 힘이 많이 걸리는 부위는 연결 조직이 잘 발달하여 질기다. (ex 사태)
운동을 덜 하고 힘이 덜 걸리는 부위는 연결 조직이 덜 발달하여 부드럽다. (ex 안심)
* 부드러운 고기를 원한다면 근섬유가 얇은 것을 골라야 한다.
또한 근섬유가 짧게 끊어지도록 결에 수직으로 잘라 먹어야 한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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